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펠

[ 목회자 칼럼 ] - 안광문 생명샘 교회 담임목사

 

지금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한국에 계신 아버지가 췌장암에 걸렸는데 수술이나 치료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을 안 것은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낮고, 또 생존기간이 짧기 때문에 연말과 연초 바쁜 교회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2월초에 일주일의 계획으로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그때는 “어쩌면 이번이 아버지를 뵙는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당시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셨던 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아무튼, 하나님의 은혜와 여러분들의 기도 덕분에 췌장암은 작년 이맘때 이후로는 거의 진전되지 않았고, 그 사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신앙생활도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도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하면서 대장에 제법 크기가 큰 용종 두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용종을 제거한 다음에 일주일 내에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용종을 제거할 수 없었습니다. 미처 그 생각을 못하고 일정을 일주일만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담당의사께서 일년 내 용종을 제거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가 내년 2월인데, 그때는 평창 올림픽이 있어서 아무래도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고, 또한 비행기 표 값도 평소보다는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1월 초에 이번에는 2주간 일정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으로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무척 긴 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깜짝할 사이에 훅 지나가버린 것만 같습니다. 꿈을 꾼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에 도착하자 용종을 제거하고, 그 다음에는 부모님과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버지는 막상 본인이 그렇게 오래 살 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강원도에 계신 비슷한 연배의 장인어른을 꼭 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매제에게 차를 빌려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강원도로 가서 장인어른을 뵙고, 거기서 하루를 지내고 다음날 조금 무리다 싶었지만, 속초바다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그게 무리였는지 아버지는 결국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입원하게 됐습니다. 한때, 위험한 고비를 지나기도 했고, 담당의사께서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지도 모르겠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그 시간을 잘 넘기고 건강이 회복되어 제가 미국으로 돌아온 뒤에 퇴원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시간을 내서 어릴 적에 살았던 동네를 방문했습니다. 그렇지만, 아파트를 짓는다고 큰 길을 빼고 제가 꿈속에서도 생생하게 기억하던 모든 골목길, 가게, 어릴 적부터 살았던 집, 이 모든 것을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기억나는 축대를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이건 내가 국민학교 시절에도 있었던 건데” 오래간만에 옛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아파트를 짓는다고 모든 게 없어져 버린 거기에서 그렇게 버티고 서 있어준 그 축대가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저와 제 아내가 결혼하기 전, 20대 초반부터 자주 가던 성신여대 근처 분식집을 찾아 가 봤습니다. 다행히 그 분식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혼자서 그 분식점을 운영하시던 권사님은 그때보다 연세가 많이 드셨다는 것을 빼고는 여전히 거기에 그대로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다가 제 설명을 한참 들으시고 “부인이 키가 크신 분이죠?” 이렇게 저와 제 아내를 기억해 주셨습니다. 어느덧 이제 저희 아이들이 그때 저와 제 아내의 나이보다도 더 많은 나이가 됐습니다.  

마치 시간여행이라도 다녀온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과거와 향수는 그리움을 가지게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제가 어릴 적 살았던 동네가 그립고, 대학시절에 아내와 함께 갔었던 분식집을 다시 찾아가게 된 것도 그 당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또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그때는 바로 지금 2017년 12월이 또 그리워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주어진 지금이라는 이 시간은 가장 소중한 시간이고 동시에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다시 12월, 우리는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성탄절을 기다리면서, 바로 지금이라는 이 시간을 우리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이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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