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피아니스트 송혜영의 음악 에세이]

 

연습실 밖의 연습, 음악적 근력을 위하여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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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제 15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보다 더 유명해진 프랑스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  소위 일반적인 ‘음악영재’의 삶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그의 삶은 처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의 탁월한 음악성과 예술적 표현에 대해 러시아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음악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스타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는11세가 되도록 피아노를 만져 본 적도 없었고, 우연히 모짜르트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이 후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17세에는 록밴드에서 기타를 쳤고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며 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다. 악보 보는 법을 몰라 듣고 외워 연주한 그는 20세에 본격적으로 다시 피아노를 시작하여 4년간 준비한 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출전한 것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 그의 삶은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에 비견되며 음악계의 괴짜라는 별명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그의 특별함은 괴짜의 삶이 아니라 때묻지 않은 창조성과 기발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그의 연주였다.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평소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하다고 느껴온 ‘음악적 근력’을 그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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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음악적 존재

학부모와 상담을 하다보면 자녀의 음악교육에 관한 다양한 이유를 듣게 된다.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것이 자녀의 인생에 유익을 줄 것이기에, 간단한 노래를 반주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어 봉사하는 수준까지 만이라도, 음악적 경력을 갖추는 것이 학교입학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어디 비단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이익이 그 뿐이겠는가. 하지만 음악이 자녀의 미래를 위한 대비나 유익을 추구하는 도구로만 정의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은 음악적 존재이고 음악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로 창조되었다. 인간고 음악에 대한 자각없이 진도와 경쟁에 이끌려 연습에 매달리는 것은, 시작부터 막다른 골목을 향해 질주하는 끝이 보이는 경주와 같다.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음악적 존재로서 자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 최대한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 주고 훌륭한 음악회를 찾아 다니며 음악적 교류와 각성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훨씬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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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연습, 소리 밖의 소리

좋은 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는 만큼 우리는 얼마나 우주의 고요에 귀기울여 보았는가.

소리 밖의 소리를 듣는 순간을 가져 보았는가. 오래 전 작고하신 러시아의 한 유명피아니스트는 매일 아침 피아노 앞에 앉아 한 음을 누르고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듣는 것으로 연습을 시작하는데 그것은 그에게 하루를 여는 아침기도와 같은 경건한 예식이었다. 소리와 소리 사이,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인지와 상상력 없는 연주는 무의미한 음표의 나열로 그치게 된다.  화가가 캔버스와 빛에 대한 이해 없이 색을 쓰고 건축가가 공간과 환경에 대한 측량 없이 마음대로 건물을 짓는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좋은 악기를 가지기 이전에 자신의 귀에 최상의 홀을 먼저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울림의 공간에 대한 상상과 심도 깊은 듣기 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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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시간

음악은 시간예술이며 음악가의 시간은 자발적이고 창의적이여야 한다. 어려서 침해받은 인간의 자율성은 좀처럼 회복되기 힘들며 구속과 억압의 흔적은 예술이라는 거울 앞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평소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메트로놈 사용을 금지하는데, 원래의 보조의 역할보다는 음악가에게 순간의 창조성을 억압하고 빼앗아가는 괴물로 변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전설적 대가들의 삶은 자발적이고 창조적 헌신이다. 창조와 자율의 바탕위에 규칙성을 가질 때 질 때 음악의 리듬은 생명으로 꿈틀거리고 음악은 곧은 결을 뿜어낸다. 타인에 의해 짜여진 스케줄을 따라 하루를 스스로 스스로 디자인할 수 없는 이가 생명력있는 연주를 해내기는 힘들다. 매 순간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스스로 생산적인 하루를 창조해 내는 힘을 기르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훌륭한 음악연습의 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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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송혜영

피아니스트, 음악박사

Weatherford College Artist in Residence

송혜영 피아노 스튜디오

www.hyeyoungs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