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펠

가스펠 칼럼 엠마오 유감

2018.04.27 10:18

KTN_WEB 조회 수:3

엠마오 유감 

 

살면서 한번은 이스라엘에 다녀오고 싶었다. 시간과 기회가 닿지 않아서, 아니 사실은 게으름이 심하고 결단력이 부족해서 차일피일 미뤄오던 차였다. 이런 식으로 나이 먹다간 종아리에 힘이 빠져서 아예 거길 가보지 못할 듯 싶어서 용기를 냈다. 

다행히 이스라엘에 27년째 살고있는 지인이 있었다. 지금 홀리랜드 대학(The University of Holy Land)의 부총장이신 정연호 박사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서 열흘 정도 그곳을 다녀왔다. 정박사님은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Hebrew University)에서 황금송아지 연구로 박사학위(Ph. D)를 받은 깊이있는 학자이다. 사실 성지순례 가이드를 할 군번은 벌써 저만치 넘어선 분인데, 이번에는 손수 카메라를 메고 나서 주셨다. 황송한 일이었다.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면서, 성경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토론하면서 탐사 비슷한 여행을 했다. 문영주 목사님이 페북에 올린 시 몇편을 읽고서 ‘탐사’라는 표현을 써주었는데, 이 또한 감사한 일이었다. 진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쏘다녔기 때문이다. 

달라스에 돌아오니 글을 써야 했다. 칼럼 청탁은 받았는데, 성경이나 세상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그저 작금에 경험한 일이나 조금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이참에 이스라엘을 다녀온 이야기를 몇 번에 나누어 써볼까 한다. 쓰다가 나와 함께 독자들도 지치면 그때 가서 슬그머니 주제를 바꾸면 또 무슨 상관이겠는가 싶다. 
이제 첫 이야기를 풀어보자. 

드류신학교에서 역사철학을 가르치는 석좌교수인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의 책을 번역할 기회가 최근에 있었다. ‘지저스 스픽스’(Jesus Speaks)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었는데, 설교자가 읽으면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이 비교적 많이 들어있다. 번역하면서, 예수님께서 엠마오를 향해 내려가던 두 제자를 만나신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더랬다. 두 제자가 남자 두 사람이 아니라, 부부였다는 해석에서 시작해서 무릎을 칠만한 영감을 책에서 받았다. 그 책 이야기를 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니, 이쯤에서 방향을 틀자. 엠마오 이야기가 너무 인상깊었던 나머지 이번에 이스라엘에 가면 거길 꼭 가보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주일 아침에 정박사님과 함께 엠마오로 향했다. 다행히 예루살렘 부근에 성경 속의 엠마오로 지칭되는 곳이 있었다. 지금 그곳에는 가톨릭이 주관하는 기념교회가 서있단다. 차를 타고 가다보니,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겠다 싶다. 길 중간 어디에선가 주님이 끼여 들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엠마로로 같이 걸어갔다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만으로도 비싼 비행기 삯을 주고 이 땅에 올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거기 도착해서 생겼다. 가톨릭 교회라서 그런지 주일이라는 이유로 문을 닫아걸고, 열어주질 않는 것이다. 무슨 안식일이어서 문을 닫는 건 있을 수 있다쳐도, 주일은 열린 날인데 열지 않는다는 게 도시 이해가 안간다며 정박사님이 옆에서 뭐라했다. 하긴 아예 열지 않을 거면, 차라리 담벼락을 만들 일이지, 문을 거기 달 필요가 없지 않은가. 문은 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말이다. 

돌아나오면서 계속 툴툴댔다. 이솝이 말했던 것처럼, “저 포도는 분명히 맛이 실거야” 운운 하는 나에게 정박사님이 차라리 게제르에 가자고 이야기를 건네왔다. 갑자기 머리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농사월력’으로 유명한 게제르에 가자고? 거기라면 갑작스럽긴 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싶었다. 더구나 아얄론 골짜기에 위치한 고대의 중요한 성읍이었으니, 아침에 경험한 ‘거부’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방문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틀어서 남쪽으로 향했다. 쉐펠라에 놓인 아얄론 골짜기를 가로지르면서 게제르로 진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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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권 조이풀 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