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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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주 백예자.김경순 (앞 왼쪽) 방동분. 이순열.김경순(뒤 왼쪽) | 한국 국악협회 텍사스 지부 회원. 2018 코리안 페스티벌 부채춤 공연단.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구슬땀

 

목표가 부채춤으로 정해지자 모두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왜 그러냐고 어르고 다그쳐도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냥 노력도 해보지 않고 안될 거라는 원칙을 먼저 세운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부채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손의 악력으로는 도저히 펼 수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의 손은 가능하지만, 나이가 든 할머니들한테는 무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 중에 부채가 펴지지 않을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그랬다. 처음에는 부채에 아무리 힘을 주고 피려 해도 펴지지 않았다. 할머니들의 기우는 현실이 되었다. 안무를 익히는 것보다 부채를 접고 펴는 일이 급선무였다. 역전의 용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그 힘든 인생도 살아왔고, 자녀도 키워냈고, 외로운 적지에서 굳세게 살아온 지혜가 하나둘씩 나왔다. 그것을 시연하고 시연하며 지혜의 폭을 넓혔다. 힘으론 불가능하지만, 요령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요령도 연습을 해야 했다. 그냥 막연한 기대감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요령을 익히고 안무를 익히며 모두 구슬땀을 흘렸다. 젊은이들이 1시간이면 충분할 것을 ‘할머니 무용단’은 꼬박 이틀이 걸렸다. 그리고 진척이 더뎠다. 코앞으로 다가온 ‘2018 코리안 페스티벌’ 위한 할머니들의 몸부림은 처연하기까지 했다. 무대를 빛낼 내로라하는 팀에 비하면 초라하고 박력도 없지만, 의욕만큼은 타에 추정을 부러워할 팀이 되려는 의지는 하늘을 찔렀다. 그렇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애초의 목표는 아니었다. 새로운 뭔가를 꼭 이루고 싶은 의욕으로 뭉친 팀이다.

 

최 고령(백예자)78세, 그냥 서 있기도 힘든 육체다. 그런 몸으로 화관을 쓰고 몸통만 한 부채를 양손에 쥐고 접고 펴고 율동을 해야 된다. 누군가에게 식은 죽 먹기처럼 쉽지만, 할머니에게는 임계점까지 가야 하는 극기체험이다. 무대에 선다는 것은 책임이다.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위해 서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위해 한 몸 받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불가능과 기능의 차이는 마음에 달렸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불가능한 것이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의지와 지혜가 뭉쳐 가능하게 된다.

 

인생을 덤으로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은 고군분투하며 산다. 늘 불가능과 마주하며 산다. 그렇게 죽을 힘을 쓰며 사는 게 삶이다.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구슬땀과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지만, 한 번쯤 그 아찔한 곳에 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할머니들이 무대에 서는 것은 불가능했던 상황을 극복하고서는 인간 승리의 현장이 될 것이다. 기립박수가 아니라 무공훈장을 달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하고 싶은 것은 다리가 후들거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두근거릴 때라는 것을 잊지말자. *

 

사진_글 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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