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김선하 칼럼 할머니의 선물

2018.10.19 09:32

ohmily 조회 수:33

사진.jpg

하나, 최근자, 크리스틴, 박준경(왼쪽부터), 텍사스국악협회에서 국악을 배우는 71세의 할머니와 10살 8살의 손녀

 

할머니의 선물

 

사랑하는 크리스틴과 하나야, 

이 할머니는 너희가 있어 행복하단다. 10년 전 크리스틴이 태어날 때 할머니는 세상을 다 얻은 기쁨으로 너를 품에 안았었지. 어쩜 그리도 예쁘고 고운 피부로 태어났는지 신기하기까지 했었다. 하나가 태어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이리 예쁜 아가도 있나 싶어 만지고 안아주고를 반복했단다. 그랬던 너희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할머니의 기쁨이고 친구이고 위안을 주는 동료가 되었다. 이제는 너희가 성장하는 매 순간순간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을 유일한 행복으로 생각하고 있단다.
변호사로 성장해준 너희 엄마보다, 요즘은 너희가 더 자랑스러운 게 할머니 마음이란다. 할머니는 크리스틴과 하나의 손을 잡고 한국문화를 배우러 가는 일요일에 제일 행복하단다.
너희 손을 잡고 한국문화를 배우러 다닌 지도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그동안 너희가 없었다면 할머니는 쉽게 포기했을 것이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지, 이제는 조금만 움직여도 힘든 게 사실이란다. 그러나 너희가 함께하고 곁에 있어서 용기를 얻어 같이 하는 영광을 누린단다. 언제까지 할머니가 너희와 함께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너희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한다면 못하는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은 게 할머니 마음이란다.
할머니의 유년시절은 지금처럼 모든 게 풍족했던 시대가 아니었단다. 가난했고 무서웠던 시절이었지. 할머니가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오고 이곳에서 할아버지를 만나 너희 엄마를 낳고 연방정부에서 직장을 갖고 일할 때까지도, 조국은 혼돈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단다. 할머니는 그 어려운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단다. 그때 포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지금 너희와 함께하는 ‘국악’이란다. 너희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두드리는 설장구소리만 들어도 할머니의 심장은 두근두근 춤을 춘단다. 너희와  같이 소리 내고 함께 춤추면서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다시 너희 또래로 돌아간 기분이란다. 할머니를 너희 친구로 받아주고 함께해줘서 정말 고맙다.
할머니 세상은 너희처럼 많지 않기 때문에 주고 싶은 것도 많고 함께하고 싶은 것도 많은 게 사실이란다. 그게 다 욕심인줄알면서도 함께 장단 맞추고 춤추고 땀을 흘리는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크리스틴과 하나야, 할머니가 너희와 끝까지 가지 못해도 마음은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할머니와 같이 장단 맞추고, 춤추고 추임새를 넣으며 땀을 흘렸던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문화는 너희에게 주고 싶은 할머니의 선물이란다.그리고 꼭 너희와 함께 땀흘리는 순간을 갖고 싶었다.
사랑하는 크리스틴과 하나야, 할머니는 너희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할머니와 함께 땀 흘리며 나누었던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고맙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너희를 사랑한다. *

 

B040.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