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쓰는 달라스 사람들의 일기_삶의 파노라마]

 

눈도 귀도 마음도 가득 채워준 황홀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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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달라스 한인 종합예술제

 

불꺼진 무대 위에서 객석을 바라보았다. 텅 빈 객석에 환한 불이 켜져 있다. 주인공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지키는 것은 이제 텅스텐 조명뿐이다. 10분 전만 해도 환호하던 몸짓들로 가득 차 있던 공간은 텅 비어있다. 아쉬움과 감동을 동시에 감싸 안은 주인공은 삶의 무대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공연장은 언제나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게 있다. 조명이다. 객석에 불이 들어오면 객석에 앉아있는 모든 이가 주인공이고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면 무대의 사람이 주인공이다. 우린 이것을 묵시적으로 인정했다. 꼭 무대에서 열연하는 공연자를 주인공이라고 하지 않는다. 공연은 반드시 공연자와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행위이다. 아무리 좋은 공연도 관객이 없으면 아쉬움이 남는 것이고 객석의 수준이 낮으면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법이다. 공연은 두 주인공의 팽팽한 에너지가 충만할 때가 제일 좋은 공연이 되는 원리다.

 

제13회 달라스 한인 종합 예술제가 막을 내렸다. 역대 최대인원인 200명이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1시간 30분간 거침없이 무대에 발산했다. 미련도 아쉬움도 남기지 않으려 아낌없이 무대를 휘적고 다녔다. 침묵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화음으로 무대를 채웠다. 독무보다 군무를 택했고 무게 있는 주인공을 두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인 무대를 지향했다. 무대는 더없이 화려했다. 1시간 30분간 무대는 온통 총 천연색으로 장식했다. 가끔 무채색의 등장은 고향길로 안내하는 낡은 이정표 같았다. 진짜 오랜만에 마음껏 즐긴 시간이었다. 눈도 귀도 그리고 마음마저 황홀하게 채워준 멋진 시간이었다.

 

아쉬움도 남는다. 음향이 제대로 터졌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조명도 푸줏간 조명이 시도 때도 없이 내리 꽂혔다. 객석은 빈자리가 보였고 공연 중에도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이 뜻밖에 많았다. 팽팽한 긴장을 이끌 수많은 요소들이 제구실을 못했던 공연이었다. 그러나 그 단점을 덮고도 남을 훌륭하고 멋진 무대였다. 더 많은 관객이 같이 즐겼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제일 크다. 어쩌면 그게 달라스 한인의 정서 같아 더 씁씁했다. 아무리 좋은 공연도 관객이 없으면 맥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관객이 없으면 이런 화려한 무대도 무용지물이 된다. 출연진 중엔 한국과 킬린에서 그리고 LA에서 온 분들도 계셨다. 그러나 1시간이면 오고도 남을 수많은 한인들은 의외로 없었다. 얼마나 사는 게 죄스러우면 그 짬도 없을까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문화는 혼과 열이 담긴 영혼의 실체다. 우리가 외면하고 멀리하면 우리의 자손들은 접할 기회마저 상실한다. 텅 빈 객석을 바라보고 공연할 예술가는 없기 때문이다. 문화를 살리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숙제이고 몫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으로 참담하다. 오늘도 99%의 한인이 외면했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예술제에 3시간을 투자할 이민자가 단 1%미만 이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돌아서는 길에 오늘 화려했던 장면들이 곁 쳤다. 눈도 귀도 그리고 마음마저 황홀하게 했던 소중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얼마나 박수와 환호성을 했는지 온몸이 가을처럼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사진/글 _김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