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김정숙 수필 人(사람)꽃

2018.10.26 09:14

ohmily 조회 수: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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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人(사람)꽃

 

 

생명 있는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듯 광폭했던 태양을 투정했던 마음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모처럼 보는 밝은 해가 맑고 곱고 고맙다. 못 말리는 간사한 마음이다. 지난 주 월요일 기온이 80도에서 40도로 급락하고 1914년의 42도 기록을 갱신했단다. 손님들도 연일 쏟아졌던  폭우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여름에서 겨울로 돌변한 기후를 염려했다. 눅눅한 집안에 서둘러 히터를 켜고 침대위에도 전기장판을 틀었다. 모기도 추웠는지 집안으로 스며들었다. 아들이 아마존에서 주문한 ‘GEEKERS'-모기 잡는 렘프를 집안 곳곳에 두고, 한 팔 길이 모기향스틱은 현관 앞에 꽂아놓았다. 그래도 식구들이 모기밥이 되자 자정에 ’네이버후드 워마트‘에 킬러스프레이를 사러갔더니 절판! 모기약이 필요한 서민이 어디 우리 뿐 이었으랴. 차를 돌려 대형 워마트로 갔더니 딱 3개! 싹쓸이 해왔단다. ‘모기박멸사’가 되어준 아들이 고맙다. 나무가 많아 ‘공원 집’에 사는 행복한 마음도 멀리가 버렸다. 근 열흘 햇빛이 없어지고 비바람이 부니 마음도 몸도 오그라져 버렸다. 요만한? 기후 변화에도 요동을 치는 몸과 마음이 부끄럽다.

 

 오래 전에 동생부부가 한국서 와서 일주일간 캐리비안 크루즈를 함께 했었다. 일에 쫒기고 매였던 내가 덕분에 호사를 했었는데, 그 제부가 건강이 악화됐다고 했다. 응급실을 몇 번 째 드나들더니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날, 결국은 세상을 뜨고 파주공원에 모셨다고 한다. 10년 전 새 파란 하늘아래 황금빛 은행잎이 자지러질 듯 고울 때 하나밖에 없던 남동생을 묻어야 했는데, 이제 또 한 가족이 떠났다. 외할머니를 비롯하여 부모님과 남동생, 두 사람의 제부까지 친정가족으로는 벌써 6번째 돌덩이가 가슴에 얹혀졌다. 


 갈 수 없는 마음은 오자매 단톡방에서 눈길을 뗄 수 가 없었다. 잘 모셨다는 소식을 조카로부터 전해 듣고 카톡을 올렸다. “일찍 가신 분들 대신 더 열심히 사랑하며 용서하며, 맺힌 것 없이 풀 것도 없이, 쥐고 싶은 욕심도 없이 살고 싶어요. 주어진 날이 언제까지 일는지... 육신은 육신이니 오늘은 다들 푹 쉬시기를 멀리서 기도로 안부를 대신합니다.” 다른 자매들의 위로가 이어지자 “... 엊저녁엔 우리 집에 두 아들네 식구 다 모여서 시끌시끌하게 보냈어요. 아기 00가 효손 노릇했지요. 이제 걱정들 모두 뚝 !! 그치셔도 돼요” 남편을 보내고 최고의 위로가 된 손자손녀들. 남보다 일찍 결혼해서 세 자녀를 둔 두 조카가 대견하다. “이 꽃 저 꽃 예쁘다 해도 인꽃(사람꽃) 만큼 예쁜 게 없다”고 말씀하시던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열 명이 넘는 손주, 스물이 넘는 증손을 돌봐주시면서도 내 강아지들이라며 늘 보듬으시던 할머니. 
큰 아들네서도, 올해 유독 단풍이 고와서 나들이했다는 사진과 손녀의 성경암송 동영상을 보내왔다. “애수께서 가야사대 네 마음으 다하고...주 너희 하나니므 사양하라..”발음도 제대로 안되는데 마태복음 22장 37절~39절 말씀을 졸졸 외운다.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라고 하더니 감사했다.       

 

 동영상은 거의 안 보는데 최근에 ‘가슴 따듯한 판사’에 대한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과속운전으로 법원에 가게 된 이민일세 엄마는 영어를 할 줄 몰라 통역사와 8살짜리 아들과 함께 갔다. 엄마가 설명하려는데 재판관이 아이에게 과속이유를 묻자 엄마는 과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한다. 네가 판사라면 95불과 60불의 벌금형과 무죄 중에 어떤 판결을 내리겠느냐고 물으니 잠시 생각하던 아이는 무죄를 선고하겠다고 대답한다. 네 조언을 참고해야 하는데, 판사인 내게 더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엄마는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서 돈을 함부로 쓸 수가 없어요. 벌금을 내야하면 엄마에게 스트레스가 될 거예요.” 


 8살 꼬마의 진지한 목소리가 80대의 프랭크 카프리오(Frank Caprio) 판사의 마음을 움직였다. 너는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니 착한아이구나. 하며 무죄판결을 하게 된다. 아들에게 그 말을 들은 엄마가 펑펑 울고 피고인의 생활고와 아들의 엄마사랑을 존중한 명 판결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 세상엔 엄마의 노고를 걱정하는 8살짜리 꼬마가 얼마나 있을까.  *

 

“의인의 아비는 
크게 즐거울 것이요 
지혜로운 자식을 낳은 자는 
그를 인하여 즐거울 것이니라.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
(잠 23:24-25)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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