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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희망을 잃어 나라를 떠난다고?

2018.04.13 11:14

KTN_WEB 조회 수:134

  손용상 칼럼 / 짧은 글 깊은 생각  

희망을 잃어 나라를 떠난다고?

 

근간, 희망을 잃어가는 대한민국 중.장년 층과 젊은이들이 ‘ 한국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일자리가 줄면서 청년층 해외취업도 크게 늘어 중장년층은 미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이민, 청년층은 우선 일자리가 모자라는 일본 취업에 눈을 돌린다고 한다. 미국 일본뿐이 아니다. 내가 아는 중장년들 중에는 작년부터 동남아의 인도네시아 싱가폴, 말레시아 태국 등으로 둥지를 옮겼고 이제는 필리핀 월남까지도 아예 보따리 싸서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3월29일 PenN이 분석한 외교부의 해외이주통계를 보면, ‘탄핵 정변’과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작년에 이민을 떠난 한국인은 1458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해외이민자 455명의 3.2배로 1년 만에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에 가장 많은 923명, 캐나다 207명, 호주·뉴질랜드 151명, 남미·유럽·아시아 국가들로 떠난 이민자가 177명이었다.
또한 올해 들어 외국으로 출국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중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해외로 출국한 인원은 280만 명으로 작년 12월보다 19%, 전년 동월 대비22% 늘었다. 올해 2월에도 전년 동월보다 3.5%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무부 통계는 여행을 목적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돼있다고 하지만, 2018년 해외이민자 통계가 아직 집계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이민과 해외취업을 목적으로 떠나는 사람에 대해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올해 1월-2월에 총 521만6217명이 출국하고 521만2953명이 입국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3264명이 해외에서 장기체류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은 과거 해외이민이 많았으나 급속한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으로 점차 이민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당초는 몇 백 명 단위였던 이민자가 1970년 전후로 1만 명 선을 넘었고 1974년-1981년까지 3만 명 정도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그 후 한국 경제가 좋아지자 한 때는 오히려 역이민이 성행했다. 그래서 1993년 8133명으로 다시 1만 명 이하로 내려왔고 지난 2016년 몇 백 명 단위로 돌아왔다가, 작년부터 다시 급격히 이민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큰 우려는  S기업등 국내 대형기업들이 혹 해외탈출을 할까 걱정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으로 간 이민의 역사는 1902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제국의 한인 102명이 인천항(당시 제물포항)을 출발해 1903년 1월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이들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취업이민을 떠났다. 1887년 조선과 미국의 통상수호조약이 미국 이민을 가능하게 했고, 당시 기독교 탄압에 압박받던 인천 내리교회 신자들을 중심으로 ‘자유’를 찾아 하와이 이민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확한 이민자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지만, 실제는 1962년부터 이민자에 대한 기록이 있다. 1962년부터 2017년까지 55년간 전체 이민자 116만8576명 중 미국으로 향한 자는 83만5407명(71%)에 달했다.
당시의 가난과 자유를 찾아 한 달 이상을 배를 타고 하와이로 간 조상들에 비하면, 지금 대한민국의 5060세대는 13시간이면 미국의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1948년부터 70년에 불과한 대한민국의 짧은 역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자신들이 더 이상 마음 둘 곳이 없어 이민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은 서글프다. 기업할 자유가, 연구할 자유가 줄어들고, 취업할 일자리가 아쉬운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다시 이뤄줄 선진국이나 개도국(開途國) 같은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자유가 있는 5060세대와, 좋은 직장을 가질 자유가 있는 2030세대가 집중적으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도, 또한 말릴 생각도 없다.말하자면 갈 놈은 빨리 꺼지라는 태도다. 왜냐면 ‘먹물’들이 불평하면 귀찮으니까. 요즘 보따리 싸는 이민자들과 백년 전 최초 이민자들과 비하면 과연 누가 더 비극적일까?
하지만, 글로벌 시대가 됐다고는 하더라도 타국은 타국이다. 내 나라에서 사는 느낌과는 차원이 다르기에 선뜻 해외로 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살던 나라가 어느 날 전혀 체제(體制)가 달라진 생소한  ‘발게 니라’가 될지도 모르는 현실에서는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빨리 모선(母船) 탈출을 도모하는 것이 차라리 현명할지도 모른다. *

 

손용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