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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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거북이 걸음이지만!”

 

살롱 입구 유리문 안쪽에서 하디부부를 기다린다. 밖은 며칠 째 백도가 넘는데 주차장의 열기와 맞물려서 자동 건조기가 되어 버린 한낮. 온풍기처럼 불어내는 바람 따라 배롱나무의 빨간 꽃들이 몰려다니는 게 눈길을 끌어 밖으로 나갔다. 아뿔싸, 미안해라! 엄지와 검지로 주웠는데도 부서지는 마른 꽃. 주차장 턱진 곳마다 함께 모여 생을 마감하는 아름다운 꽃들. 
90대 운전자인 남편이 차문을 열고 아내의 손을 잡아준다. 이번에는 길을 제대로 찾아왔다고 환하게 웃는 하디부부. 구형 핸드폰이라 살롱약도를 텍스트로 보낼 수가 없었다. 내년이면 결혼 65주년이 된다는데 두 분은 아직도 소년 소녀 같다. 증손이 몇 명인지 묻자 손꼽아 세다가 서로에게 틀렸다며 하하 웃는 아름다운 황혼! “띠리릭~~” 미스터 하디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유행이 훨씬 지난 작은 폴더폰. 새삼스레 반가웠다. 

 오래전, 한국에서의 해프닝이 생각났다. 애완견 목에 작은 폰이 달려 있어서 장남감인가 했는데 혹시 잃으면 전화해 달라고 달았을 거라고 한다. 해가 바뀌듯 진화(進化-생물학적 용어지만)하는 전화기를 정신없이 따라잡을 때다. “구형인 막대기식 바전화기를 쓰면 냉장고를 가지고 다닌다고 해요. 슬라이드-밀기식도 잘 안 쓰고 요즘은 다들 폴더-접이식 폰을 쓰죠. 초등생에게 삐삐 대신 주려고둔 플립폰이 있어요.” 삐삐가 없어지고 난 후 공중전화 찾기도 쉽지 않다며 빌려주었는데 자판문자 사용법을 몰라서 한참을 쩔쩔맸다. 휴대폰이 널리 사용되기 전인 90년대 초부터 폭발적인 인기로 사용되었던 삐삐-무선호출기(pager). 그 때 사용되던 숫자들이 재밌다. 8255(8282)- 빨리오오. 0179-영원한 친구 1004-(나의)천사 등. 

 휴대폰의 키패드를 쓰던 엄지족 대신, 터치스크린 폰이 보급되면서 검지만으로 휴대폰의 다양함을 즐기는 검지족. 그 후로 스마트 폰의 모든 문자를 '말'로 할 수 있는 시대, 음성인식 써비스는 물론 ‘음성비서’에게 전화를 걸게 하고 문자를 보내라고 명령하는 세상이 됐다. 의사예약 컨펌에 약국도 텍스트를 보내니 80세 넘은 미국분들도 텍스트와 이메일, 사진전송 등, 스마트폰 사용법을 열심히 배우신다. 금방 잊고 다시 물으며 ‘거북이 걸음이지만 달팽이보다는 낫다’고 해서 웃었다. 한인사회도 여러 기관과 교회에서 폰사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2015년 통계에 의하면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 중 젊은 층은 페북-페이스북을 중장년층 이상은 카스-카카오스토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스마트 폰이 개인의 분신처럼 되면서 67개국 언어인 영어보다 더 많은 나라에서 사용한다는 이모지, 이모티콘과 신조어는 물론 음성언어대신 문자언어의 변화 또한 대단하다.    
<워라밸족 중에도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횰로족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치맥을 즐기고 오캄을 위해 한강 피크닉을 가며 다른 나포츠족처럼 저녁운동을 즐기고 가끔은 냉파족이 된다.> “일반적인 신조어”를 사용해서 직접 만들어본 문장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신조어가 이런데, 10대, 20대의 신조어, 줄임말 등은 이게 과연 한국어인가? 헷갈린다. 10대들 신조어 20문제 테스트 해 봤더니 빵점을 맞았다. 문찐-유행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남들이 다 아는 것을 모르는 사람인 셈이다. 
#G -시아버지를 빠르게 발음한 것,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갈비-갈수록 비호감, 시조새 파킹-시조새가 날아다니던 시절만큼 오래됨, 고나리자-잔소리하는 사람, 롬곡옾눞-폭풍눈물, 법블레스유-화가 나는 상대에게 법의 은총 덕분에 살았으니 앞으로 주의하라는 의미.
정말 못 말리는 신세대의 어휘들이 얼마나 많은지... 미국손님들과 예약 때문에 텍스트를 하다보면 ‘거북이걸음’으로 배운 90대 할머니가 다양한 이모지는 물론 손자한테 배운 텍스트용 약자도 보내신다. 배운 김에 젊은 용어를 쓰며 스스로 젊어지기로 했다. 남편에게 “낼아침은 우리도 냉파족이예요.” 냉장고의 것을 꺼내(파)먹고 음식준비를 안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말과 어휘들이 새로 생기고 살아질까? 전화기뿐 아니라 많은 것이 변하고 사라지고 없어짐이 점점 빨라진다. 그 가운데 아직도 유일하게 살아있는 말씀인 성경!  “나는 스스로 있는 자(I am who I am)”라고 출애굽기에서 밝히신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사40:8)고 하셨다. 영원히 살아있는 말씀! 그대로 믿게 하신 그 분의 은혜가 새삼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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