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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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강에 비친 달라스 Skyline

 

장롱에서 꺼낸 카메라로 달라스 야경을 찍다

 

 

가을이다. 영원히 오지 않을 거 같던 달라스에도 가을이 왔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의 감촉이 다르다. 더위를 피해 옴츠렸던 몸을 곧게 펼 때가 왔다. 우선 장롱 속에 곱게 모셔두었던 카메라를 꺼낸다. 그리고 전원을 켜고 메모리카드를 꼽는다. 이제 사진을 찍는 일만 남았다. 

 

요금 카메라는 픽셀이라는 작은 색점으로 사진이 찍힌다. 픽셀은 단순히 색점 만은 아니다. 픽셀은 땀과 발자국과 마침표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제 더이상 카메라는 사치품도 장식품도 아니다. 그냥 소비되는 공산품이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쓰고 버리는 물건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조된 카메라의 90%는 10%도 활용하지 못하고 장롱 카메라가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찍을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찍을 대상을 잃어 사장되는 카메라에 혼을 불어넣는 것이 열정의 땀과 발자국인 것이다.

 

장대비속에 달라스 트리니티강이 물을 품었다. 실개천이 드디어 강이된 것이다. 강물은 수심이 높아지면 밤마다 거울로 변한다. 강건너 풍경을 한 가득안고 유혹한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더라도 손맛을 느낄 기회다. 모기떼가 기승을 부려도 강건너 풍경과 마주하면 세상 짐 다잊고 넋이 나간다. 그 황홀한 순간은 그곳에 있는 사람만 느끼는 호사다. 사진을 잘찍고 못찍고는 다음의 문제다.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데 덤으로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으면 축복인 것이다. 사진의 첫번째 덕목은 발품이다. 발품이 부지런하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기는 시간을 담는 기계다. 찰나의 시간과 기억까지 함께 담는다. 달라스 트리니티강의 환상적인 거울 쇼는 이틀만에 끝났다. 자연의 시간은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가을이 얼마 남았는지는 가을 속에 들어간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푸르고 높은 하늘과 함께 찾아온 가을을 느끼는 것은 그 속에 들어간 사람만이 느낀다. 달라스의 가을은 훅 지나간다. 형형색색의 가을을 담는 카메라는 장롱 속이 아니라 당신의 손에 있을 때 가능하다. 카메라는  장롱속에 갇힐 물건이 아니다. 가을을 맘껏 느끼고 담기를 바란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찍고 자연을 찍으며 생애 최고의 가을을 맞기 바란다. *

 

사진_글 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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