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쓰는 달라스 사람들의 일기_삶의 파노라마]

“아재들, 새로운 세계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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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스 색소폰 동호회 | 지도교수(유지훈) · 회장(이정우)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여려진다. 사소한 일에도 코끝이 찡해지고 울컥한 것은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감정이 이끄는 삶을 살라는 몸의 명령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눈물겹게 살았으니 다른 삶도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아니다. 조금 천천히 그리고 다른 방향을 보라는 뜻이다. 나이 듦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러나 감정이 알려주는 길을 가지 않고 직진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몫이고 책임이다.

 

불협화음이 만연한 사회에 화음을 만들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반 백년을 넘게 산 아재들이다. 삶의 방향도 길도 다른 사람들이 화음을 위해 모였다. 그리고 이름을 지었다. `달라스 색소폰 동호회’ 14명의 회원 중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1인도 없는 동호회다. 30년 전 군악대에서 색소폰을 불었던 백용화 씨와 미8군에서 전문 연주자로 활동했던 유지훈 씨가 전부다. 지도교수를 맡은 유지훈 씨만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전문 연주자다. 그리고 다른 회원은 완전 초짜들이다. 초짜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깊은 울림을 주는 화음이었다. 묵직하고 진지한 중년의 소리였다.

 

나이도 실력도 비슷하기 때문에 눈치 볼 일 없는 동호회다. 성심껏 그리고 소신 있게 연주하면 끝이다. 못한다고 책망할 이도 없고 삑사리났다고 창피 줄 사람도 없다. 큰 성과를 내기 위해 목숨 걸고 하는 진검승부의 자리도 아니다. 서로 마음 동한 사람끼리 모여 같이 늙어가며 감정을 나누는 자리다. 못하면 도와주고 못 따라오면 멈춰줄 수 있는 모임이다. 실력보다 마음이 우선이고 책망보다 칭찬이 먼저다. 그들은 1주일에 한 번 만나 정을 나누고 실력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 그래서 더 정겨운 모임인지 모른다.

 

반백의 아재에게도 목표가 있다. 아직 빼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10월 28일에 있을 코리안 페스티벌과 11월 4일에 있는 제13회 달라스한인종합예술제의 큰 무대를 위해 화음을 다듬고 있었다. 서로 감싸고 격려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중이었다. 오직 그들만의 소리와 방향으로 길을 내는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리는 아버지의 목소리처럼 중후하고 정겹게 다가섰다. 표현이 어색한 아버지처럼 화려한 군무는 없지만 있는 힘을 다하고 있는 숨을 다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려왔다.

 

중년의 나이는 어딘가에 꽂혀있어야 하는 나이다. 운동이든 취미든 일탈을 강행할 때이다. 사춘기 소년·소녀처럼 가출을 강행할 용기가 필요하다. 숨이 짧으면 색소푼을 배우고 근력이 떨어지면 운동을 해야 한다. 그동안 살아온 세상보다 더 넓고 깊은 세계가 문을 열고 기다린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어딘가에 꽂혀라. ‘덕후`가 당신의 내일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색소폰 덕후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글/사진_김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