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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상칼럼
‘홧김’은 메주 균도 죽인다

 

우리 속담에 “장맛이 나쁘면 집안이 기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괜한 속설이 아니다. 메주를 담가서 새끼줄로 엮어 벽이나 천장에 걸어두는데 그러면 집안의 온갖 미생물이 메주에 달라붙어 그것을 발효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집안에서 가족 간에 다툼이 잦다면 그 다툼의 홧김에 의해 메주 균이 죽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메주가 꺼멓게 되고 결국 장맛이 고약해진다는 것. 이렇듯 무서운 것이 ‘홧김’인데 잔뜩 화를 품고서 아기나 사람을 대하면 어찌 될까? 
  
 그래서인지, 싸움이 잦은 집에서 사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온몸에 부스럼과 종기를 달고 사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 순간적으로 얼굴이 새파래지거나 새하얗게 변하며 사고가 비정상적이 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즉 노여움은 찰나를 지배하는 것이어서 그 기운이 몸속에 축적되고 숙주로 남게 된다. 애들에게 생기는 부스럼은 어른들의 이런 독기가 평소 죄 없는 아이들의 혈관 속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허나, 살다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주든 아니든 간에 부지불식간 화를 내는 일이 적잖이 있을 것이다. ‘화(火)’..? 그게 무엇일까?  한자로 불을 뜻하는 ‘火’자를 쓰는 것을 보면 모두 나를 불태우고, 상대를 불태우고 그런가 하면 같이 있던 사람들을 함께 불태우는 것이 ‘화’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 ‘화’란 물건은 사람의 정신과 몸에 얼마나 심한 타격을 입히며 또한 그 앞에 서서 꼼짝없이 분풀이 당하는 사람들의 정신과 몸속에도 얼마큼이나 크고 치명적인 화(禍)를 입히는 것인지, 화(火)가 화(禍)를 부르는 그 진실을 알면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한 독일 학자가 인간이 내는 ‘화’에 대해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는 매우 섬뜩하였다. 극도로 화가 났을 때 입에서 나오는 공기, 그러니까 ‘홧김’을 비닐에 받아 농축시켜 보니 0.5cc의 노란 액체가 모였다고 한다. 이 액체를 돼지에게 주사했더니 돼지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그만 즉사해 버리더란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얘기인가? 홧김을 호박이나 오이 같은 넝쿨의 생장점에 대고 불면 생장점은 하루도 못가 이내 시들어 버린다는 실례도 있다고...또 화로 인해 뿜어지는 ‘홧김’은 실내 공기를 금방 독성화 시킨다고도 한다. 
   그러면 도대체 “화”는 왜 나는 것일까? 간단하다. 상대방의 생각이 내 마음의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화’”는 내 욕망의 좌절에서 기인 한다는 것. 즉 기대한 욕망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속에서 화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돌아다보면 지금의 내 조국, 그 사회가 이 모양이다.  이웃집 깡패가 폭탄을 들고 설치는데, 이런 건 막을 생각이 없고 그저 한 집안에서 서로 편을 갈라 ‘이놈이 저놈을 치니 저놈도 이놈을 치는 복수극’으로 ‘메주 균’이 죽어가고 있다. 마치 과거의 텍사스 활극을 보는 느낌이다. 보안관도 오기 전에 결국 우리는 화(禍)를 부를 것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 서로간의 사랑과 진지한 보살핌이 있어야 그 ‘힘’과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태초 조물주께서 그렇게 살아가라고 ‘사랑’과 함께 빵ㅡ즉 ‘욕망’을 주셨지만, 사람들은 ‘사랑’ 보다는 우선 그 ‘빵’을 얻기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가 ‘화(禍)’를 자초하는 것이 인생살이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빛이다. 왜냐면, 그것은 우리 몸을 치료하고 마음을 밝게 하는 광선이고 그릇된 욕망과 어둠을 소멸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