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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 칼럼 게제르에서 (3)

2018.07.20 13:45

ohmily 조회 수:5

게제르에서 (3) 

 

아얄론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샛길로 빠졌다. 게제르로 들어가기 위해서 길을 갈아탄 것이다. 진입로에서부터 여긴 관광객이 오지 않는 동네라는 생각이 진하게 들었다. 우선, 들어가는 길에 포장이 전무했다. 겨우내 내린 비 때문에 길이 움푹 파여있고, 더구나 폭도 상당히 좁았다. 텔로 올라가는 입구에 주차장이 있는데, 이것도 무지하게 한심했다. 아주 작아서 큰 버스는 돌리기도 힘들어 보였다.

텔 위에는 이곳에서 출토된 농사월력의 레플리카(replica)가 놓였다. 진본은 이스라엘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몇 줄 안남은 고대문자를 히브리말로 옮겨서 거기 적어놨다. 간신히 히브리 말로 의미를 떠봤다. 문장이 죄다 ‘달’로 시작한다. 이 달에는 뭘 심고, 다음 달에는 뭘 하고… 워낙 이런 정보를 담은 판대기이니 그게 당연하다. 따지고 보면 우가릿(Ugarit / Ras Shamra)에서 발굴된 바알신화 또한 일종의 농사월력이었다. 이 땅은 척박하긴 해도 고대에 농업문화가 판치던 곳이었으니, 이런 정보를 담은 판대기는 반드시 필요했겠다.

실제로 이 판대기는 농사월력 이상의 가치가 있다. 말하자면, 쓰여진 글자 형태가 오늘 날의 히브리어와는 아주 다르다. 게제르의 농사월력은 주전 1,200년 경에 만들어졌다. 오늘 날의 구분으로 따지면 철기시대이고, 성경적으로는 사사시대 어간이다. 이때 가나안에서 사용한 히브리어 모양이 이렇게 생겼다는 걸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가 바로 월력이다. 그러니 히브리어 epigraphy 연구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자료이다.

우리에게 게제르는 익숙한 이름이 아니지만, 성경에는 그래도 여러 번 언급되었다. 우선 눈에 띄는 걸 살펴보자: “그 때에 게셀(게제르) 왕 호람이 라기스를 도우려고 올라오므로 여호수아가 그와 그의 백성을 쳐서 한 사람도 남기지 아니하였더라” (수 10:33).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이 라기스를 점령하려 하자, 게제르 왕이 도우러 나섰지만 결국 엉망으로 졌다는 기록이다.

여호수아가 게제르를 점령하고 나서, 이곳을 레위인 그핫 자손에게 주었다. 레위인은 원래 땅을 분배받지 못했는데, 그들이 거주하던 에브라임 지파의 땅 일부가 조금 주어졌다. 그런데 그핫이 받은 땅 중에 게제르가 들어있음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수 21:20-21). 기록을 보면, 게제르 성읍 뿐만 아니라, 목초지도 주었다고 하니 아얄론 골짜기(평원?) 가운데 일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텔을 빙돌아 가면, 솔로몬이 세운 성문과 성벽일부가 나온다. 누가 뭐래도 게제르의 지리적인 여건이 대단히 중요했으니, 솔로몬이 이걸 그냥 넘겼을 리 없다. 게제르가 확실히 이스라엘에 속하게 된 건, 솔로몬 시절이었다. 솔로몬은 해안평야 쪽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북쪽으로 올라가기 위해 게제르를 교두보로 삼았다. 성벽과 성문은 그래서 세워졌다. 불레셋도 그랬지만, 앗수르 또한 아얄론을 통해서 이스라엘에 쳐들어왔음을 기억하면, 이곳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지금 남아있는 건 일부지만 옛날에는 성이 아주 튼튼했겠다. 솔로몬이 만든 성문에는 방이 성벽과 면해서 양쪽에 세개 씩 전부 여섯 개가 들러 붙어있다. 밖에서 뚫고 들어오려면 여간 힘들지 않았겠다.

성벽으로 오전의 햇살이 넘실댄다. 이곳에 성문을 만들고 성을 보수했던 솔로몬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곳을 확실히 방비하지 않으면, 남쪽에서는 애굽이, 해안에서는 불레셋이, 그리고 북쪽에서는 앗수르가 이스라엘을 못살게 굴었을 것이다. 적의 입장에서는 이곳을 점령해야 산지를 먹을 수 있으니,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을 테고, 솔로몬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게제르를 분명히 지켜야만 나라가 안심할 수 있었다.

차를 타고 게제르에서 빠져 나가면서, 예의 비포장 도로에 다시 들어섰다. 이곳이 왕년의 역사에서 그리도 중요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잘 찾지 않는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단 말이겠다.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무엇인가. 어디에 길을 잘 만들어야 하는가. 온통 파여서 엉망인 길 위를 달리면서, 진실로 중요한 건 뒤로 하고 엉뚱한 것만 찾으면서 시간을 다 보내는 건 아닌지 갑자기 두려워졌다. *

 

김세권
조이풀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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