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펠

가스펠 칼럼 브엘쉐바에서 (6)

2018.10.12 09:58

ohmily 조회 수:6

샘플3.jpg

 

브엘쉐바에서 (6)

 

쉐펠라를 지나는 40번 유료도로를 타고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드디어 브엘쉐바에 이른다. 재미있는 건, 네비게이션 앱이 경찰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려준단 사실이다. 미국에서 그런 걸 보지 못해서 무지 흥미로웠다. 오늘 날은 기술이 발달해서 사람이 과속하면, 경찰이 지켜서서 경고하거나, 또는 네비게이션 앱이 말해줘서 속도를 조절하게 해준다. 아주 옛날에 이 땅에서 사람들이 살다가 과속하면, 무엇이 그들의 속도를 조절했던가. 하나님이 역사 안으로 개입하셔서  빨리 가지 못하도록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앱에서 떠드는 히브리말이 들린다. 물론 알아듣진 못하지만, 지금 그분이 내게 속도를 늦추라고 말씀하시는 건 없나 잠시 생각했다. 하나님은 사람의 과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시지 않는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스케줄에 맞춰서 가기를 원하신다. 그게 삶을 제대로 사는 방법이다 싶다.

텔브엘쉐바에서 국립공원 자유이용권을 하나 샀다. 텔 입구에 있는 수도에서 찬물이 나왔다. 이런 사막에 찬물이라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찬물 한모금과 함께 더위를 무릅쓰고 텔 위로 올라갔다. 텔은 주전 8-9세기의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로 따지면 왕정 초기다. 아마도 여기 산 사람들은 유대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독립적인 왕이 다스리는 동네였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네게브 광야 한 가운데 이런 작지만 규모가 있는 성읍을 세웠다는 게 대단하다.

문득 정박사님이 묻는다. 하나님께서 왜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비옥한 메소포타미아를 떠나게 하셨을까? 다른 대답도 있겠지만, 광야에 서면 답은 한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비옥한 땅에서는 사람들이 절박하지 않다. 신도 여럿이다. 척박한 곳에서는 사람이 절박해진다. 하나님의 도움이 아니면 절대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을 구한다. 칼 야스퍼스(Karl Jaspers)가 말했듯이 결국 인간은 한계상황에서 하나님을 찾는 것 아닐까.

최소한의 삶의 여건은 과연 재앙일까, 아니면 축복일까? 최소한의 생존만을 담보하는 강수량은 의미가 있다. 브엘쉐바의 연간 강수량은 200 mm 남짓이다. 이 수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임계점이다. 이보다 비가 적게 오면, 그곳에 아무 것도 심거나 거두지 못한다. 양을 치며 뭔가 조금 심기도 했을 아브라함은 그야말로 생존이 간당간당한 곳에서 살았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에게, “네가 내 말을 들으면 복을 주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은 기복신앙과 상관이 없다. 이건 조금 더 가지겠다며 하나님을 향해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이 아니다. 하나님이 아니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사람에게, 절대적인 생존을 위해서 그분이 하신 말씀이다. 이런 한심한 곳에서 “네가 내 말을 청종하면 나는 네게 생명을 선물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하나님이 일부러 아브라함을 이쪽으로 끌고 오신 의도가 눈에 잡힌다.
아브라함은 거기서 헤브론을 왔다 갔다 했을 것이다. 아마 건기에는 헤브론에서 사람들과 어울렸을 것이고, 우기에는 이곳에 왔을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10월에 이른 비가 내리고, 겨울비가 12월에서 2월까지 온다. 이때가 우기이다. 비오는 철이면, 아마도 아브라함은 브엘쉐바로 양을 몰고 내려왔을 것이다. 네게브에서 천막을 치고 양떼를 돌보면서 아브라함은 매일 하나님을 찾았겠다. 그분이 돌보시지 않으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나님이 정말로 조악한 곳으로 사람을 부르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위에 올라서니, 정상에는 텔을 한눈에 보는 조망대를 세워놨다. 생긴 게 그저 그랬지만 무슨 상관이랴. 위에는 옛날 건물을 상상하면서 그려놓은 성 조감도가 있었다. 조망대 밑으로는 지하수조로 내려가는 굴이 있었다. 이곳이 건조한 지역이다 보니, 우기에 내리는 비를 보관하는 장소는 생존에 절대적이었겠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수조로 사용한 방이 여러 개 있었다. 바깥에서 비가오면 물이 유입되도록 하는 수로도 만들어 놓았다. 옛날 사람들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건 아니다. 삼천년 전에 여기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이러니, 말할 게 없다. *

 

 

김세권
조이풀 교회
담임목사

 

기독교에 관한 문의 또는 신앙 상담 문의는 214-714-1748
(조이풀 교회)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A058.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