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쓰는 달라스 사람들의 일기 _ 삶의 파노라마

여생이 우리에게 길을 묻는다면

 

김범중.jpg

  >>> 김범중

         21대 달라스 한인회장. 달라스 전직 한인회장단협의회 회장. Fencing Institute of Texas 펜싱수련생. K 실용음악 키보드. 드럼 수강생

 

 

10년 전만 해도 인간 수명의 기준선이 ‘회갑’이었다. 태어나서 만60이 되던 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성대하게 기념하였다. 환갑은 60갑자가 한 바퀴 돌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특별한 의미도 없고 기념하지도 않는다. 온 동네가 떠들썩하지도 않는다. 그냥 개인사의 한 의미일 뿐이다. 나이는 이제 특별한 관심사가 아니다. 지금은 삶의 질을 따지는 시대다. 어떻게 살아왔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여생을 살 것인가가 화두다. 60 전후해서 삶의 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가문과 가정의 역할에 억매여 살았다면 후반부는 개인의 삶에 가치를 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 화두를 솔선수범으로 보여주는 이가 달라스에 있다. 

 

그의 이름 뒤에는 늘 회장이란 칭호가 따라붙는다. 그냥 김범중 씨가 아닌, 김범중 전직 한인회장이 어울린다. 달라스 이민 초기부터 달라스에 살려면 한인사회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 중에 한 분이다. 그리고 1992년에 제21대 한인회장에 취임하면서 달라스 예술제의 전초인 `추석맞이 달라스 한인 대 잔치’를 열어 우리 문화를 주류사회에 알리는데 일조했다. 지금은 올드타이머 김범중 씨로 돌아와 우리 여생의 문제를 묻고 답하는 어른으로 솔선수범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리고 봉사하며 살았던 그의 선문답은 뜻밖에 간단했다. “여생은 경험을 채우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3년 전 치고 싶었던 피아노를 시작했다. 그리고 드럼과 키보드를 배운다. 만 60전과 180도 다른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킨 것이다. 익숙한 것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경한 것을 배우는 중이다. 어쩌면 그게 정답일 것이다. 익숙한 것은 자극이 약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한번은 꼭 하고 싶었는데 여유가 없어 미루어왔던 것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일이다. 그래야 삶이 풍부해지고 값지고 알차기 때문이다. 요즘 그가 열중하는 것은 피아노 드럼 키보드 그리고 펜싱 골프 등이다. 하루 24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완성하게 땀을 흘린다.

 

60 후에도 삶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그가 지혜롭다. 한 가지 일도 하기 힘든데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에너지가 부럽다. 어쩌면 그가 실천하는 삶이 우리가 본 받아야 할 정답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 "쉬엄쉬엄하세요!” 가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여생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원 없이 해보세요!" 가 정답이다. 추억을 되새김하며 살기엔 세월이 너무 길고 아깝다. 그처럼 육체와 두뇌를 조화롭개 활성화 시키면 더 부러울 것이 없다. 100세 시대에 대비해서 우린 끝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봉사의 나이가 지났으면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이 왔다는 뜻이다. 경험을 쌓아 한살 한살 먹는 여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꽃꽂이하던 글짓기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던 젊은 날 한이 되었던 숙제를 푸는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여분으로 주어진 축복의 시간은 신이 우리 시대에 베푼 사랑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사진_김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