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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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파노라마 

 

사진으로 쓰는 달라스 사람들의 일기

 

 

마음과 손끝으로 전해지는 아름다운 전통

 

설이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제였는데 오늘은 우리 설날이다. 낯설지만, 우리의 설날은 이곳에도 존재한다. 아이들은 차이니스 뉴이어(Chinese New Year) 또는 (Lunar New Year)가 더 친숙할 수도 있지만. 수천 년 문화와 혼을 품고 대대손손 내려온 “설’ 날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안았으면 좋겠다.

 

설은 단순하게 설빔이란 좋은 옷 입고 맛있는 음식 나누고 전통놀이를 즐기고 조상의 혼을 기리는 날만은 아니다. 설날은 늘 새로움과 만나는 특별한 날이었다. 도회지로나간 형들과 누나를 만나고 먼 타향에서 힘겹게 사는 일가친척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그리고 성묘를 다니며 전설 속의 조상을 뵙는 날이기도 했다. 아무리 추워도 동네에 계신 위 어른들을 찾아뵙는 날이기도 했다. 그런 만남 속에서 우리의 미풍양속이 전해지고 삶과 정이 오갔다.

 

이곳의 설날은 참 가볍게 지나간다. 설빔은 고사하고 ‘떡국’도 못 챙겨 먹고 지나는 날이 많다. 그냥 생각 없이 지나치는 날이기도 한 실정이다. 거기에 전통과 문화를 논할 처지는 더더욱 아니다. 이곳에 살면서 아주 천천히 전통과 문화를 잃어간다. 그리고 그 빈틈에 서양의 단순한 문화가 들어선다. 문화와 전통은 없고 상술로 둔갑한 국적 불명의 축일이 들어찬다. 우린 그게 의미 있는 날로 착각하고 꼭꼭 챙기는 기념일이 되었다. 전통을 잃으면 ‘정체성’을 잃는 것이다. 말을 잃고 언어를 잃고 전통을 잃는다면 과연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한국에서 “영어’는 필수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글’은 선택이다. 한국말을 쓰고 읽지 못하는 ‘국적 불명의 문맹’이 존재한다. 겉 모습은 한국 아이인데 한국말은 못한다. 말은 못하니 전통과 문화를 논할 가치는 처음부터 없다. 그렇게 아이들은 성장하여 혼합되고 섞여 뿌리를 잊은 채 살아간다. 문화와 전통은 구시대의 고리타분한 유물이 아니다. 살아있는 정신이고 목숨받쳐 지켜낸 귀중하고 소중한 가치다.

 

38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학교는 이곳 아이들한테는 문화의 마지막 보루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문화와 전통 그리고 한글을 배운다. 38년 동안 마음에서 마음으로 그리고 손에서 손으로 문화와 한글을 가르쳤다.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차세대 지도자들이 이곳 출신들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교류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이젠 세대를 이끄는 지도자로 성장했다. 달라스 한국학교는 단순히 문화와 한글 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만남이 있고 그 만남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하며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오늘도 아이들은 한국학교에서 예절과 전통과 한글을 배운다. *

 

사진, 글 _ 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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