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미술]

[조재성 교수의 ‘인간주의 도시건축을 찾아서’ : 달라스(3)]

달라스의 추억과 웨스트 엔드

 

21세기 도시 만들기의 이슈인 ‘지속 가능한 도시’는 생태환경 조성이나 테크놀로지의 제공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요소의 보존과 재창조가 있어야 이루어지며, 그럼으로써 비로소 우리가 살고 싶고 걷고 싶은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달라스 시의 시카고 스쿨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이 산재한 ‘웨스트 엔드’ 역사지구의 보존과 랜드마크로서의 재창조는 시 정부와 주민, 그리고 도시건축 전문가의 협력적 도시계획으로 만들어낸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시카고와 달라스 간의 거리는 958 마일에 해당되어 승용차로는 14시간 여가 걸리고, 비행기로는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일찍부터 육상교통으로 철도와 운하를 통한 해운 교통이 발달한 시카고는 물류 중심지로 성장을 거듭해 20세기 초에는 뉴욕의 뒤를 잇는 미국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성장했다. 시카고는 서부로 가는 관문 역할을 했으며, 미국 중서부 지역의 물류와 교통의 거점 역할을 하며 성장했다. 1893년 “세계무역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도시미화운동’을 전개한 시카고는 상업 도시로 급성장하게 된다. 이 ‘도시미화운동’을 통해서 시카고는 공원체계, 도시공원, 놀이터, 호수변 공원 등을 갖춘 오늘날의 현대적인 도시구조가 되었다.


이와 같은 도시성장을 배경으로 20세기 들어와 시카고 스쿨의 설계경향은 모더니즘 건축을 탄생시키고, 월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ous)의 바우하우스(BAUHAUS) 건축과 결합해 20세기 국제주의 양식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시카고의 성장은 중서부 지역뿐만 아니라 달라스에도 영향을 미쳐 초기 달라스 도시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0세기 초고층 구조물의 설계방식을 제시한 시카고 스쿨의 창시자인 루이스 설리반(Lewis Sullivan)의 건축세계를 통해서 ‘웨스트 엔드’는 초고층 경쟁을 벌이는 삭막한 달라스 시 중심부 분위기와는 동 떨어진 건물 디자인과 거리 문화의 분위기를 이루어 아름다운 엽서 속의 기품 있는 풍경으로 거듭났다. 


달라스가 도시로서 성장하는 출발지와 인접했기 때문에 ‘웨스트 엔드’에는 시카고 스쿨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그러므로 20세기 도시건축문명의 변화를 이끈 개척자인 설리반이 세운 건축물과 그 영향을 받은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건축물들이 도시의 독특한 가로환경을 만들어 이런 개성 있는 풍경을 즐기며 거리를 거니는 것도 도시건축 답사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웨스트 엔드’ 지구의 건물 외관은 철로 보강된 전통적인 벽돌을 쌓아 올리는 조적조 방식를 사용하여 세워졌고, 수많은 창틀들은 짜임새 있게 꾸며졌다. 하부 3층은 딱딱한 화강석을 정으로 매끄럽게 다듬질하여 마감하고 4층 이상은 평평하고 부드러운 사암을 사용하여 수직적으로 재질 느낌의 변화를 강조하였다. 외부장식을 거의 하지 않고 건물 전체 외관의 효과는 건축물의 전체 체적과 재료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 얻어지도록 만들었다. ‘웨스트 엔드’ 지구를 걷다 보면 저 마다 개별 건물들이 모여 거대한 이야기의 벽화를 이루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설리반 설계의 특징을 이루는 것은 고층 건물의 중간 부분을 단일한 존으로 취급하여 수평적으로 표현된 건물의 기단부와 상층부를 중간 부분과 대조가 되게 만드는 것이었다. 건물의 중간 부분은 창의 열에서 수직선을 강조하는 구성으로 만드는 수법을 고안하여 마천루 설계의 전형적이고 수직적인 입면구성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웨스트 엔드’는 오늘날에도 잘 보존되어 레스토랑, 피자가게, 커피숍, 바 등의 소매상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의 은은한 역사적 향취가 풍기는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에 손님들이 몰려 저녁 시간에는 좌석을 잡기 위해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복되는 삶의 권태에 지친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나 나만의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다락방 구실을 하는 곳이다. 이 지구의 역사적인 분위기와 건축물들은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그 이후에 세워진 호텔, 레스토랑, 콘도 등의 현대적인 건축물들의 설계에 지침구실을 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변해도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장소처럼 역사적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건물이 설계되었고, 건축물의 높이도 제약을 받았다. 엠가(Elm Street)를 걷다 보면 오래된 창고 건물과 새로 세워지는 아파트의 건축양식이 서로 어울리도록 건물의 외관, 높이, 창문 등이 디자인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웨스트 엔드는 도시가 과거를 빚어서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명제를 우리 가까이에서 착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역사적 건축물은 물론, 과거의 보행로임을 실감나게 하는 보도, 과거 그대로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벤치와 가로등, 이와 같은 거리 시설물들이 현재의 도시건축물 설계에도 반영되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이 낯선 도시공간에 뿌리 없는 이방인처럼 내던져져서, 각자 모르는 타인으로 무관심한 채로 거리를 바삐 스쳐 지나 가지 않고  서로의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 지나간 시간으로부터 이어져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살아온 삶의 채취가 친숙한 가로 풍경과 이미지에 담겨 축복받은 진정한 도시의 삶을 누리게 한다. ‘웨스트 엔드’같은 지구에서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서성거려도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도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는 곳, 밤늦게 돌아다니는 낯선 여행객에게도 친절을 베푸는 곳이다.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다양성이 넘치는 도시환경이 만들어져 살고 싶은 도시, 일상의 삶에서도 아름다운 인연을 맺는 ‘지속 가능한 도시’ 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의 랜드마크로서 ‘웨스트 엔드’의 역사적 분위기를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달라스 시의 노력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시에서는 건물 소유주에게 세제 혜택의 인센티브를 주었고, 역사지구 보존 프로그램을 통해 보행자에게 걷기 좋은 가로가 되도록 특색 있는 보도를 만들고, 가로 조형물 설치하는 등의 기반시설정비를 우선하였다. 무엇보다 '웨스트 엔드' 역사지구를 빛낸 것은 시민의 노력이었다. 랜드마크의 보존을 위해 건물주는 재산권 행사의 제약을 감수하는 노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각계 각 분야의 노력이 황홀하게 빛나는 ‘웨스트 엔드’ 역사지구를 만든 뒷심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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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조재성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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