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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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맨 끝에 서 있다. 숨 가쁘게 달려왔다. 사생결단으로 달려오진 않았지만, 정신은 하나도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맨 끝날만 바라보고 달려온 시간이다. 다행히 상처 하나 없이 완주해서 기쁘다. 등수는 원래 포기한 것이고, 완주가 목표였으니 그게 하나만은 제대로 달성한 셈이다. 나 혼자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중간마다 물을 주는 사람이 있어 갈증도 해소했고 응원 소리도 들었고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도  받았다. 그 모든 게 네 덕분이다. 
여기까지 온 것은 내 덕이 아니고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축복이었다. 모두에게 머리숙여 감사할 뿐이다.

 

제34대 달라스 한인회가 마지막 행사를 치르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동안 숱한 업적을 낳으며 달라스의 르네상스를 선도했던 34대 한인회는 추억과 전설을 남기고 역사가 되었다. 한인회가 모처럼 올곧게 서 있었던 시간이었다. 급 발진도 없었고 역풍도 없이 순항했다. 역대 한인회처럼 요란한 빈 깡통도 아니었다.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능력을 보여주며 멋진 퇴장을 선언한 것이다. 멋진 출범 만큼이나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처리하는 품격도 보여주었다. 그래서 더 큰 아쉬움이 남는 건지 모르겠다. 

 

제34대 달라스 한인회 유석찬회장은 한인회의 기둥이 되어주었던 100여 명에게 감사패와 공로패를 전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달라스 한인회는 어느 한 사람의 능력으로 지탱하고 운영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능력 그리고 회생으로 운영되어 왔음을 시인하고 감사를 전했다. 달라스 한인회는 우리의 얼굴이고 자존심이다. 달라스 한인회가 올바르게 서기 위해서는 100명보다 몇백 배 많은 기둥이 필요하다. 몇몇 사람이 떠받들기에는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인회는 오늘 공로패와 감사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더 많은 사람이 하나의 기둥이 되어 세워진 공간이다. 해가 바뀌면  제35대 달라스 한인회가 출범한다.  우리의 몫은 하나의 기둥이 되어 힘을 나눠 갖는 것이다. 내가 한인회의 주인이돼야한다. 언제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앉아만 있을 것인지 되묻고 싶다. 우리가 바로 세우지 못하면 내 아들딸이 불이익을 당하고 멸시를 당한다. 작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다음 행사도 기약할 수 없다. 너무 많은 것을 줄 필요는 없다. 그냥 관심과 사랑 그리고 참여가 우리가 할 최선의 방법이다.

 

이제 잠시 멈춰 서서 지난 날을 돌아보자. 소중한 것을 제쳐두고 아무쓸모도  없는 무거운 짐만 짊어지고 있지나 않은지 말이다.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자. 가볍고 상쾌하게 출발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된다. 꼭 그렇게 출발하자. 가볍고 상쾌하게 출발하자.

 

사진. 글 _ 김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