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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한국에서 온 남편의 친구는 내슈빌에서 목회하는 사위와 딸을 삼주 방문 후 화요일 귀국한다고 했다. 목회자인 친구를 만나고 싶은 남편의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물리치료 받으며 장거리 로드트립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토요일 퇴근 길 지인의 시집출판기념회에 참석 후 몸은 쉬자고 하는데 마침 동행하게 된 K목사님부부 덕에 용기를 냈다. 쿠션 두개와 지팡이를 챙기고 몸이 잘 견뎌주기를 바라며 지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새벽 1시 출발, 700마일 떨어진 먼 길을 바퀴 따라 시간도 함께 달렸다. 11시 예배에 참석하기위해 자동차의 허기만 채우고 10시간을 달려온 반가운 만남도 잠시, 내슈빌 온 김에 유명한 루비폭포를 가기로 했다. 남동쪽으로 두 시간 거리의 룩아웃 마운틴이 문 닫기 전에 서둘러야했다.

표를 사고 가이드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260피트(90미터) 내려갔다. 석회암동굴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모양의 종유석과 ‘blue mirror pool’ 등 낮은 천정에 미끄러운 길. 도움을 받으며 지팡이에 의지해 조심조심, 부지런히 따랐다. 통로가 좁아서 반대쪽 그룹이 지날 때마다 기다리는 시간은 잠시 쉬며 자세히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한 시간여 걷다보니 바뀌는 조명에 음악과 어우러져 웅장한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지하 동굴의 폭포! 감탄사들이 터져 나왔다. 신비하기 그지없는 루비폭포(Ruby Falls)가 145피트(45m)높이의 동굴 천장에서 세찬 소리를 내며 엄청난 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긴 세월동안 일초의 쉼도 없이 쏟아지는 폭포의 물은 어디서 모였다가 폭포가 되어 내릴까? 다시 어느 땅속을 적시고 어디로 흘러갈까?
남북전쟁 격전지 중의 하나로 테네시 강을 끼고 있어 아름답다는 채터누가와 100년 됐다는 룩아웃 마운틴의 인크라인, 또 7개주를 볼 수 있다는 락시티의 러버스 립(Lover’s Leap)의 절경은 너무 늦어서 포기하고 테네시 강으로 흐른다는 루비폭포를 본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예약했던 모텔에서 목사님가족을 다시 반갑게 만났다. 수박을 나눠먹으며 수년 간 쌓였던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초롱초롱한 눈빛은 나이도 피로도 잊은 듯 했다. 날밤을 새운 로드트립이기에 잠시 꿀잠을 자고 정겨운 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꽃은 시들 줄도 모르고…
부리나케 출발해 40번 국도의 마틴 루터가 암살된 곳인 멤피스에 도착했다. 미국 공식여행 웹사이트에서 “백악관의 뒤를 이어 방문객이 두 번째로 많은 역사적인 저택”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그레이스 랜드’ 인사이드투어는 못하고 잠시 듣는 그의 노래와 기념품, 인증 샷으로 만족해야했다. 집 떠난 지 48시간 만에 Asiana Garden에서 정갈하고 맛깔스런 한식을 먹었다. 음식 맛도 좋았지만 우리 입도 한식이 그리웠나 보다. 식당 옆의 한국그로서리에서 맛동산, 새우깡, 짱구를 로드트립의 주전부리로 챙기고 미시시피 강변으로 향했다,

오래된 묵은 철로가 눈에 잡힌다. 철로 변에 말없이, 표식 없이 서 있는 구식건축물들이 현대식 건물사이에서 이야기를 건네 온다. 아프리카에서부터 그 먼 뱃길을 짐승처럼 실려 오고 또 실려 갔을 사람들. 가슴이 아리다. 세월과 함께 이 언덕에 묻힌 사연들은 강변의 모래보다 많았으리라. 멀리 피라미드 건물을 배경으로 미시시피 강과 아칸소 해안의 탁 트인 전망에 솜사탕 같은 구름들이 다정하다. 유람선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눈 아래로 보이는 곳. 멤피스의 아름다운 5개 공원중 하나다. 1925년에 침몰한 증기선의 승객 32명을 구출 한 흑인(A very worthy negro)의 “인자, 관대, 용기, 위대한 마음, 선행에 감사하며” 그의 이름을 따서 <Tom Lee Park>라고 명명되었다. 1950년대 테네시 주는 흑백 어린이가 함께 공부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할 때다. 30년 전의 고마움을 기억하고 1954년 건립된 기념비에 새긴 20명의 이름을 읽다보니 아픈 역사와 함께 따듯함이 느껴진다.
1박 2일의 깜짝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브하그완(오쇼) 라즈니쉬는 여행이 적어도 세 가지의 유익함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나는 타향에 대한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고향에 대한 애착이며 마지막은 그 대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고 말한 대로 유익한 여행이었다,
첫째는 믿기지 않는 동굴 속 폭포와 천대받던 흑인이 수영 할 줄도 모르면서 32명의 목숨을 구한 기념비의 의미였다. 또한 미국에서의 고향인 텍사스의 춥도록 시원한 에어컨이 어디가나 그리웠다. 마지막으로 구글맵의 10시간 대신 6~7시간 걸렸다는 말만 믿고 모텔을 예약한 어리석음. 취소할 수 없어 불평하다가 ‘억지춘향’ 아닌 ‘억지춘양’으로 남편 따라 나선 길에 많이 배웠으니 그 또한 고마웠다.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도해준 분들께 감사하다.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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