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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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산책 ]시인의 작은 窓

 

마켓스트리트의 마지막 정거장

 

“LAST STOP ON MARKET STREET”동화책을 아들부부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이 책은 앞뒤 표지까지 모두 12장으로 되었는데 페이지를 알리는 숫자가 없는 게 특이하다. MARKET STREET는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거리 이름이며, 그 곳에 작가가 살고 있다고도 한다. 그림책 최초로 2016년 뉴베리 상과 그림책의 노벨상이라는 칼데콧 명예 상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미국 아이들이 할머니를 부르는 많은 애칭 중의 하나가 나나(NaNa)인데, 매주일예배 후 나나는 씨제이(CJ)를 데리고 마켓스트리트의 마지막 정거장까지 간다. 오늘은 가고 싶지가 않아서 질문을 해대는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할머니. 아이 스스로 눈을 떠서 우리 주변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고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다. 

교회의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데 비가 옷과 코를 적시자 나나의 우산 속으로 급히 피하며 
-옷을 적셔가면서 왜 버스를 기다려야하지요?
-나무도 목마르거든. 저 큰 나무가 빨대로 물을 마시잖아,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는 빨대. 정류장에 서 있는데 아버지 차에 탄 친구가 손을 흔든다. 
-우리는 왜 자동차가 없지요?
-왜 자가용이 필요해? 연세 많은 미스터 데니스 운전사가 늘 마술을 보여 주는 불 뿜는 버스를 탈 수 있잖아.
버스에서 모두에게 큰 미소로 인사하는 나나를 따라 아이도 인사를 한다. 흔들리는 버스에 앉아서 콧노래 부르며 뜨개질 하는 나나. 
-왜 우리는 예배 후에 항상 가야 하나요, 친구들은 안 그런데. 
-난 그 친구들이 불쌍해. ‘보보’나 ‘선글라스 쓴 아저씨’를 결코 볼 수가 없잖아. 
아이는 버스 창문 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자동차와 자전거 타는 남자아이들을 보며 나나의 말 대로 바로 집으로 가는 친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점박이 안내견과 함께 버스에 오른 선글라스 쓴 아저씨께 자리를 양보하며 
-저 분은 왜 볼 수 없나요?
-본다는 게 뭐지?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귀로 본단다.
“사실이야 코로도 본단다.” 라고 하며 나나에게서 좋은 향수냄새가 난다고 말해주는 아저씨.
청년들처럼 아이도 음악을 듣고 싶었다. 마침 기타를 가진 분이 기타연주를 시작하고 선글라스 쓴 아저씨가 “눈을 감아야겠어.”라고 속삭이자 나나, 씨제이, 점박이 개도 눈을 감는다. 
멜로디를 따라 버스 밖, 도시 밖으로 나가서 아름다운 노을과 바다 물결, 하늘을 나는 새와 할머니가 안고 있는 유리병속 나비들이 달빛 속에서 춤추는 멋진 세상을 상상 속에서 본다.
음악이 끝나자 아이는 기타 아저씨의 모자에 동전을 놓는다.

마켓스트리트의 마지막 정거장. 버스에서 내리자 조각난 보도와 부서져 내린 문들, 지저분한 스티커와 낙서로 뒤덮인 유리창, 굳게 닫힌 상점들을 보고 나나의 손을 꼭 잡고 또 묻는다. 
- 어떻게 여기는 이렇게 항상 더럽죠?
나나는 미소 띤 얼굴로 비가 갠 하늘을 가리키며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단다. 늘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알아보지 못할 뿐이야.”(‘행복을 나르는 버스’에서 인용한 문장임)
때마침 무료급식소 위에 완전하게 둥근 무지개가 뜬 것을 아이는 보았다. 생각 없이 보았던 것들에서 항상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나나가 신기해서 다시 둘러본다. 버스가 코너를 돌아가고 깨졌지만 불을 켜고 서있는 가로등과 벽 저쪽을 지나가는 길고양이의 그림자가 보인다. 무료 급식소 유리창을 통해서 깨끗하지 않지만 낮 익은 얼굴들을 본 아이는 
-오기를 잘 했어요.
할머니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도 그래. 자 들어가자.”

할머니와 아이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나지만 그림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2016년에 8세 아동추천도서로서 <행복을 나르는 버스>로 출판되었다. 버스에 시각장애인과 탄 개를 “점박이 강아지”라고 번역한 부분이 조금 어색했지만 아름답게 번역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고 깨달았다는 후기다. 색종이를 오려 붙인 듯 한 그림이 흥미롭고 멋진 콤비를 이루며 스토리를 받쳐 준다. 동화 속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람들의 피부색과 연령층, 사물의 다양함을 그린 크리스티안 로빈슨은 ‘코레타 스콧 킹 일러스트레이터 명예상’을 받았다. 동화 속 그림의 중요함을 새삼 깨우치게 되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보여주는 삶의 의미도 깊다. 어린 내 손녀를 데리고 다운타운 슬럼가의 무료급식소에 갈 수 있을 까 생각해 본다. *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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