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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 오루크 졌지만 이겼다”

공화 텃밭에서 거물 크루즈와 접전
전국구 스타 떠오르며 차기 대선 주자 반열에 

 

미 전역을 정치축제로 몰아 넣었던 중간선거가 끝났다. 텍사스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연방 상원의원 선거는 공화당 테드 크루즈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크루즈 후보는 4백 23만 3,184표(50.9%)를 얻어 4백 1만 6,058표(48.3%)를 획득한 민주당 베토 오루크 후보를 힘겹게 따돌렸다. 2년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테드 크루즈는 수성에 성공하면서 ‘잠룡’의 체면을 살렸지만 오루크 후보도 이번 선거를 통해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텍사스가 미국 보수의 아성, 공화당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에서 오루크 후보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을 3% 미만의 차이로 추격했다는 점은 오루크 후보의 선전으로 평가된다. 
달라스 모닝뉴스는 6일(화) 중간선거 결과를 전하면서 오루크 후보가 2020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에 패했지만 이미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오루크 후보의 참모로 3년동안 활동하고 있는 마리오 포라스(Mario Porras)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베토는 이겼다. 젊은 세대들을 일깨워 투표장으로 끌고 나왔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줄리안 카스트로(Julian Castro) 전 샌안토니오 시장은 달라스 모닝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에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 텍사스는 경쟁적인 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텍사스가 더 이상 공화당의 텃밭이 아니라는 뜻이고, 후보가 경쟁력이 있으면 텍사스에서도 민주당이 숨 쉴 공간이 있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오루크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이 민주당 진영만은 아니다. AP통신의 조사에 의하면 민주당 진영의 97%가 오루크를 찍었지만 공화당의 8~9%도 오루크 후보에게 한 표를 내줬다. 중도층에서는 단연 오루크 후보가 앞섰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이들 중 여자는 55%, 남자는 48%가 오루크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크루주 후보는 34%, 39%에 머물렀다.
두 후보의 득표를 지역별, 연령별로 분석하면 한국의 정치와 유사한 성격을 보인다. 농촌과 고연령층에서는 보수인 크루즈가 승리를 했고, 도시와 젊은 층은 진보적인 오루크 후보에 열광했다.   
특히 29세 이하의 젊은이들은 오루크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오루크 후보가 66%를 얻은데 비해 크루즈 후보는 30%였다. 반면 65세 이상은 61%가 크루즈 후보를 지지했다. 오루크 후보는 24%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오루크 후보는 달라스, 오스틴, 휴스턴, 샌안토니오, 엘파소 등 텍사스의 주요 대도시에서 모두 승리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텍사스 남부도 오루크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반이민 장벽으로 멕시코와의 교류를 막는 트럼프 대통령과 크루즈 후보의 정책에 대한 반대로 읽힌다. 국경 지역 많은 텍사스인들의 생활은 멕시코와 연결돼 있다.
이들 외 다른 지역에서는 크루즈 의원이 깃발을 꽂았다. 투표 결과가 표시된 텍사스 지도의 80% 이상은 온통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 색이다. 
텍사스의 정치색은 인종별로 뚜렷이 나눠진다. 한국의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의 정치 성향과 비슷하다. 백인들이 크루즈 후보를, 흑인과 라티노 등 소수민족들이 오루크 후보를 지지했다. 백인 남성의 70%와 여성의 64%가 크루즈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흑인 여성의 90%와 남성의 85%가 오루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남미 출신 미국인들도 오루크 후보에 환호했다. 라티노 여성의 72%와 남성의 58%가 오루크 후보를 찍었다.    
크루즈 당선자는 6일(화) 저녁 승리의 소식을 접하고 “이번 선거는 아이디어의 전투였다. … 텍사스 사람들은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많은 자유를 가진 미래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루크 후보가 전력을 다해 뛰었고 수백만의 사람들의 그의 말에 현혹되기도 했었다”면서 “나는 모든 텍사스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그들의 일자리와 안전과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말했다.
오루크 후보는 패배를 시인하고 크루즈 후보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는 엘파소의 많은 지지자들 앞에서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 우리 모두는 큰 일을 위해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간선거는 예년의 중간선거보다 뜨거웠다. 
달라스 모닝뉴스는 트럼프와 크루즈의 가족을 분리시키는 반이민 정책과 중남미에서 미국을 향해 몰려오고 있는 캐러번 등의 잇슈로 많은 사람들이 투표행렬에 가담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30세 이하의 젊은층과 히스패닉의 투표율이 치솟았다. 이들은 ‘반트럼프’를 외치며 트럼프 옆에 서있는 크루즈를 비토했다. 반면 이민 잇슈는 텍사스의 보수를 결집시키기도 했다. 크루즈의 지지자들은 유세기간 동안 “장벽을 세워라!”(build the wall)는 구호를 연호하며 미국으로 몰려오고 있는 캐러번을 격퇴시키기 위해 국경에 군대를 파견하겠다는 트럼프에 환호했다.  
달라스 모닝뉴스는 “민주당은 지난 1994년 이후 텍사스에서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지만 오루크는 한 세대에 걸친 (공화당 주도의) 이 흐름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평했다.                                       서봉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