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재관의 영화읽기 철도원

2017.06.05 09:48

KTN_design 조회 수:15

[박재관의 영화읽기]

 

철도원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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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후루하타 야쓰오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화되기 전, 원작 소설은 일본 국민의 베스트셀러였으며, 또한 영화도 개봉되면서, 전 국민적인 영화라 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는 2000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국내 팬들에게 처음 소개되었고, 최근 2015년에도 재 개봉되었다. 

영화는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기차가 달려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홋가이도의 호로마이라는 시골 역의 오토 역장은 일생 동안 이 역에서 근무하며, 이 역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이 역은 탄광이 폐광이 되면서, 열차 이용객이 줄어들어, 곧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오토는 퇴직하는 날까지 어김없이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도 열차를 맞이하고 배웅한다. 또한 오토는 자신이 홀로 지키고 있는 호로마이 역 안의 작은 관사에 살면서, 매번 같은 일상을 보내지만, 항상 철도원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그는 가족들에게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 그는 결혼하여 17년 만에 ‘유키코’라는 딸을 얻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딸이 폐렴에 걸리게 된다. 이에 아내가 딸을 안고 도시에 있는 병원에 갔으나, 딸은 결국 죽고 만다. 아내는 죽은 딸의 시신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내는  "딸이 죽어서 돌아오는데 당신은 여전히 깃발을 올리며 열차를 맞는다"고 말하면서 무능력한 오토를 원망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아내마저도 병에 걸리게 된다. 결국 아내는 병원에서 자신의 임종을 맞으면서, “ 철도 밖에 모르는 남편을 내가 돌봐줘야 하는데”라고 하면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오토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느라 병원에 가지 못한다. 이런 오토에게 친구 센의 아내가 “ 당신의 아내가 죽었는데도, 임종에 오지 못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자, 이에 오토는 “나는 철도원이므로 집안의 사사로운 일에 울 수 없다"고 울음을 삼키며 대답한다. 즉 그는 철도원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위해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성실한 삶을 살아 온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스토리의 전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즉 오토가 역을 지키는 모습과 아내와 딸이 살아있을 때의 과거, 혹은 현재가 흑백과 칼라로 교차되면서, 시간적인 흐름을 평행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자 아이가 오토가 역에서 눈을 치우고 있는데 나타나서, 말을 건넨다. 그리고 그 아이는 오토가 역에서 기차가 들어오고 나갈 때, 하는 동작을 보여준다. 그렇게 장난을 치다가, 그 아이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인형을 떨어뜨리고 사라진다. 이에 오토는 그 여자아이의 인형을 주워서 분실물로 기록하며 간직한다. 그리고 오토를 찾아온 친구 센은 오토에게 호로마이 역이 예정보다 빨리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함께 리조트에 취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오토는 끝내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오토는 얼마 전에 한 여자 아이가 떨어트리고 간 그 인형과 똑같이 생긴 인형을 갓난아기였던 딸에게 사주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여자 아이의 언니라고 하면서 13살의 소녀가 오토를 찾아오게 되는데, 그 아이는 동생이 두고 간 인형을 찾으러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아이는 화장실에서 돌아와서 갑자기 오토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밖으로 나간다. 또 얼마 후에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오토를 찾아와서 그 앞에 왔던 두 아이의 언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여학생은 동생들이 미처 가져가지 못한 인형을 받으러 왔다고 말하면서 수줍게 웃는다.  이에 오토는 예쁘게 미소짓는 그 여고생에게 따뜻한 단팥죽을 대접한다. 그러자 이 여학생은 저녁을 준비해서 오토에게 차려 주고, 자신의 꿈은 철도원의 아내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오랜만에 아내의 향기를 느끼는 오토, 그는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아내와 딸을 죽게 했지만,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이 때, 오토가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나간다. 오토는 전화를 한 사람이 여학생의 할아버지라고 생각하여 손녀딸을 데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잠시 후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끊는다. 돌아보니 여학생이 자신의 역장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으며 경례를 하고 있다. 그렇다. 그 여학생은 다름 아닌 오토 역장의 죽은 딸 유키코였던 것이다. 유키코는 17년 후, 커 가는 모습을 아빠에게 보여주려고 이렇게 찾아 왔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오토의 관이 하얀 눈이 내린 호로마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떠나는데, 이 때, 기차의 기적 소리가 슬프게 울려 퍼진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너무나 슬퍼서 가슴이 저려왔지만, 한편으로는 감동이 밀려왔다. 예전에 이 영화를 보았는데도, 지금의 감동이 그 때보다 두 배나 더했다.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그가 인간적으로 너무 매정할 정도로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철저한 직업의식과 삶에 대해서는 느끼는 바가 컸다. 즉 요즘 세상에서 끝까지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위해서 몰두하는 오토의 모습이 정말 일본인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래서 이 영화가 아직도 일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감독은 이 영화에서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던지고 있었다.

 

 

박 재 관

-오리콤 광고대행사 부서장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임

-경주대학교 방송언론광고학과 교수 및 부총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