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펠

가스펠 칼럼 ‘만년 시계’

2018.02.23 14:57

KTN_WEB 조회 수:8

‘만년 시계’ 

 

제프 베조스(아마존의 CEO)가 텍사스 산 속에 500피트 높이의 ‘만년 시계’를 만든다고 한다. 초침이 움직이는데 1년이 걸리고, 분침은 100년이 지나야 꿈쩍거린단다. 1,000년이 흘러야 뻐꾸기가 튀어나와서 소리를 낸다니 정말 느림보 시계가 아닐 수 없다. 시계를 만년 동안 움직이는 동력은 지구 어디에도 없으니, 밤낮의 온도 차이를 이용해서 기계가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 뿐만 아니라 장구한 세월 동안 망가지지 않아야 하니 부품도 내구성이 탁월한 것을 쓴다고 한다. 돈도 많이 든다. 총액이4200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만년을 기준으로 삼아 움직이는 시계라니, 흔히 생각하는 시간의 체계를 넘어섰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 이랬다. “사람에게는 장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이 시계는 장기적인 사고를 상징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한 뛰어난 장사속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구상만큼은 정말 참신하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삐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에서, 인간의 모든 불행이 고요한 방에 앉아서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고 했다. 한국적인 표현을 쓰자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이 문제를 일으킨단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눈코는 얼굴의 그것이 아니라 뜨개질을 할때 바늘에 걸리는 눈코를 뜻한다. 따라서 조용한 시간에 여유롭게 앉아서 뜨개질을 할 새도 없이 바쁘다는 의미이다. 하기는 뜨개질을 한다해도, 바쁘게 해야 하는 삶이라면 더 말해서 무엇하랴. 
모든 일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스피드를 따라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낙오라는 딱지가 얹혀진다. 디지털의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뒤쳐진다. 인터넷에 떠도는 급식체 표현을 보면 눈이 빙빙 돈다. ‘순삭하다’(순간적으로 삭제하다), ‘낄끼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 같은 줄임말도 모자라서 이제는 자음만 모아다 쓴다. ㅎㄲㅈ 이 뭔질 아는가? ‘핵꿀잼’이란다. 핵꿀잼이란 말도 모르는데, 이것 조차 줄여대니 따라가자면 숨이 찬다. 

쌍소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다음에 7일째는 쉬셨다면서 그 후에도 지금까지 쭉 쉬신다고 말했다. 신학적으로는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쉼을 강조한 것만은 귀담아 들을만 한다. 히브리말로 ‘하루’를 뜻하는 ‘욤’은 오늘 날의 24시간이 아니다. 하나님은 시간의 창조자이시니 그 위에 머물러 계신다. 시간은 하나님이 만드셨다. 이것을 쪼개서 조직한 것이 지금의 시간체계이다. 나뉘어진 시간 속에서 사람은  ‘빨리’를 외치며 시간의 단위를 소비한다. 시간을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님의 시간은 사람이 만든 시간체계를 넘어서 있다. 우리가 쪼갠 시간의 단위 속에서 매순간 허덕거리며 살면서, 그 안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시간의 의미를 찾기란 난망이다. 

흔히 세월이 흘러간다고들 말한다. 정말 그런가? 사실은 세월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강 속에서 우리가 흘러가는 것이 맞다. 시간은 그 자리에 그냥 있다. 역사라는 전체의 큰 그림인 시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이 속에서 사람이 흘러간다. 뭘 찾는지도 모르면서 바삐 흘러가는 사람이 있고, 삶에 던져진 존재의 목적을 찾으면서 여유롭게 흘러가는 이도 있다. 

이민생활은 바쁘다. 힘들게 자신을 굴리면서 시간을 아까워 한다. 그렇게 바삐 사는 목적은 잘 사는 데 있다. 진짜 질문을 던져보자.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 돈은 목적이 아니다. 잘 사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주객이 전도되어서 수단이 목적이 되면, 그때부터는 시간의 광풍에 휘말린다. 삶이 정신없이 돌아가다가 끝난다. 어떤 사람이 해변가의 보트 밑에서 낮잠을 자는 이에게 그랬다. “잠만 자지 말고, 나가서 고기라도 잡으라.” 고기 잡아서 뭐 할거냔 질문이 돌아왔다. “돈 벌어서 자식 공부 시키고, 좋은 집과 차도 사야지, 한심한 인간아.” 그런 다음엔 뭐 할거냔 질문이 또 돌아왔다. “그 다음에야 여유롭게 그늘 밑에 앉아서 쉬어야겠지.” 보트 그늘에 누워있던 사람이 웃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걸로 보이는가.” 물론 게으름과 여유는 구별해야 한다. 하지만 정신없이, 수단을 목적인 줄 알고 뛰어다니는 건 어리석다. 복음서를 읽어보면, 곡식을 잔뜩 거둬 놓고 기뻐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그러신다. “얘, 오늘 내가 너를 데려가면, 저 많은 곡식이 누구의 것이 될까?” 오늘부터라도 시간의 의미를 인식하고 조금은 더 여유롭게 살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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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권 조이풀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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