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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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쓰는 달라스 사람들의 일기 삶의 파노라마 

 

또 다른 100년을 위해 당당하고 힘차게

 

첫발의 내딛음은 설렘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현실은 절망과 고통이었고, 끝도 없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곳에서 헤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밖에 없던 암흑의 시기였다. 늘 죽음 같은 고통을 등에 지고 고단한 삶을 영위하던 이들이 택할 것은 죽음과 체념밖에 없었다. 그 어디를 둘러봐도 지천으로 깔린 노다지는 보이지 않았고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단지 저 통한의 철책 밖 지평선 너머만이 그들이 꿈꾸는 신기루이고 유일한 비상구였다.

 

115년 전 지상낙원을 찾아 이 땅에 내린 한국인은 절망과 죽음의 경계에서 늘 싸워야만 하는 환경이었다. 말이 노동이지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노예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노동의 극한 경계까지 착취당하며 생존해야만 했다. 돌아갈 조국도 없고 섬겨야 할 조국도 없는 절망의 끝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있었다. 우린 늘 그분들의 희생 위에 서 있는 존재다. 우리가 누리는 안락과 평화는 그분들이 희생의 대가에 기댄 것이다. 미주 한국인에게는 그분들의 강인한 DNA가 이어져 내려온다. 쉽게 포기한 지 않고 쉽게 성장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땀의 결실로 이룩한 그들의 영토에 우리는 산다. 그들이 희생의 대가 위에 세운 희망의 영토다. 

 

미주에 거주하는 한인 수는 약 250만 명이다. 115년 전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노동자로 시작한 한인 이민사는 1세기를 지나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달라스에 거주하는 한인 수도 12만 명 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0년도에 국적기가 달라스에 왕래하며 한인 수가 급속도로 팽창하는데 일조를 했다. 기하급수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제는 어디를 가나 한인에 차인다. 수많은 음식점과 편이 시절은 한국의 어느 동네를 통째로 옮겨놓은 것처럼 넘치고 넘치는 수준이다. 또한 믿음의 땅답게 교회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모든 것이 불과 20년 안에 이루어진 결과다.

 

요즘은 어딜 가니 한인들을 만날 수 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도 살 수 있는 우리만의 영토도 존재한다. 무엇하나 부족한 게 없이 넘치고 넘친다. 우리가 사는 이 터전은 100년 전 그들이 꿈꾸며 왔던 이상향의 실제 모습일 것이다. 그들이 심지 않았다면 결코 따 먹을 수 없는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현실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과를 따 먹고 사과나무를 심지 않는 죄를 저질렀다. 달콤한 열매에 사로잡혀 사과나무를 심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100년을 생각하며 살았던 것처럼 우리도 100년을 내다보며 오늘을 사는 혜안을 발휘해야한다.

우리가 지금 심어야 할 사과나무는 분명 있다. 내 가족만이 따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라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바로 정치인이다. 그들이 없기 때문에 풍족하지만, 당당하지 못한 것이다.

 

사진글_ 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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