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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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_ 아동문학가 (장편 동화 : 팽이꽃. 붉은 하늘. 뉴욕으로 가는 기차. 비밀의 계단. 로봇이 왔다. 날마다 택시타는 아이. 영웅 소방관. 형이 왔다. 뿔 난 쥐)

 

글쓰기는 ‘호기심과 상상력’의 결합

 

글쓰기는 참 어렵다. 여기서 ‘글’이란 혼자 보는 암호 같은 것이 아니고 다수의 사람에게 보여지는 글을 말한다. 자신이 쓴 글이 대중을 상대할 때의 두려움이 첫째로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다. 그리고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는다는 두려움도 있다. 또 독자의 수많은 ‘리드’를 충족시킬 자신이 없다는 두려움이 제일 클 것이다. 글쓰기의 첫 번째 도전은 그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무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대중을 상대로 글은 쓸 수가 없다.

 

세상만사가 다 글 감이다. 그냥 지나치면 일상이지만, 그 일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입히면 글이 되고 사진이 되고 시가 된다. 글쓰기 첫째는 세상만사에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잘 쓰고 못쓰고는 차후의 문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 했다. 첫 글자를 스스로 생각해서 쓰는 습관이 글쓰기 왕도다. 한자 한자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된다.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글이 되고 나 아닌 다른 이의 감정을 두드리는 귀한 에너지로 승화한다.

 

아동작가 한혜영 씨는 1953년생이니 올해로 65세의 나이다. 대부분 장편 동화가 쓰인 연도가 2000년도 이후이니 생을 한 바퀴 도는 시점이다. 안주할 나이에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린 것이다. 어떤 열매가 열릴지 어떤 빛깔과 향기일지 알 수 없다. 그녀가 부지런한 농부라면 풍성하게 수확하리라는 확신만 할 뿐이다. 그녀의 고향은 ‘서산’이다. 태안반도의 시작이고 성스러운 곳이다. 대한민국의 땅 중 가장 복을 많이 받은 곳이고 산맥과 해변을 조화롭게 끼고 도는 비옥한 곳이다. 그곳에서 자라서 그런지 한작가 마음 밭은 비옥하고 넉넉해 보였다. 급변하는 현대사를 품고 살아온 그녀의 밭에 무엇이 남아있을지 우린 모른다. 오직 그녀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그녀의 동화 내용은 이 땅에서 일어난 일들의 기록이다. 플로리다에 사는 이민자답게 우리 이야기를 쓴다. 동떨어진 저 지평선 넘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웃의 이야기가 재료다. 현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이 있다. 거기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더한 글이 그녀의 동화다. 생을 한번 돌았으니 그녀의 나이는 이제 조등학생 정도이다. 막 세상을 눈 뜨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호기심으로 가득한 나이다. 그 순수하고 여린 감정으로 글을 쓴다. 어른 생각이 아닌 아이의 눈높이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머니가 읽어주는 이야기처럼 조용하고 사려 깊게 말이다.

 

우리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쓰면 된다. 주제는 상관없다. 그냥 쓰다 보면 방향이 가는 쪽이 있다. 그게 지향할 방향이다. 그곳에 호기심과 상상력을 더 하면 된다. 길은 길을 가다 찾는 것이다. 나서지 않고 다른 길은 만날 수 없다. 쓰다 보면 잠재된 능력을 볼 수 있다. 그곳에 닿는 마중물이 용기다. 나만을 위한 글일 수 있고 대중을 위한 글일 수 있다. 인류의 진화를 이끈 원동력은 글이다. 당신의 내면에 가득 찬 보물을 글로 써보기 바란다. *


 

 

사진_글 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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