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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들이 집으로 올 때까지’

2018.08.10 10:00

KTN_WEB 조회 수:28

  손용상 칼럼 / 짧은 글 깊은 생각  

‘그들이 집으로 올 때까지’
(Until they are home)

 

‘그들이 집으로 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ㅡ이 말은 미국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의 모토라고 한다. 이는 전쟁 중에 일어난 단 한 명의 실종자 또는 전사자의 유해 한 구라도 기필코 찾아 가족에게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 미합중국 의지의 표현이다. DPAA의 목표는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는 것이다. 유해가 되어서라도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 찾겠다는 것은 국가의 약속이다.

 

미국은 건국 이래 전쟁터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유해는 반드시 찾아 가족에게 돌려보낸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데, 미 국방부 산하 전쟁 포로 및 실종자 담당부서인 DPAA(Defence POW/MIA Accounting Agency)가 그 임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2015년 1월15일 새로이 통합된 이 부대는 직원 수가 500명, 본부는 워싱턴 DC에 있다. 연간 예산만도 2016년 기준 112백만 달러였다. 이렇듯 미국은 비용과 시간에 관계없이 세계 어느 곳에 가서라도 자국전사자 유해를 가져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명예로운 군대를 갖게 된 것도 자국의 군인을 대우하고 보호하는 이 같은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DPAA 웹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제2차 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이란 이라크전, 아프카니스탄 전쟁 등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모아, 유해가 미국으로 송환된 명단(Accounted-For)과 돌아오지 않은 명단(Unaccounted-For)으로 나누어 수록해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유해가 회수되지 않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발굴 및 송환 작업은 끝내지 않는다. 그 중 한국전에서 실종됐거나 유해를 회수하지 못한 전사자는 총 7856명이다. 베트남 전쟁 실종자 및 유해 미송환 전사자 1627명의 거의 5배다. 이들은 이름, 군번, 병과, 계급, 소속부대별로 포로. 실종. 전사자로 분류되어 실종. 사망 시기, 고향 주소 등 자세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는 것.

 

오래전의 한 기억이 있다, 2009년 10월 29일 새벽 4시 델라웨어 도버 공군기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맞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항에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 후 C-17 수송기가 도착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비행기 앞으로 걸어갔다. 수송기 문이 열리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사자 18구의 유해가 담긴 관이 미군 장병들에 의해 운구 되어 나왔다. 양복 차림의 오바마 대통령은 단호한 표정으로 운구가 끝날 때까지 부동자세로 서서 거수경례를 했다. 당시 아프간 전쟁에서 가장 많은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던 시기였는데, 동트는 새벽 대통령이 직접 나와 운구 되는 관을 향해 경례하는 장면은 국가를 위해 전사한 군인에 대한 최상의 예우였다.

 

원래 미국은 한국전 이후에도 자국 참전 군인들의 유해 발굴 및 송환에 변함없이 적극적이었다. “북한과의 외교관계가 개선되면 가장 먼저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전사자에 대한 유해발굴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막대한 비용도 기꺼이 감수했다. 1953년 전쟁 직후 46구의 미군 유해를 북한에게서 받으면서 89만7000달러를 지급했다. 그 후 유해 송환이 이뤄졌던 1996~2002년 사이 미국은 북한에게 1500만 달러를 주었다. 유해 1구를 위해 200만 달러를 지불한 경우도 있었다. 유해 발굴은 2011년 재개됐으나 북한과의 관계 악화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였는데, 이번 미북 싱가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북핵 폐기와 함께 북에 있는 미군 전사자의 유해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약속을 받아냈고, 그 일환으로 이번에 그 일부로 55구를 송환 뱓았다. 자료를 보면, 미국은 지금 이전까지 200여구의 미군 유해를 발굴해 신원이 확인된 15구를 가족에게 인계했다. 이는 전사한 자국 병사를 가족에게로 돌려보내는 임무를, 다른 모든 일에 앞서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국가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전쟁 당사자이면서도 국군 포로 및 유해 송환에는 관심이 없다. 더욱이 정치꾼들은 병역 미필자가 많아 한국에서 병역을 마치는 것이 그다지 자랑스럽지도 않게 만드는 국가가 되었다. 하물며 ‘죽은 자식’ 데려오려는 생각을 행여나 하겠나? 나라가 존중하지 않는 군인에게 그나마 무슨 자부심이 있겠는가? 더구나 최근 우리 국군은 병력도 50만 명으로 줄이고 복무 기간도 18개월로 줄인다고 한다. 북은 아직도 120만 병력이 멀쩡하고 고강도 훈련도 계속하고 있다는데, 어째서 우리 군대만 전방과 해안선 방어 철책을 제거 히는 등 방어 해제를 서둘러 하는지? 김정은에게 나라 갖다바치려고 마치 환장한 것 같다. 기가 차다. 내 조국이지만, 솔직히 어쩌다 ‘개 같은’ 나라가 되고 말았다. *

 

손용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