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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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를 위한 2018 코리안 헤리티지 캠프

Korean Heritage Camp 2018 (오클라호마 Tulsa .주최 : 딜런 인터네셔널 Dillon International)

 

“나라가 못하고 이웃이 못하면 우리가 너희 손을 잡아줄게”

 

몇 해 전이었다. 교회체육관에서 ‘코리안 페스티벌’할 때다. 곱게 나이 든 백인의 손을 잡고 우리와 닮은 아이가 왔었다. 대여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사내애였다. 아이와 백인 여성은 얼핏 봐도 한국에서 입양된 양아들과 양엄마 사이가 틀림이 없었다. 뭔가 그리 신기한지 각 부스를 돌며 만지고 먹고 입고를 반복했다. 팽이도 돌려보고 제기도 차고 조금은 어색했지만, 색동한복도 입었다. 그리고 김밥과 떡보기를 먹고는 텅 빈 의자에 앉아 뭔가 얘기를 주고받으며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30분 쯤 앉아 있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그 모자에게 따뜻하게 다가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구경꾼처럼 맴 돌다 사라졌다. 나라도 다가가 동무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자책이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남아있다. 아마 한국에서 입양된 아들을 위해 물어물어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오셨을 그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마음이 못내 아숴웠다. 그리고 매년 그 모자를 행사장에서 찾아봤는데 끝내 다시 조우하지 못했다. 우리의 무관심에 마음이 상했는지 아니면 이곳도 저곳도 아닌 ‘경계인’ 이 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의미를 지웠는지도 모른다. 

이곳에 살면서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들은 보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내 이웃이고, 동네 마켓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미안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싶은 본능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도 쉽게  우리한테 다가오지 못한다. 우리 편도 아니고 그들 편도 아닌 영원한 이방이의 몫을 살아내는지 모른다. “하느님이 부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는 그들을 보우하지 못했다. 한국은 아직도 아이들을 구출하는 국가다. 1953년부터 시작된 해외 입양아 수출이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다.

‘각자의 운명대로 산다’는 무책임한 말을 주절대고 싶지는 않다. 나라가 못하고 이웃이 못하면 나라도 나서서 뭔가를 하고 싶다. 꼭 그러고 싶다. 달라스 국악협회(회장. 박성신)도 그런 사람들이다. 매년 시간과 자비를 내서 그들에게 다가간다. 올해도 ‘2018 코리안 헤리티지 캠프’에 참석해서 고사리 같은 손을 마주 잡았다. 5년째 보기에 서로 낯이익은 사이다. 그래서 더 반갑고 더 그리운 존재들이다. 손을 잡고 안아주고 우리 것을 보여주며 조금이나마 미안함을 더는 것인지 모른다. 그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여린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품어주지 못하고 나라가 보우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나선 것이다.

달라스 국악협회는 그들의 친구다. 친구이기에 2박 3일을 함께 웃고 울었다. 서로 힐링한 시간이다. 마주 잡은 손길로 온기를 나누고 가슴에 안아 체온을 나눈 사이다. 이젠 한솦 밥을 먹었으니 식구다. 같이 땀을 흘리면 친해졌으니 동무다. 이젠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관계다. 서로 헤어지기 싫은 연인 같은 관계다. 올해도 그들과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내년에 꼭 다시 만나자, 그리고 나라가 못하고 이웃이 못하면 우리가 너희를 따뜻하게 안아줄게” 라고 약속했다. 말로는 인류애니 하나님의 자녀이니 하며 자비를 베풀지만, 그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지 못하는 게 다수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고 가슴을 품어주는 이가 있어 조금은 덜 미안하다. 그런 사람이 있어 아직은 살 만한 거 같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그모자를 만나면 망설이지 않고 먼저 다가서리라 약속한다. *

 

사진_글 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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