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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의 이슈 망원경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저녁.
한 특별한 행사장에서 크리스 이케지리(68세)씨를 만났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상을 알리는데 앞장서 온 ‘잊혀지지 않는 나비’에서 주최한 세계 위안부의 날 행사장에서 였다.
그는 행사가 이어지는 동안은 물론 행사가 다 끝난 시각까지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누군가 다가와 그가 일본인 자원봉사자란 귀 뜸을 해줬다. 순간 눈과 귀가 번쩍 열렸다.
다른 장소도 아니고 하필이면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폭로하고 사죄를 요구하는 자리에 일본인이 나타나 저런 봉사를 자처하는 걸까?
알고 보니 그는 변호사 출신의 일본인 2세 미국인이었다.
다행히 그는 얼굴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에 거부감없이 대화에 응했다.
“위안부에 대해 알고 있나”
“솔직히 잘은 몰랐다”
“관련 영화(귀향)를 보니 어떤가?”
“사실에 근거해서 만들었단 생각이다. 당시 일본이 참 야만적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36년간의 일제시제 때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한국말과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심지어 창씨개명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시 일본이 많이 잘못했다” 는 말로 그는 담담히 일본의 만행을 시인했다.
어제(15일)는 제 74주년 광복절 기념일이었다.
일제치하에서의 지난했던 삶에 종지부를 찍고 해방의 기쁨을 맛보며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꿈꾸면서 목놓아 만세를 외쳤던 날이다.
그리고 74년이 지난 오늘. 조국 대한민국은 어떤가?
여전히 갈등과 반목의 길고 깊은 수렁에 빠져 헤매고 있다.
일제 청산은 애시당초 태평양을 건너갔으며, 권력욕에 사로잡힌 정권들에 의해 남과 북으로 쪼개져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지낸 지도 수십년이다.
전직 대통령은 줄줄이 호송차에 올랐고 현직 대통령은 연일 쏟아지는 상상초월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뿐인가.
피를 나눈 형제요 동포라면서도 서로를 주적으로 삼고 총부리를 겨누며 지내온 지난 역사의 청산을 두고도 여론은 갈기갈기 찢기어 있다.
정부에 대한 비난은 도를 넘어섰고 가짜뉴스들은 자고 나면 펑크난 자동차 바퀴 바람 빠져나가 듯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과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면서 시작된 일본과의 무역전쟁에 관해서도 과연 어느 나라가 자신들의 조국인지 분간 할 수 없을 만큼 노골적인 혐한(嫌韓) 행태들이 대한민국안에서 굿판을 펼치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은 군사정권과 결탁한 정치 법관들로 인해 수많은 양민들이 빨갱이로 몰려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쓰디쓴 역사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론은 악법도 법이니 순종해야 한다며 사법부 판결에 대한 명분을 부여했다.
그러한 부당하고 암울했던 시절, 말도 안되는 판결을 내린 사법부나 정권에 대해서는 입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하고 눈치나 살피며 숨죽여 살던 사람들이 2019년 대한민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내린 판결에 대해서는 잘못된 판결이라며 거품을 부는 모양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 할 수밖에 없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전 정권이 일본과 맺은 청구권 협정은 피해자 개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부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맺은 협상이었기 때문에 문제다.
따라서 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개인적으로 청구한 배상소송 권한이 소멸됐다는 일본의 주장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대한민국 법조계나 국민정서라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광복절 기념사에서 문재인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
이제 다시는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외세에 굴종하거나 침략당하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분열이 아닌 단결된 국민들의 저력이 모아져야만 할 것이다.

김길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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