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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단기선교 후기

김선만목사의 선교이야기(2)

 

“빠게 문? 빠게 문.”
비닐봉지에 쌀과 식용유를 담아 선물꾸러미를 만들어 가방과 배낭에 나눠 넣고 마을을 돌았습니다. 저는 이띠엔 담임목사님과 한 조가 되어 안내를 받으며 방문했습니다. 집집마다 대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길가에서 조금 집쪽으로 들어가 “빠게 문?”(안에 계세요?)하고 묻습니다. 아무 응답이 없으면 “빠게 문”(아무도 없어요)하고 다른 집으로 갑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현지 목사님과 돌면서 아이티의 역사와 아이티 사람들의 특성 등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메이어 마을만 해도 수도 포토프랭의 신흥개발지역이어서 아이티의 다른 대부분의 지역과 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두시간만 외곽으로 가면 사람들이 처음 방문한 나그네라도 먹을 것을 내주고 심지어 하루 밤 쉬고 내일 가라고 권한다는 것입니다. 아이티 사람들이 원래 그렇게 정이 많고 온순한 성품인데 대도시에 와서 살다보니 무척 각박해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빠게 문?”하고 물으면 대부분 집에 누군가가 있습니다. 직접 집에 찾아가서 만나게 되니 그들은 개인의 삶이나 가족사 등, 많은 이야기를 술술 나누었습니다.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기억에 남아있는 그들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마을길에서
만난 뱀의 신호

L목사님이 다소 흥분해서 자기 팀에서 있었던 일을 나누었습니다. 이띠엔 목사의 사모와 다른 한 명의 현지인과 함께 3인 1조로 다니다가 길에서 뱀이 나타나 엄청나게 놀랐답니다. 순간적으로 “어, 이게 무슨 신호지?” 머리가 쭈뼛 해지면서 잠시 기도를 하고 다음 집에 들어갔습니다. 마당 구석의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는 여자의 게슴츠레한 시선과 마주쳤습니다. 인사를 하고 잠시 얘기를 나누고 보니 그녀는 부두교의 여사제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부두교의 여사제인데 감히 여기를 왔느냐 하는 얼굴을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근심과 불안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어 보였습니다. 어디 아픈 데 없느냐는 L목사님의 질문에 긴장을 풀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고, 게다가 몇 년 전 아들과 사별한 채 깊은 슬픔을 안고 있음을 어렵게 말했습니다. 물론 누구나 아프기도 하고 사별도 하지만 우상숭배자들이 무병을 많이 앓는다는 것이 생각나서 물었는데 의외로 순순히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얼마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도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허락을 함으로 담대하게 머리에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했답니다.

L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님의 작정”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뱀이 나타난 것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영적으로 무장하라는 뜻이고, 간절히 기도할 때 흑암과 고통에 시달리는 우상숭배자를 만나게 했고 성령의 능력으로 담대히 복음을 전하며 위하여 기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아이티 백성들 주변에 뱀신이 포진하고 있고, 예수 이름으로 무장하고 성령충만하여야만 영적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했습니다. 부두교는 뱀신을 숭배하며 수많은 아이티 백성들이 부두 사제들의 저주를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전에도 그 마을의 건달들이 그녀에게 찾아와 어떤 두 사람을 죽여 달라고 하는 살인 청부를 했고, 그때 부터 그녀는 죽음의 저주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티 백성들은 그런 거짓과 미신을 맹신한다는 것입니다. 아이티 백성만이 어리석은 것은 아닙니다. 탐심은 우상숭배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불신과 어리석음의 모습입니다. 진리가 있는 곳에 빛이 임하고, 거짓이 있는 곳에 흑암과 사망이 판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메이어 마을에 10년 전 마하나임교회가 세워진 이후 부두교사원들이 하나씩 문을 닫고 부두 사제들도 멀리 떠나 이제 한두개만 남아 있고 그마저 완전 힘을 잃었다고 이띠엔 목사님이 알려주었습니다.

마을은 여러 줄기로 흙길들이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사이 신개발지역답게 시멘트 벽돌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미완공인채로 사람들이 이미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서 다른 집으로 이동중에 세 명의 건달들이 이띠엔 목사님과 저에게 다가와 시비를 걸었습니다. 한 명은 술 병을 들고, 두 명은 담배를 피우면서 볼멘 소리를 하여, 무슨 말을 하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아까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선물꾸러미를 받고 싶어서 불렀는데 대답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고 자기를 무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띠엔 목사가 자기 마을에서 목회하고 있는 것을 잘 아는데 “너는 내 거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마을에 들어서면서 좀 떨어진 곳에서 세 명이 술판을 벌이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과 달랐고 전도할 상황이 안되는 것같아 멀리서 지나친 것이었습니다. 이띠엔 목사님은 네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며 해명을 하는데 마침 L목사님 전도팀이 지나가다가 시비현장을 보고 얼른 남은 선물 꾸러미 한 개를 건네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더 이상 시비도 않고 그렇다고 감사도 하지 않고 아무 말을 더하지 않고 얼른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대낮부터 술에 취해 어슬렁거리는 젊은이들, 진리를 대적하는 흑암의 세력에 눌려 좌우를 분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들의 영혼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 하셨는데, 메이어마을이 점점 진리의 빛으로 가득 해지는 날이 올 것을 소망해봅니다.
50세 여인의 소원

“빠게 문?” 아무 응답이 없어 또 한 번 “빠게 문?”하였더니 나무들로 가린 마당 구석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나 집 앞 현관에 플라스틱 의자 두 개를 내주면서 앉으라고 권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 받다가 실례지만 연세가 얼마시냐고 물었습니다. 올해로 50이 되었다고 하는 대답에 저으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싹 마른 체구에 치아가 여러 개 빠져있는데다가 어디 한 군데 가꾼데가 없이 허름한 여름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라고 생각했는데 5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이미 교회를 다니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부두교를 믿는 친정과 시댁, 그리고 친척 모두에게 핍박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다섯 자녀 중 세 명은 교회를 다니고 위로 두 딸(28세, 24세)은 집을 떠나 있고 역시 부두교를 믿으며 엄마인 그분에게 큰 아픔을 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자기의 소원은 두 딸이 예수를 믿고 세례 받아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죽는 것이라고 하면서 기도해줄 것을 부탁했습다. 우리는 그분의 머리와 어깨에 살짝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분이 당하는 모든 핍박에서 지켜주시며 성령의 위로와 도움을 구할 때 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두 딸 벳세이다와 벳진의 영혼을 위해서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준비해간 쌀과 식용기름 한 병을 드리자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밝아지며 고마워 했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 집안에 좋은 소식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끝까지 마음으로 축복을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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