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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펠 칼럼 헤브론 (2) 막벨라 굴

2019.03.08 09:23

ohmily 조회 수:1

헤브론 (2) 막벨라 굴

 

막벨라 굴은 겉에서 보면 더이상 굴이 아니다. 굴에 건물을 뒤집어 씌워서 커다란 회당을 만들어 놨다. 안에 들어서니, 유대교 서적이 가득 꽂힌 서가와 함께 회당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 깨끗하게 정돈된 것 같진 않고, 그냥 살아있는 날 것 그대로의 교회 모습과 흡사하다. 

막벨라굴 초입에서 만난 건 에서의 무덤이다. 성경대로라면, 이곳은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인 족장이 묻힌 곳이다. 여기 무슨 일로 에서의 무덤이 있단 말인가? 정박사님의 설명이 이어진다. 헤롯대왕이 에서를 여기 가져다 놓고 무덤을 만들었단 거다. 이유가 무엇일까? 헤롯은 에돔사람이었다. 피가 절반 섞였느니 하는 것도 물리적으론 뻥이다. 그는 순전한 에돔 사람이었고, 집안이 유대교로 개종했을 뿐이다. 헤롯은 자기 조상인 에서를 여기에 안장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을 거다. 물론 막벨라굴을 덮어 씌운 건물은, 헤롯이 유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지었다. 그는 겉으로는 유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건물을 지었지만, 결코 속은 그렇지 않았다. 권력자가 마음 먹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 그는 결국 에서의 유해를 이곳으로 들고왔다. 에서의 무덤을 이곳에서 봐야만 하는 유대인은 무얼 생각했을까? 로마시대 이스라엘 역사는 헤롯이 유대인을 속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아브라함과 사라의 무덤을 거쳐서 막벨라굴 회당의 마지막 방에 이르면 야곱과 레아의 무덤이 있다. 다들 실제 무덤은 땅 밑에 있지만, 그 위에 조형물(마쩨바)을 만들었다. 조형물이 있는 방에 자물쇠를 걸어놓고 쇠창살 사이로만 보게 해놨다. 죽어서 육신은 땅 밑으로 내려갔는데, 커다란 마쩨바로 자신이 묻힌 곳을 티내는 건 무슨 의미인가? 이미 흙으로 변한 육신이지만, 찾아오는 사람을 편히 맞지 못하고, 쇠창살에 갇혀서 맞이해야 하는 망자는 도대체 뭔가 싶다. 창살 사이로 보는 마쩨바는 별 감흥이 없다. 따지고 보면 무덤이 아니라, 막벨라굴이란 명칭이 지닌 무게가 중요한 거다.

레아의 무덤 앞에 여자 하나가 앉아서 기도하고 있었다. 야곱 쪽에서 기도문을 읽던 유대 남자가 다가와서 막벨라굴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자신은 랍비는 아니고, 정착촌에 사는 유대교인이란다. 정착촌에 목숨을 걸고 들어와 사는 유대인은 대부분은 종교심이 깊다. 뭔가 신앙적 확신이 있기 때문에 정착촌에 사는 거다. 그가 말을 잇는다. 건너편은 아브라함과 사라의 무덤이고, 이쪽은 야곱과 레아란다. 그건 아는 사실이니 건성으로 듣고 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이삭과 리브가는 무슬림 관리 지역에 있는데, 오늘은 무슬림 성일(금요일)이어서 열지 않는단 것이다. 정박사님에게 다시 묻자, 이삭과 리브가 무덤으로 가는 통로가 열려 있었는데, 지금은 폐쇄됐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말인즉슨, 이스라엘과 팔레스틴의 사이의 관계가 심각해지면서 통로가 막혔단다. 절기가 되면 서로 문을 열어서 예배를 함께 드릴 수 있지만, 평소에는 막혀있다고 한다. 사람의 다툼이 종교의 소통을 막을 때가 있다. 현실 문제가 우리 영혼을 건드린다. 실제로 종교는 그걸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며, 해소하지 못한다. 영혼이 현실에 끌려간다. 믿음은 분리를 더욱 강화한다. 하나님은 어찌 생각하실까? 문득 떠오른 물음이 마음을 때린다. 

이곳은 주후 638년부터 무슬림이 관리했다. 1967년 일어난 6일 전쟁 때 이스라엘이 여기를 점령했다. 전쟁 후에 유대인이 무슬림과 같이 굴을 관리했지만, 인티파다(민중봉기) 후에 달라졌다. 서로 갈라져야 하는 상황이니, 막벨라굴을 나눠야 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아브라함이나 야곱을 줄 수 없으니, 애매한 이삭을 무슬림에게 양보했다. 아브라함과 야곱 중간에 낀 이삭의 위상을 여기서도 실감한다. 내가 이해할 때는 이삭이 끝내주는 영웅인데, 이들에게는 약해 보였나 보다. 

유대아이들이 막벨라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서가에서 기도문을 빼내서 읽고 기도한다. 저 아이들은 여기서 무엇을 배울까?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족장의 삶에서 깊은 신앙적 영향을 받을까? 아니면 예리하게 잘라진 현실을 보면서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키울까? 알 수 없다.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한 소녀가 기도문을 읽는다. 가끔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리기도 하는 것이 영낙없이 신실한 성인 신자를 닮았다. 이렇게 해서 한 사람의 믿음을 가진 이가 탄생하는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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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권
조이풀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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