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쓰는 달라스 사람들의 일기 _ 삶의 파노라마]

"의혈이 한강을 넘으면 역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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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중앙대학교 동문회

 

대학은 시대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유기체 같은 존재다. 암흑의 시대에는 횃불이었고, 빈곤의 시대에는 계몽의 선봉장이었고, 불의의 시대에는 항쟁의 현장이었다. 지금은 학문보다 직업을 위한 수련장이 되었지만, 30년 전후해서는 조국의 내일을 위해 피를 흘렸던 의혈의시대였다. 소수가 다수를 속이고 억압했던 시대에 그것을 바로 잡겠다고 분연히 일어선 것은 대학생이었다. 거리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전단을 뿌리며 항거했던 시대의 풍운아들이다. 피 끓는 청춘에게는 대학의 좁은 강의실은 삶을 배우는 장이 아니었다. 그들은 거리에서 선술집에서 사랑과 삶을 배웠다. 대학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했던 혜안의 장이었다. 4년이란 짧은 시간을 쪼개 혁명과 항쟁을 하고 사랑과 좌절을 하며 인생의 올바른 길과 도리가 뭔지를 되묻던 푸른 시절이었다.

 

`의혈이 한강을 넘으면 역사를 바꾼다.` 전설이 된 중앙대 정신이다. 그들이 4년간 흑석동에서 배운 것은 이 살아있는 정신이었다. 이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역사를 쓰며 사는 중앙대 동문은 이 표어 아래 한 몸 한뜻으로 뭉친다. 달라스의 대학 동문회 중 가장 오랜 역사와 끈끈한 정으로 뭉치는 것도 이 표어 아래에서 맺은 형제의 결의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번 맺은 결의는 시대가 바꾸고 장소가 바꿔서도 유효한 거다. 달라스에 사는 의혈의 형제들은 각별한 학연의 연으로 만나고 뭉쳐왔다. 친목을 다지고 서로를 격려하며 타향의 외로움을 달래는 타 동문회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중앙대 동문에 있다. 지역 사회를 돕는 활동이다.

 

달라스 중앙대 동문은 1년에 12번 모인다.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기 때문에 이젠 식구처럼 허물도 없는 사이다. 그 끈끈한 힘으로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행복한 삶은 함께 할 때만이 가능하다. 혼자 힘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이라면 함께 해야 지혜로운 것이다. 달라스가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가 될 수 있으려면 수많은 모임으로 다져져야 한다고 믿는다. 각 모임이 가진 장점과 올바른 방향이 이 사회를 좀 더 값진 곳으로 만드는 힘이고 가치다. 이 모든 것은 함께할 때만이 가능한 역사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희생정신 만이 이 사회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지혜가 될 수 있다.

 

 혈연과 학연과 지연을 어우르는 8도의 형제들이 산전수전 다 겪은 촌로의 모습으로 모였다. 아직도 심장을 뛰게 하는 몇 개의 추억과 단어를 함께 나눠 온 형제들이다. 모두 흑석동을 무대로 꿈과 사랑과 미래를 품었던 사람들이다. 이 사회가 그들에게 원하는 몫은 따로 있다. 후배들만 챙길 것이 아니라 지역을 위해 힘과 지혜를 받칠 때이다. 어른은 어른의 몫이 있고 지성인은 지성인의 몫이 따로 있다 . `의혈이 한강을 넘으면 역사를 바꾼다.’처럼 달라스 한인 사회의 역사를 바꾸는 몫이 그들에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몫을 충실히 담당하는 동문 모임이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글_김선하 | 사진_김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