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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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달라스 한인 응원단

 

최선을 다했으면 이젠 즐기자.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짐이 등과 마음에 붙어있었다. 뛰는 걸음마다 달라붙어 있는 무게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고꾸라지고 휘청이고 헛발이 잦았다.

누가 그들에게 족쇄를 채워 그라운드에 들이밀었는가. 조국의 영광을 위해 심장이 멈출 때까지 뛰라 했는가. 그라운드를 누빈 청춘들은 승패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수도 없이 겪어야 했다. 두 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패자에게 위로와 포옹이 아닌 냉소와 조롱을 던진 우리는 또 누구인가.

온 국민은 그들을 보며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기보다 휘슬이 울리자 죄를 뒤집어 씌울 누군가를 찾기 시작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허무한 결과가 나오자 분을 삭히듯 세상 모든 몹쓸 말을 동원해서 냉소를 퍼붓기 시작했다. 누구를 위한 힐책이고 간섭인지 모르겠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욕을 먹었고 다시 일어나 두 배의 투혼을 발휘했지만 또 욕을 먹었다. 두 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선수는 만신창이 되었고 우린 같은 편을 힐책하고 비난하는 12번째 선수가 되어있었다.
축구도 인생도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내 편과 반대편이 존재한다. 그리고 관계자와 심판이 배수진을 쳐야 비로소 성립된다. 이제 남은 건 박 터지게 좌충우돌 부딪치고 넘어지고 투혼을 발휘하는 것뿐이다. 우리 삶도 축구와 마찬가지다. 밀고 밀리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있는 힘을 다 소진할 때까지 투혼을 발휘한다. 뻔한 결과에 도전하고 길이 없는 길도 간다. 사람을 믿고 또 배신에 치를 떨면서 다시 믿는다. 그렇게 희로애락이 쌓여 삶이 되는 거다. 

지금 세계의 눈은 텔스타 18에 쏠려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운다. 축구는 스포츠다. 선수는 생과 사의 기로에선 전장의 병사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으면 승패와 상관없이 박수갈채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허탈해 있는 선수를 보며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와 누이들이 떠올랐다. 최선은 했지만, 만족할 성과를 못 내고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나 냉소와 힐책만 했지, 다가가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지 못했다. 그때 그들이 필요한 것은 책임이 아니라 칭찬과 위로였을 것이다.

축구는 승패를 떠나 즐기는 거라고 배운 적이 없었다. 오직 경기는 이겨야 한다고 배웠다. 인생도 즐기라 배운 적이 없다. 수단과 방범을 가리지 말고 결과가 좋아야 한다고 배웠다. 최선을 다했으면 “이젠 즐겨라~” “참, 수고했다”. 라는 사람 하나 없었다. 남의 눈에는 결과만 보이고 과정은 그리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삶도 축구 경기도 과정이 중요하다. 떳떳하게 최선을 다했으면 칭찬받고 박수받을 일이다.

다윗이 골리앗를 무너뜨린 투혼을 발휘한 그들에게 칭찬과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있어 행복했고 감사했다. 옆에 있으면 따뜻하게 감싸주고 등을 토닥이고 싶다. 우리 아이들 전진은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실패해도 꾸준하게 믿어주는 부모가 돼야겠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말해야겠다. “그래. 인생도 즐겨라” *

 

사진_글 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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