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피아니스트 송혜영의 음악 에세이]

 

연습실 밖의 연습, 음악적 근력을 위하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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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의 연마,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부터

음악적 존재로서의 자각과 시공간에 대한 확보만큼 중요한 것은, 음악을 위한 도구인 우리  몸과 악기에 대한 연구이다. 모짜르트의 생애를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에는 거꾸로 누워 장난스럽게 피아노를 치며 그가 유희를 즐기는 장면이 있다. 그 때문은 아니지만 나는 실제로 피아노를 비스듬히 뒤로 누워서 쳐보기도 하고 옆이나 위에 서서 연습해 보기도 하는데,  이러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기술적 난제에 대한 의외의 해답과 음악적 영감을 종종 얻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자세와 손모양을 소개하기에 앞서, 좋은 소리는 무엇인지 또 어떤 자세가 좋은 소리를 만드는지에 대해 스스로 실험해 보고 납득하는 과정을 거치게 해야 한다.  주입식 정보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스스로의 음악적 목적을 설정하고 자신만의 테크닉을 발견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자.

음악에 대한 사랑과 본질적 자각 없이 손가락의 관습이 이끄는 연주를 우리는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 연습 도중 아무런 감흥 없이 손가락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바로 그 순간 악기를 떠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아무런 의미 없이 손가락만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한 일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신의 몸과 마음, 악기를 사랑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좋은 음악을 생산해 내는 테크닉의 발전이라는 선순환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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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본질, 인간에 대한 이해와 확장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우주는 무엇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예술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추구와 인간에 대한 탐구가 없는 음악은 감동을 전하지 못한다.이차원적 공간에 남겨진 악보를 감정과 영혼을 담은 울림으로 표현해 내는 과정은, 작곡가를 한 인간으로서 깊히 이해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보이지 않는 작곡가와 깊히 교류하는 능력을 위해, 음악가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많은 경험을 해 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접해야 하고 양서와 미술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철저히 고독해 보아야 하고 모험해 보아야 한다. 헤세와 발자크를 읽고 쇼팽을, 리스트와 함께 괴테를 읽어 보아야 할 것이다. 드비시에게서 모네를 보며, 칸딘스키에게서 쇤베르그를 듣게 될 것이다. 자연과 삶에 대한 경외, 미술, 인문학, 역사, 천문학 등 타예술과 학문으로의 탐구로 연계되고 확장되어져야 하는 것이 진정한 음악연습이다. 음악 연습은 바로 문학과 종교, 삶과 죽음, 우주와 내가 함께 숨쉬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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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자신에 대한 믿음

연습은 영원히 끝이 없는 목표를 향해 자기 자신과 용감히 대면하는 일이다. 결국 선생도 부모도 아닌, 오직 발가벗은 자신과 음악만이 만나는 순간을 솔직히 기록해 낼 용기를 기르는 작업이다. 아무리 정제되고 훈련된 연주라 할지라도 결국 자기 자신에 도달하지 못한 연주는 듣는 이에게 감동을 전달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과 대면한 자만이 원하는 것을 직접 선택하는 하고 음 하나에 고유한 목소리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매일의 악기 연습은 하나의 벽돌을 쌓는 과정이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마음이며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어진 목표를 향해 부단히 나아가야 하는 고단한 여행이다. 음악가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연습했느냐가 아니라, 목표에 대한 선명한 추구,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인내와 집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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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삶의 창조와 나눔

위대한 음악에는 공통적으로 ‘무언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본다.  그것을 칭할 언어를 찾는다면 나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나은 언어를 찾지 못한다. 연습은 만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빚는 과정이다. 음악은 나누는 것이다. 연주의 행위는 평생을 소중히 단련해 온 것을 아낌 없이 쏟아 부어내야 하는 찰라의 축제이다. 한 순간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는 연습은 어느날 갑자기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자녀들이 훌륭한 음악회를 들을 수 있는 기회와 가정에서나 무대에서 음악을 통해 배풀 수 있는 기회를 아끼지 말자.

좋은 음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삶의 무대에 불이 꺼지는 날까지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아낌 없이 나누는 연습은 계속되듯이, 결국 삶이 음악이 되고 음악이 삶이 될 것이다. 삶을 음미하고 표현하고 나누는 모든 과정이 음악의 연습이며, 오늘 하루는 곧 음악의 무대이다.

 

음악적 근력을 위한 이 모든 연습은 아이가 좀 더 성장한 후에 시작해야 하는 연습이 아니다. 바로 오늘, 아이의 첫 레슨에서부터 반드시 소개되어야 할 내용이다. 우리는 자녀를 어른의 정보를 받아 먹기만 하는 존재로 키워서는 안 된다.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근육을 길러 주어야 한다. 창조적 존재로 키워야 한다.

음악을 배우는 길은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의 과정이며, 그 싸움을 이기는 힘은 오직 음악의 위대함을 경험할 때 스스로 생겨난다. 우리 자녀의 음악이 도달할 곳은 대학입시나 콩쿨이 아니다.  음악의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무궁무진하다. 아이들 스스로의 날개짓으로 그 광활한 세계를 모험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지혜와 인내가 교육자와 부모의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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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송혜영

피아니스트, 음악박사

Weatherford College Artist in Residence

송혜영 피아노 스튜디오

www.hyeyoungs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