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미술]

[조재성 교수의 ‘인간주의 도시건축을 찾아서’ : 달라스(3)]

달라스 도시건축 답사기,웨스트 엔드

 

북쪽에서 널찍하고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 35E South를 따라 와코(Waco) 방향으로 차를 몰다 보면 왼편으로 달라스 다운타운의 웅장한 스카이라인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듯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국 내 어느 글로벌 도시 못지 않은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주는 풍경이다. 어느 도시든 지금의 활기찬 모습의 배경에는 형성기의 역사적 흔적과 건축물을 곳곳에 간직하는데, 달라스 역시 태동기의 원형과 텍사스 고유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개성있는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이곳을 ‘웨스트 엔드’(West End)라고 하는데 20세기 초 도시 건축의 유래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목적지 없어도 한가롭게 거닐며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웨스트 엔드’는 19세기말과 20세기초의 거리 분위기와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있어, 이 도시가 형성되던 시기인 근대의 옛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 여행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 지구에 들어서면 20세기초의 달라스 다운타운에 와 있다는 감상에 잠겨 이 거리를 스쳐 지나가듯 바쁘게 떠나지 못하고, 팝(pub)이라도 들러 라이트 맥주 한잔과 피자 한 조각을 먹으며 거리의 과거 분위기와 사람들로 붐볐을 그때를 회상하게 한다. 이 도시가 어떻게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도시건축 환경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는가? 그것은 루이스 설리반(Lewis Sullivan)을 필두로 하는 시카고 스쿨(Chicago School)의 건축양식에 영향을 받은 19세기말 20세기초의 근대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고, 새로 세워진 콘도나 오피스 건물들이 기존에 세워진 시카고 스쿨 양식을 침해하지 않고, 서로 조화되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스쿨의 특징인 붉은 벽돌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건물의 전면부를 기단부 -주요기능- 상단부로 나누어 질서 있게 창문을 배열한 4층 또는 5층 정도의 건축물들이 세워져 시카고 스쿨의 건축양식을 현대적으로 반영했음을 보여준다. 
근래에 세워진 건축물들도 주재료로 붉은 벽돌을 사용함으로써 따뜻하면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휴먼스케일을 적용하여 편안함을 갖게 했으며, 간결하면서도 질서 있는 창문의 배치 등은 20세기초 시카고 스쿨의 건축 양식의 영향을 계승해서 발전시키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모두가 더 멋지게 빛나게 보이려고 더 높이 고층화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도시중심부의 피로한 경쟁으로부터 벗어나서 아름다운 현재는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역사적 전통을 계승 발전함으로써 평화롭고, 안락한 현재가 가능하다는 교훈을 마치 비법처럼 일깨워 준다. 
시카고 스쿨의 건축유산을 음미하며 걷다 보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유명한 건축설계의 명제를 제시한 건축가인 설리반의 건축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웨스트 엔드’에서 마켓 스트리트(Market Street)를 따라 걷다가 로스 스트리트(Ross Street)를 만나 오른 쪽으로 돌면 바로 시카고 스쿨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이며 20세기 ‘초고층 건축물의 대부’라고 불리 우는 설리반이 설계한 건축물이 거기에 서 있다.(705 Ross Street, Dallas). 이 건물은 현재 법률 사무소로 사용되고 있지만 설리반이 설계한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무심코 지나치다 보면 볼품없는 오래된 붉은 벽돌의 3층짜리 건축물 같아 보이는데 바로 설리반이 달라스에 남긴 시카고 스쿨 건축 양식의 흔적이다. 

설리반의 작품을 마주보고 있노라면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태동을 알린 건축가의 역사적인 유산이라는 사실이 깊은 감회에 젖게 한다. 이 작은 3층의 벽돌 건물이 오늘날 ‘웨스트 엔드’의 도시건축 풍경과 거리경관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그대로의 모습 만으로도 후학의 가슴을 뛰게 하며, 숙소로 향해야 할 발길을 떼지 못하고 보고 또 보며 계속 휴대폰 카메라를 눌러대게 한다. 


이것이 바로 달라스 시의 ‘웨스트 엔드’를 거닐며 초고층으로 상징되는 경쟁주의, 물질주의, 초 고급화 만을 추구하는 비정하고 삭막한 고비용의 현대 도시에도 인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도시, 이런 도시는 역사적인 건축물의 보존과 전통적인 지혜의 현대화를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문득 이런 생각에 잠기면 위대한 건축가의 작품에 대해 겸허해지고, 그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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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엔드’의 시카고 스쿨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업무용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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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엔드’에 있는 시카고 스쿨의 외관을 닮은 콘도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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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스 설리번의 작품  705 Ross Street  Dal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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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조재성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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