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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봉주 칼럼 / 짧은 글 긴 생각  

우리들의 축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세월이 빠르다. 9월도 성큼성큼 지나간다. 계절은 분명 가을인데 한 낮 대지는 여전히 뜨겁다. 텍사스의 9월이 원래 그랬었나? 지난 여름 전 세계를 달구었던 지구촌 이상 기온의 여진일까?
새로운 계절은 가끔 혁명처럼 다가온다.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올 가을이 그렇게 우리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그 기승 당당하던 여름나라도 곧 가을나라의 대공세에 추풍낙엽으로 쓰러지며 퇴각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다음 주가 추석 아닌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그리고 나들이의 계절이다. 공기가 선선해지면 DFW 동포사회도 행사가 많아진다.
제1회 달라스 종합 체육대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체육회는 19일 ‘동네기자’들을 불러 준비완료를 알렸다. 열기가 기대만큼 뜨겁지는 않다. 축구 같은 인기 종목은 선수들의 참가신청 러시가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참가 팀이 부족해 대회 성사여부가 불확실한 종목도 있다.  
열기에 대한 ‘기대’가 제1회여서만은 아니다. 체육대회 앞에 ‘종합’이 붙어서만도 아니다.

이번 대회의 이름 앞에는 수여해 마땅한 수식어가 있다. ‘DFW 동포대잔치’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포츠 대잔치이지만 굳이 스포츠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많은 동포들이 한마음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이벤트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2년전부터 열리고 있는 코리안페스티발도 동포사회의 큰 행사로 자리를 잡았지만 코리아를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방점이 찍혀있어 성격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제1회 달라스 한인 종합체육대회. 
대회 앞에 ‘1’이 붙었지만 ‘동포대잔치’라는 이벤트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달라스 동포로서 ‘짬밥’이 있는 사람들중 일부에게는 이번 행사를 보며 떠오르는 대회가 있다. 할렐루야 축구대회다.
기억이 아물거리지만 10여년은 훨씬 지난, 이미 ‘역사의 화석’이 된 이름이다. 이 대회도 매년 가을에 열렸다. 대회 개최 뉴스는 매번 지역 신문 표지를 장식했고, 동포 대잔치, 달라스 한인 축제 한마당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그럴 만 했다. 수십여 개 팀이 참가하고 그와 관련된 동포들의 응원이 그 넓은 구장을 가득메우곤 했다. 대회가 끝난 후 신문기사에는 행사에 참가한 동포들의 수가 수천을 오르내렸다.
이 행사는 지금도 명맥을 잇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위상이 예전만은 못하다. 언제부터인가 대회가 교회대항축구대회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그 성격이 종교의 틀에 갇히면서 대회의 위상도 동포들의 축제에서 교인들의 행사로 작아졌다. 대회는 참가선수들의 경기에 머물었고 예전처럼 경기장을 가득 메우며 응원하던 동포들의 모습도 보기 힘들게 됐다.

할렐루야 축구대회가 없어진 이후 달라스에서는 동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행사가 없었다. 참가하고 응원하며 박수치고 악수하고 서로 얼굴을 보고 상대방의 이름을 익힐 수 있는 축제가, ‘우리들의 잔치’가 없었다.
제1회 달라스 한인 종합체육대회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단일 경기였던 할렐루야 대회에 비해 종목도 풍성해졌다. 스포츠가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의미는 2002년 월드컵과 “대~한민국”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10만을 운운하는 달라스 한인동포사회의 규모로 보면 때늦은 감도 있다.

대회는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다. 동포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이번 대회에 일정한 성과를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년과 그 다음해에는 더욱 큰 결실이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말 그대로 축제이기를, 모래알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이민생활의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한인들이 매년 이 대회를 통해 코리안 아이덴티티를 확인할 수 있기를, 그를 통해 더 끈끈하고 단단한 달라스 한인사회가 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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