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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 칼럼 막벨라 굴 (9)

2019.02.08 11:02

ohmily 조회 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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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벨라 굴  (9) 

 

막벨라 굴을 나왔다. 이제 돌아가려니 했는데, 정박사님이 팔을 잡아끈다. 골목을 따라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려는데, 여군 하나가 길을 막아선다. 지금 시간에는 그리로 가지 않는 게 좋겠단다. 물론 안전을 염려해서 그런 거다. 이스라엘은 징병에 있어서 우리와는 또 다른 차원의 국민 개병(國民皆兵, Levée en masse 레베 앙 마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완전한 개병제는 아니다. 여성에게는 모병제, 남성에게는 개병제를 차등해서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다르다. 여성들도 똑같이 군에 입대해서 훈련받고, 나라를 지킨다. 뭐가 옳다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나라를 지키는 데 있어서, 이스라엘은 성을 구별하지 않는단 걸 말할 뿐이다. 하여간 거기 있는 동안에, 씩씩한 여군을 참 많이도 봤다.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후에, 한 백 여미터 정도 위로 올라가자 거기 아브넬의 무덤이 있었다. 다윗의 군장 아브넬이 여기 묻혔다. 그는 족장이 아니기 때문에 막벨라 굴로 가지는 못했지만, 다윗 왕조의 성지인 막벨라 근처에 묻힌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설명되는 사람이다. 아무튼 최후는 비참했지만, 아브넬이 엄청난 대우를 받았던 건 틀림없어 보인다. 이젠 끝이려니 싶었는데, 정목사님이 한군데 더 들리잔다. 막벨라굴에서 조금 기어올라가니 텔 헤브론 발굴 장소가 있었다. 좁다란 골목에 차를 세워놓고 유적지를 둘러봤다. 발굴터는 거기 사는 전문가가 아니면 찾지 못할 구석에 숨어 있었다. 아예 유적지 위에 정착촌 건물을 지었다. 1층은 건물없이 빈 공간을 만들어 놨는데, 그곳이 바로 텔 헤브론 발굴 장소였다. 주변을 둘러 기둥을 만들고 그 위에 세운 2층부터는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을 지었다. 물론 상업 건물이다. 재산권을 인정하면서, 발굴터도 보존하는 모습이었다. 텔 헤브론은 주전 2600 년 전 청동기 시대의 흔적이다. 이쯤이면 연대가 아브라함보다 근 600년이나 위다. 성경과는 관계없는 고대 가나안 사람의 거주지이지만, 대단히 흥미있는 곳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지금의 발굴터는 소박했다. 땅 속에 있는 걸 다 꺼내면 어마무시하겠지만 말이다.

 

내려가는 길에 차를 다시 세우고, 아브라함의 샘에 들렀다. 샘이 있는 곳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했는데, 올라가는 길이 제법 조악했다. 아랍 사람들 무덤이 놓인 곳을 지나서 오솔길을 지나자 드디어 샘이 보인다. 여긴 아브라함과는 상관이 없는 것 같고, 그냥 샘 이름을 그리 붙였다. 그래도 종교인들이 찾아 와서 정결례를 행하곤 한단다. 그곳에 주둔하는 군인들이 웃통을 벗고 거기서 몸을 씻는다. 다행히 미국 출신의 병사 하나랑 영어가 통해서 말을 섞었다. 무슨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정결례를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It’s just for fun 이란다. 더워서 씻는단 거다. 종교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이곳에는 더 많다.

 

몸이 억수로 피곤했다. 차를 몰고 헤브론을 벗어나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올라섰다. 이른바 족장로에 다시 들어선 거다. 정목사님이 한참 올라가던 중에 갑자기 차를 세우란다. 뭔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이곳이 바로 에스골 골짜기란다. 에스골(포도)이라는 지명이 갑자기 떠오르질 않아서 물었더니, 이스라엘 열두 지파 정탐꾼이 가나안에 들어와서 포도를 가져간 곳이란다. 아차 싶었다. 이런 거야 말로 그냥 집단으로 버스타고 관광하면서 점찍고 다니면 알지 못하는 정보다. 하긴 암 것도 없는 길바닥에 차를 세우고, 포도밭이 보이는 골짜기가 에스골이라 하면, 그게 관광객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차량들 틈으로 뭔가 보였다. 몸을 바짝 숙이고, 가나안 사람에게 들킬새라 포도를 몇 송이 떼는 정탐꾼의 땀 젖은 모습이 순간 마음에 들어왔다. 그 옛날에 그들은 그렇게 조심조심 포도를 따서 동족에게 돌아갔겠지. 그들 틈에 섞여서 나도 말없이 한참을 우두커니 에스골 골짜기 길가에 서있었다. *

 

김세권
조이풀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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