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임지현.jpg

임지현 지휘자 Conductor. (UW-Madison Symphony Orchestra, University Opera Assistant 지휘담당 및 박사과정) 

 

‘베토벤’을 사랑했던 소녀의 ‘꿈’

 

그녀는 피아노를 배우며 처음으로 베토벤을 만난다. 그리고 성장하며 베토벤의 넓고 포근한 품을 좋아하게 된다. 소녀는 성장하며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하며 전설인 그를 사랑하게 된다. 베토벤은 소녀의 우상이었고 닮고 싶은 큰 바위였다. 그는 소녀가 숙녀가 되고 성년이 되어가는 과정의 친구였다. 그녀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베토벤과 대화를 한다. 88개의 건반은 그에게 전하는 연서의 모음과 자음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소녀는 아니다. 피아노와 합창 지휘로 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이 되었다. 그리고 베토벤의 심오한 걸작을 만나기 위해 UNT오케스트라 지휘석사과정에 다시 도전한다. 그만큼 베토벤 품은 헤아릴 수 없이 넓고 깊었다. 가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보게 해주었고 다가 갈수록 거대했다. 평생 그를 연구하고 흠모하는 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베토벤은 위대하고 신비로운 대 작곡가였다. 그녀는 롤모델을 흠모하고 성장하며 음악적 깊이를 깨닫는다. 
UNT 지휘과 석사과정을 끝내고 텍사스와 작별하며 선택한 것도 베토벤이었다. No.3 'Eroica 영웅’.을 지휘하며 벅찬 감동에 눈물을 삼켰다. 전율이 돋았다. 지휘봉에 따라 주마등처럼 지난날의 잔상이 떠올랐다. 소녀에서 성년으로, 부산에서 미국으로, 피아노에서 지휘자로 그리고 음악으로 관계되었던 추억이 떠 올랐다.오직 한길, 음악으로 통한 길이었다. 피아노를 배우고 풀룻과 클라리넷 그리고 퍼커션을 익히며 수많은 시간을 음악 안에서 있었다. 이제 자신의 영혼과 몸에 밴 음악을 통해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 우뚝 서려한다. 더 깊은 음악을 하기 위해 위스콘신 음대 지휘과 박사과정을 택해 걸음을 옮기려한다.

지휘석은 어려운 자리다. 지휘봉을 휘저으면 음악이 저절로 나오는 곳도 아니다. 소리 한마디 낼 수 없고 누구의 등이고  눈앞이다. 소리하나 낼 수 없지만, 모든 소리의 책임을 져야 한다. 관객은 단원의 소리를 들으려 객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등만 보이는 지휘자의 역량을 보러온다. 음악적 철학이 없으면 갇힌 자리고 역량이 부족한 자에게는 사형된다.  그 만큼 자신의 역량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자리도 없을 것이다. 단원의 눈빛을 읽고 등 뒤 관객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절대고독의 영토다.

음악은 마음으로 창조하는 예술이다. 눈이 안 보여도 귀가 먹어 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할 수 있다. 베토벤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최악의 조건에서 최고의 작품을 창조했다. 지휘자도 소리는 낼 수 없지만, 최고의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단원의 잠재된 역량을 최고로 끌어내고 객석의 감동을 이끄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단원과 관객이 허용한 영광과 좌절의 자리다. 그녀의 우상은 청력을 잃었어도 모두한테 기립박수를 받는 지휘자였다. 베토벤처럼 언제나 단원과 객석의 박수를 받는 지휘자로 성장하기 바란다. 그리고 꼭 꿈을 이루기 바란다. *

 

사진_글 김선하

 

B036.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