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김선하 칼럼 미술관 가는 길

2018.08.17 09:32

ohmily 조회 수: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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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워스 Kimbell Art Museum ( From the Lands of Asia 특별전 )

 

미술관 가는 길

 

집을 나서니 새말간 하늘이 반긴다. 파란 하늘 가득한 뭉게구름이 “오늘은 어디 가십니까,”하고 묻는다. 오늘의 행선지는 달라스의 반대 방향이다. 작열하는 텍사스의 햇살을 피해 최적의 환경에서 피서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선 길이다. 음악 몇 곡을 챙겼다. 열심히 일했으니 오늘은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다. 눈 호강을 위해 1시간 운전을 감당할 수 있는 고생이다. 음악을 크게 틀고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닿는다. 오늘은 미술관이다.

후진 인생이지만, 미술관에 들어서면 재벌 집 큰아들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어디를 봐도 값비싼 것들로 가득하다. 값으로 따지지도 못할 것들이 종횡으로 들어차 있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기발한 예인의 재치가 넘치는 곳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작품의 작가는 살아생전에 영광을 누린 이가 별로 없다. 이름없는 도공으로 혹은 이름없는 화인으로 자신의 몫을 구도하듯 묵묵히 감내했던 인고의 흔적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안이를 위해 도구를 든 게 아니고 자신의 도구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소명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던 분들이다.

우리의 터전인 달라스 포트워스는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달라스에만 5, 알링턴에 1 그리고 포트위스에 3곳이 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지순례처럼 꼭 봐야 하는 미술관들이다. 오늘은 포트워스에 있는 두 미술관을 택했다. 작은 시골이지만, 최고의 미술품을 품고 있는 곳이다. 특히 킴벨 아트 박물관은 말이 필요 없는 곳이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는 곳이고 그 밖에 작품도 귀하디 귀한 것들로 가득 찬 곳이다. 그리고 분기마다 특별전을 하는데 올여름엔 ’From the Lands of Asia’라는 전시를 한다. 우리나라의 도자기와 탱화와 불상이 포함되어 있어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에서는 당신의 무딘 영혼을 흔들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물관에 갈 때마다 숨기고 싶은 감정이 하나 있다. 우리가 얼마나 메마른 삶을 살아온 민족인지, 사막에 살았던 민족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문명보다 더 초라한 유물을 남긴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조상들이 생활에는 충실했는지 모르지만, 삶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유물을 통해 알 수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일하려 가는 것은 ‘생활’이고, 아침에 일어나 공원이나 박물관’에 갈 수 있는 것은 삶이다. 우린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하는 불행한 DNA를 가지고 태어난 민족이다. 여름이 덮다 해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지천으로 깔렸다. 거기다가 박물관과 미술관은 일요일엔 무료다. 이 좋은 곳에 살면서 누리지 못하는 것은 삶의 무지다. 하루를 살더라도 노동자처럼 살지 말고 재벌 집 자식처럼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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