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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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희. 홍기은 .또와또와(반찬 천국) 메인 한식조리사

 

손끝으로 전하는 맛의 하모니

 

한번 본 사람은 잊어도 한번 먹은 음식 맛은 쉽게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게 인류 진화의 열쇠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은 오직 먹는 것으로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에너지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원의 확보와 맥을 같이 한다. 지금은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들과 산으로 그리고 바다로 가는 시대는 지났다. 천지에 널리고 넘치는 게 먹거리다. 이제 양과 질의 시대를 지나 선택의 시대에 살고 있는 중이다. 

한국인 입맛은 세계가 인정한 수준이다. 맛에 관해선 타협을 모르다. 그런 사람에게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그것도 입맛 전쟁의 한 복판인 전라도에서 말이다. 그녀는 전라도에서 불고깃집과 복요리집을 15년 동안 하며 맛에 대해선 산전수전 다 겪은 조리사다. 그것도 일반 음식점이 아닌 ‘복어’와 ‘불고기’ 전문점을 하며 맷집과 손맛을 키워온 것이다.

94409140807V는 그녀가 군번처럼 외는 ‘한식조리기능사’ 국가 공인번호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버틸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고 미래를 여는 키워드인 셈이다. 인간 군상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게 식당이다. 허허실실 웃음으로 건널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음식점은 입맛만 충족시킨다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소가 작용하는 묘한 것이 음식점이다.

박춘희 조리사는 달라스에 터를 잡으며 식당이 아닌 밑반찬으로 ‘아군’을 포섭하는 전략을 세웠다. 진검승부를 택한 것이다. 식당은 분위기에 입맛이 묻어갈 수가 있지만, 반찬가게는 그렇지 않다. 반찬은 한 끼의 배고픔을 달래는 주연이 아니고 입맛을 돋구는 조연이다. 그러나 주연만 있는 세상은 풍미를 잃은 무미건조한 세상 아닌가, 세상이 풍요롭고 재밌고 살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서 조연이 필요한 법이다. 식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조연이 그녀가 연출한 또 다른 맛의 세계다.

그녀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40여 가지의 반찬들은 서로 하모니를 이룬다. 지휘자의 손끝에서 음악이 창조되듯 그녀의 손끝은 맛을 창조한다. 좋은 재료와 알맞은 양념과 적당한 시간이 만들어내는 맛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녀의 입맛에 포로가 된 단골이 벌써 500명이 넘는다. 그녀의 요리는 단골들을 위한 조리다. 세상에서 ‘단골’보다 더 멋진 단어는 없다. 내 편이고 나를 인정해주는 귀한 존재들 아닌가, 그들의 무한 신뢰가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힘이다.

달라스에도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반찬가게’를 원했었다. 대형마트의 들쑥날쑥한 맛의 변덕에 싫증을 넘어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두고 먹는 반찬의 배신은 늘 풀지 못했던 숙제였다. 이제 그 바람이 조금은 풀릴 것 같다. 김치 한 가지라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풍요가 그립다. 그녀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맛의 하모니는 묘한 힘이 있다. 그것이 발길을 돌리는 유혹일 것이다. 

 

사진 글_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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