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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애봇(Greg Abbott) 주지사가 지난 7일(일) '피난처 도시 금지법'에 서명했다.[사진=애봇 주지사 페이스북]

 

애봇 주지사, ‘피난처 도시 금지법’ 서명

 

경찰, 9월 1일부터 이민법집행ㆍ체류신분증명 요구 가능

찬반 양론으로 텍사스 양분 … 갈등 폭발 기폭제되나

 

텍사스 그렉 애봇(Greg Abbott) 주지사가 지난 7일(일) 오후 6시 30분 페이스북 라이브로 ‘피난처 도시 금지법'에 서명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그가 이 법에 사인함으로서 텍사스의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존재 가능성은 이제 법적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텍사스 주지사로서는 처음으로 인터넷 라이브 스트림을 통해 법안에 서명한 애봇 주지사. 그가 서명한 ‘피난처 도시 금지법’으로 인해 경찰과 커뮤니티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돼 한인 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피난처 도시 관련 논란

 

피난처 도시란 일반 경찰이 이민법 집행에 협조하지 않는 도시다. 이런 도시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국경 장벽 건설과 피난처 도시에 대한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으며 또 법무부는 오는 6월 30일까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연방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강한 압박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연방 정부의 행보에 대해 피난처 도시들은 즉각 반발했다. 5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뉴욕시, 캘리포니아, 시카고, 뉴올리언스 등의 시장들은 “맞서 싸우겠다”라고 한목소리를 내며 시민들을 더 확실히 보호할 자구책을 찾고 있다. 
하지만 북텍사스의 대표적 도시인 달라스는 피난처 도시가 아니다. 앞서 마이크 롤링스(Mike Rawlings) 달라스 시장은 지난 2월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달라스는 피난처 도시가 아니다. 비록 달라스 카운티의 ‘웰커밍 커뮤니티 정책’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연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애봇 주지사의 과거 행보

 

애봇 주지사는 피난처 도시로 미국이 들끓던 작년 11월 29일(화) “나는 주지사의 권한으로 ‘피난처 도시’에 주정부 예산이 돌아가지 않도록 힘쓸 것”이라고 그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또 다음 날인 30일(수) 그의 트위터에 “텍사스에서는 법을 준수하라. 피난처 도시란 없다. 더 이상의 논의도 없다.(Follow the law in Texas. No sanctuary cities. Period)”라는 글을 올렸다.
피난처 도시에 대한 그의 입장 표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날인 12월 1일(목) “텍사스는 피난처 도시나 대학에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다. 나는 피난처 도시나 대학을 스스로 천명한 곳에 대한 지원금을 삭감할 것(Texas will not tolerate sanctuary campuses or cities. I will cut funding for any state campus if it establishes sanctuary status.)”이라는 글을 올려 그의 입장을 재차 확인시켰다.

 

피난처 도시 금지법

 

5분 4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 애봇 주지사는 서명 전 “나의 집무실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이 곳에서 나는 법에 서명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 왔고 오늘은 피난처 도시 금지법에 서명하려 한다”고 영상을 시작했다. 그는 또 “우리 모두는 합법적인 이민을 지지한다. 합법적 이민은 미국과 텍사스 건설을 도왔으며 텍사스는 합법적 이민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어서 “불법이민은 다르다”고 단정했다. 그는 “불법이민은 위험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은신처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며 “피난처 도시 정책은 텍사스에서 용인되지 않을 것(It won’t be tolerated in Texas)”이라고 단단히 못박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내가 서명할 이 법이 바로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 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약 4분 15초가 지난 시점에서 법안에 서명했다.
피난처 도시 금지법은 오는 9월 1일(금)부터 발효된다. 이 법은 경찰관, 셰리프(Sheriff) 등 텍사스의 모든 법집행 공무원의 이민법 집행협조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은 물론 또 무단 보행이나 과속 등 사소한 법규 위반에도 체류신분 증명을 요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애봇 주지사에 따르면 피난처 도시 금지법을 따르지 않는, 즉 이민법 집행을 거부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행위로 형사 처벌을 받아 징역형에 처할 수 있으며 하루 최대 2만 5천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럴 경우 직급이나 임명·선출에 상관없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많은 반대 목소리 직면 

 

피난처 도시 금지법으로 인한 텍사스의 큰 혼란은 이미 예상된 바다. 법을 집행해야 할 경찰들부터 이 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봇 주지사의 서명 전 피난처 도시 금지법이 텍사스 의회를 통과하자 달라스와 휴스턴 경찰국은 달라스 모닝 뉴스에 “이 법으로 인해 경찰과 커뮤니티 사이에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텍사스 경찰국장협회도 지난 4월 28일(금) 제임스 맥러플린(James McLaughlin) 회장과 소속 회원들의 이름으로 달라스 모닝 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민법 집행은 연방정부의 의무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으며 “이 법이 이민개혁의 해답이 될 수 없으며 우리 텍사스 경찰국장협회는 텍사스 입법부가 이 법안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텍사스 경찰국장협회는 또 “이 법안은 텍사스에 해가 되며 우리 커뮤니티를 모두에게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텍사스 경찰국장협회는 텍사스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인 북텍사스의 달라스, 포트워스 알링턴은 물론 중남부의 휴스턴, 샌 안토니오, 오스틴 등 텍사스 주요 도시를 포함한 경찰국장들의 모임이다.
시민단체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 텍사스 지부(The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of Texas)의  테리 버크(Terri Burke) 대표는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텍사스가 아니다(This is not the Texas I know)’라는 글을 통해 “내가 아는 텍사스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숭상하고 이민자들의 가치와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Mexican American Legal Defense and Educational Fund(이하 MALDEF)의 토마스 산체스(Thomas Saenz) 회장은 “이 법은 엄청난 실수고 그 법을 주창해온 입법가들은 새가슴”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이어서 “MALDEF는 법정 안팎에서 텍사스가 애봇 주지사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것”이라고 애봇 주지사를 비난했다.

 

 

[KTN] 취재_안창균 기자, 다니엘 리 수습기자

 

ACLU의 텍사스 피난처 도시 금지법 관한 포스터.jpg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애봇 주지사의 '피난처 도시 금지법' 서명 후 "텍사스 여행 시 조심하라"고 SNS에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