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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풍연심(風憐心)’

2018.11.02 17:09

KTN_WEB 조회 수:25

‘풍연심(風憐心)’

 

가를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늦은 밤, 감 홍시 한 개 앞에 놓고 흔히 있는 전설 같은 옛 ‘이바구’ 한 자락 들어 보십시오!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나오는 '눈앞의 대상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말을 떠 올려 봅니다. 풍연심(風憐心)이란 말로서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한다” 는 뜻의 내용이지요.

 

옛날 전설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동물이 있었습니다. 이 기(夔)라는 동물은 발이 하나밖에 없기에 발이 100여개나 되는 지네(蚿)를 몹시도 부러워(夔憐玹)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지네에게도 가장 부러워하는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발이 없는 뱀(玹憐蛇)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뱀도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蛇憐風)하였습니다. 그냥 가고 싶은 대로 어디론지 싱싱 불어 가는 바람이기에 말입니다.

 

그런데도 바람에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고 볼 수 있는 눈을 부러워(風憐目)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눈은 그에 만족치 못하고, 항상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目憐心)했습니다. 그래서 눈이 그 마음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무엇인가요? 헌데, 의외로 마음은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전설상 동물인 외발 달린 기(心憐夔)’ 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일상을 살다보면 부러움의 연속일 수 있습니다. 공연장에 가면 잘생기고 능력 있고 재주 있는 연예인들을 부럽고, 파티장에 가면 비싼 외제차를 타고 와서 환대받는 능력자가 부러우며, 골프장에 가면 골프 잘치고 돈 많은 부자를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자는 권력자를 부러워하고, 권력자는 건강하고 화목한 사람을 부러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모다 외양만 보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정보화 내지는 지식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각 부문에서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엘리트라야 그만한 대접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자본주의가 성숙해지고 돈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통상적으로 돈 많이 버는 사람만을 능력자로 치부합니다. 돈의 위력이 커지면서 그 부작용도 속출하지만, 그래도 사람들 대다수가 ‘돈’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자책하고 ‘부러움’과 함께 공연한 질시를 하고 모략과 음모를 꾸미기도 합니다.

 

세상살이가 힘든 것은 이러한 분수없는 부러움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지위와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면서 늘 자신을 자책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지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상대를 상대적으로 부러워 하지만, 이는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번 쯤은 이 실과(實果) 맺히는 결실의 계절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지금 순간 잘 익은 홍시를 따서 퍼먹는 바로 ‘나’라고 생각하여 보심이 어떠할 런지요? 

 

결국 자기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이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일 것입니다. 원효(元曉)가 말했던가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보기와 느낌이 사람의 마음먹기에 비롯합니다. 흉(凶)함에도 아름다움이 있고, 순하고 부드러움이 악하고 거칠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결국 뭔가를 이루어 ‘해내는’ 지금 순간의 자기 자신이고 바로 ‘나‘ 입니다. *

 

손용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