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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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일석사오조! 켄턴의 벼룩시장을 가다

 

오늘은 J, G와 켄턴-Canton의 벼룩시장 가기로 한 날이다. J가 리포트처럼 써서 보낸 텍스트는 가장 편한 옷과 신, 물건 사서 담을 숄더백, 소액권 현금, 선글라스, 물 등을 챙겨서 7시 정각에 만나자고했다. 목요일은 친구, 금요일은 남편과 다녀왔고 토요일은 우리와 가기로 달포 전에 약속했다. 오밤중처럼 어두운 아침 7시에 총알같이 출발해서 I-20로 삼십분쯤 가니 아침잠에서 깨어나는 도시를 뒤로, 지평선 멀리 가을 들판을 감싼 아침노을이 복사 빛이다. 한 시간쯤 후 태양은 눈을 찌를 만큼 떠올랐고 Hwy64에서 Flea Market Rd.로 들어서니 주차 된 멋진 RV들이 반가웠다. 밝게 웃는 친절한 사람들. HWY64 Parking. 주차비 5불. 일찍 도착해서 입구 가까이에 주차할 수 있었다. 색이 다른 숫자로 빼꼭한 안내지도, 백 에이커 넘는 부지에 실내외 6000여개 점포가 있다고 한다. 좌석달린 스쿠터와 동력카트를 빌릴 수 있다.

 

 반 잰트-Van Zandt 카운티의 켄턴 벼룩시장은 1850년대, 매달 첫 번째 월요일에 지방법원이 열리자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법원광장에서 물물교환, 물건을 사고파는 것으로 시작됐다. 좋은 말을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으로 명성을 얻었고 말(horse)의 사투리 그대로 "Hoss Monday"라고 불렀다. 1940년대에는 돼지와 개가 더 많이 거래되었고 좋은 사냥개를 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자 첫 번째 월요일을 "Dog Monday"로 부르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다보니 1960년대에 부지를 따로 마련해서 "First Monday Trades Days"로 정식명칭이 되었고 각 주 월요일 첫 주말에 5,100여의 도시에서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큰 벼룩시장이 되었다.(위키페디아요약) 요즘은 인터넷구매로 많이 줄었지만 근처의 숙박시설도 명절을 앞두고는 2-3배 비싸진다고 한다. 12월은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열린다.

 

 이리 돌고 저리 돌아, 걸어도 끝이 없는 시장의 중고물건들. 크고 작은 야외 조형물, 누가 살 것 같지도 않은 각종 목재간판들, 뚜껑이 열리지도 않는 재봉틀, 색실마다 따로 감아 저장하는 아직도 예쁜 실꾸리장. 옛날 말 구루마의 큰 바퀴, 각종 골동품들, 그림액자, 빛바랜 사진, 가구, 집안과 밖의 장식, 온갖 문짝, 버림받은 동물박제와 가죽. 버터 만드는 골동품 통. 각종 부엌용품, 오래된 장난감과 인형들. 은퇴 경찰이 원달러 물건을 재미있게 팔고 각종 중고물건을 파는 그녀의 동창도 만났다.
Pavilon, Arbor등, 여러 채의 건물 안쪽은 복합 상가로 도시의 상점처럼 보석, 의류, 부츠 및 액세서리, 건강과 웰빙식품들, 수제 공예품, 침대용품 등을 팔고 있었다. 같은 물건인 스웨터는 샘스보다 비싸다고 했고 가격도 천차만별, 아마존과 이베이에서 사다 팔기도 한다고 귀띔해 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몰려드는 인파들, 전동휠체어, 좌석과 바구니가 달린 스쿠터와 아이들과 작은 개들, 짐을 함께 실은 동력 카트, 어깨에 멘 대형 가방들. 쌍둥이 아기들까지 가족과 친구 따라 나왔다. 인파에 떼밀려서 G를 두 번이나 잃었다가 겨우 찾았다.
구형아이스크림기계가 만드는 아이스크림가개, 코니덕은 물론 햄버거와 감자튀김, 레모네이드, 각종 간식들 또한 예외일 수 없다. 

 

부탁 받은 물건 살 목록을 써온 J와 G는 중고서점에서 책과 몇 가지의 성탄선물과, 접었을 때 물이 흐르지 않게 만든 이중우산, 즉석스프가루와 빵가루 등을 샀다. 
J는 수집가와 골동품 상인들과 이야기하고, 예술가와 장인들을 만나기도 하며 또한 사람 사는 맛을 즐기러 간다고 한다.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고, 저 소득층의 스몰비지니스를 돕고, 물건 재활용에 동참하고 ‘정크아점’으로 배를 불리고 걸으면 일석사오조는 된단다. 
작은 교회의 가난한 목사 딸로 자라 평교사로 일하며 아내요, 엄마로, 오남매를 신앙인으로 잘 키웠고 자신 또한 꾸준히 공부해서 박사와 전임교수가 되었지만 벼룩시장에서 편하게 어울리는 그녀의 삶이 아름답다. 
엄청난 신구물품이 쌓인 그곳에서 내 속사정을 들킨 듯 한 느낌은 무엇일까. 허접한 것 추한 것, 버려야할 것, 가지고 싶은 것 또한 이렇게 쌓여 있는 건 아닌지. 억수로 쌓인 중고물건 만큼이나 지난 세월의 무게가 무겁다. 한껏 부풀었던 마음이 갈아 앉고 살 것도 없었지만 사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수신인이 산타로 써진 빛바랜 빨간 우체통’ 몇 개가 중고장터 한쪽에 아무렇게나 놓인 것이 잊히지 않는다. 그 우체통에 산타에게 받기를 원하는 선물목록을 써서 보냈을 아이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고 있을까. 율전동 천막교회에서 목회할 때 안양 장바닥에서 좌판에 물건 놓고 팔던 분들에게 위로 받던 생각이 나는 날이다. *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   
(베드로전서 1:24,25)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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