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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엄니를 위하여

2018.05.11 09:15

KTN_WEB 조회 수:131

  손용상 칼럼 / 짧은 글 깊은 생각  

엄니를 위하여

 

5월이 되면 한국은 다들 바쁘다. 첫날이 노동절이라 ‘민노총’이 서울광장에서 소주 파티(?)를 벌여 월초부터 국민들 가슴에 염장을 질렀고, 이어 5일과 8일 어린이날 어머니날이 있었다. 15일엔 스승의 날이며 그리고 5.16이 있고 5.18에다 22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란다. 그러나 5.16은 잊혀 졌고 5.18은 귀신들보다는 유공자(?)들만 잔치하는 날이 되었다. 허나, 여기는 아메리카라 허접한 얘긴 다 빼고 낼 모레로 다가온 13일(일) ‘마더스 데이’ 얘기만 해야겠다. 뭐니 뭐니 해도 이 날만큼은 적어도 어머니를 챙기고 기리는 날임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뿌리가 실(實)해야 한다. 어디를 가더라도 나중에 객지 귀신은 되지 말거라”
이 말은 내 어머니가 생전, 병석에 계시다 임종 전에 내게 하셨던 말씀이다. 그럴게요. 엄마, 빨리 일어나요...그날 손 붙잡고 약속(?)을 했던 나는 아직도 그 말씀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아니, 거의 100% ‘객지귀신’으로 내 생을 마감할 것이다.

어느 해인가, 한 자락 인생 실패를 견디지 못해 당신을 찾았을 때, 암말 없이 머리를 감싸며 어깨를 다독여 주시던 어머니!  백 마디 말보다 그 따듯한 손 두드림 한 번에 그냥 눈물이 쏟아져 참을 수가 없었던 기억들… 당신인들 멍든 가슴으로 얼굴마저 꺼멓게 타 들어간 자식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그리고 병원에 혼자 계실 땐 얼마나 외로워 하셨을까. 그러면서도 임종하시기 얼마 전, 유난히 몸을 정갈하게 하시고 나를 불러 정색을 하며 한 말씀이 지금도 뇌리에 박혀 있다.

새삼 ‘어머니날’이 돌아오자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필이면 당신 가신 날이 5월의 첫 주라 더욱 가슴이 아프다. 아아, 그 날도 어머니께 살가운 위로 한마디 못 해드리고 병실을 떠나왔다. 그러고 얼마 후 당신이 떠나시자마자 훌쩍 도망치듯 이민선을 타버린 나는 그야말로 불효자식이었다.
지난 유년의 채송화 같이 푸르던 시절과 그 이후 청년기의 햇볕과 중 장년의 무더웠던 시절을 한恨))으로 남긴 채, 이 밑도 끝도 없이 광활한 미국 땅에 발을 붙인지 햇수로 어언 4반세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평소는 어머니를 잊고 살다 5월만 되면 그리워진다. 그러나 이제, 아무리 천만금을 얻어 어머니를 등에 업고 싶어도 지금 그 분은 내 곁에 없다. 만 리 이역을 헤매면서 아직도 뿌리를 못 내리고 있으니 그 불효의 한을 어쩌나. 모든 이들이 어머니를 기리는 날을 맞아,  짧은 자작 연시조 한 수로 금주의 칼럼난을 채우고자 한다.
 
당신 님 떠나신 날 먹墨 없이 써 내려간
현비유인顯妣孺人 모본모씨某本某氏 펜글씨 지방紙榜 한 줄
찬물로 한限을 씻어도
슬픔은 봇물 되고
 
술 한 잔 실과實果 몇 알 법도法度 잃은 상床차림
등燈 밝혀 향 피우고 부복仆伏해 고告하온들
불효자 독축讀柷 초혼招魂에
가신 님 다시 올까
 
나뭇잎 잎 새 마다 달빛으로 스민 넋
바람결 묻어오는 동백향冬柏香  엄마 냄새
무너져 내린 가슴엔
촛농만 똬리 지네. *

 

손용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