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꽁트 하와이에서 생긴 일 (6)

2018.07.27 09:09

ohmily 조회 수:108

tiki.jpg

 

하와이에서 생긴 일 (6)

 

티키(Tiki)

 

롱보드에 배를 깔고 넘실대는 파도에 몸을 맡겼다. 태평양의 짠물을 한 됫박은 마신듯 머리가 얼얼했다. 레이가 보드를 조정하며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물켠 것은 생각지 않고 레이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난 왜 그럴까. 왜 레이만 보면 키쓰하고 싶은 것일까. 내가 레이에게 키스하려고할 때, 마침 그 때 큰 파도가 때려 내 키스의 욕망을 부셔버렸다. 달라스의 내 사무실에서 함께 일했던 캐시나 제니퍼, 그 예쁜 애들한테서는 단 한 번도 키스의 유혹을 느끼지 못했다. 레이는 서핑보드를 두 손으로 잡고는 두 발은 물속에서 끊임없이 물을 차내고 있었다. 몸은 백조처럼 우아하게,  두 발은 물 밑에서 끊임없이 헤엄쳤다.
 “레이는 서핑을 언제 배웠어요?” / “아버지가 그랬어요. 난 걸음마보다 수영을 먼저 배우고, 맨땅에서 보다 보드에서 평형감각을 먼저 익혔다고요.” / “그래도 아까 레이가 파도위에 섰다가 갑자기 파도 속으로 들어갔잖아. 물에 빠진거잖아요. 한참을 안 나와서 내가 파도를 뚫고 레이를 찾아 나섰다가 짠물 먹은건데....” / “Wrong! 천만에, 내가 왜 빠져요? 파도를 뚫거나 파도를 헤치고 나가면 안돼요. 파도는 그냥 타야해요. 파도에 몸을 맡기면 파도가 알아서 몸을 띠워줘요.” / “레이가 물에 빠진줄 알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 몰라주네. 근데 서핑이 그렇게 좋아요?” / “서핑을 할때 나는 바다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받아요. 바다에 오면 바다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그 또 하나의 세계를 즐긴답니다. 나는 바다와 육지에 속하는 이중인가봐요.” / “파충류처럼?”/ “맞아요. 바다의 세계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감동이 있어요. 파도는 바다의 숨결이예요, 서핑은 바다의 숨결과 같이하는 행위입니다.” / “레이가 여기 바닷가를 뛰어다니던 모습이 보이는듯하네. 어릴 때 얘기 좀 해봐요.”
 레이가 한국말을 하는 것을 보면 말 배우는 아기 같아서 귀엽다. 난 서핑이나 바다에 대해 궁금해서가 아니라 레이에게 말을 걸 고싶어 괜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내가 중학교 가지 전까지 우리 집은 바닷가에 있었어요. 아버지가 워낙 바다를 좋아해서 엄마하고 연애 할 때부터 바닷가에 살자고 늘 별렀대요. 내가 태어나자 아버지는 갓난아기를 안고 바다에 나가 바다의 신에게 아기 탄생 신고식을 했대요.” / “라이언 킹처럼 ‘바다의 여왕’ 신고식이었군요.” / “You are right. 그 후 틈만 나면 아빠는 나를 데리고 바다로 나갔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바다와 친하게 되었지요. 난 서핑에 금방 익숙해지고 아빠와 파도를 탓지요. 물속에서 한참을 놀다 나오면 엄마가 음식을 바구니에 담아내왔어요. 특히 엄마의 김밥이 맛있었어요. 김밥이 한국음식이라는 걸  안지는 얼마 안돼요. 김밥과 다꾸앙, 응~ 맛있어.”
 “다꾸앙이아니라 노란무라고 해”
 “아빠는 어디에 고기가 있는지 아는 사람같이 낚시를 던지면 고기들이 걸려나왔는데, 아빠가 생선을 손질하면 엄마가 잡은 고기로 스프를 만들었어요.”
 “매운탕이었겠지.” / “맞아, 매운탕. 되게 맵지만 맛있는 스프.” / “스프가 아니고 매운탕.”
 “Anyway, 아빠의 생선요리 솜씨는 하와이에서 유명해요. 아빠는 생선을 바나나 잎에 싸서 굽는 것도 잘해서 낚싯군들이 물고기를 잡으면 울 아빠한데 가지고 와서 요리를 해 달라고 했으니까. 주말이면 우리집은 늘 바베큐 파티장이었지요. 사람들로 북적이고 먹고 마시고 몇몇은 서핑을 하는거예요. 내 또래 친구들은 모래밭에서 달리기도 하고 레스링도 했지요.”
 “하와이 바다가 뒷마당이었네.” / “뒷마당 뭐야. 암튼 아빠는 서핑을 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먼저 알아야 된다고 하셨죠. 바람, 물결, 수면위의 파도 거리, 높이, 속도 이런 관찰을 해야하지요.” /  “서핑 하는것 어렵네.” / “아뇨, 어렵지 않아요. 바다와 친해지면 바다의 상태를 금방 알아요.” / “서핑하는 바다가 따로 있나요?” / “특별히 정해져있진 않지만 서퍼들이 즐겨 가는 곳이 있어요. 와이키키의 파도는 파고가 높지 않고 물살이 널리 퍼져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 알라모아나의 파도는 울퉁불퉁 거칠어서 서핑하는 재미가 있고, 여기서 조금 더 동쪽으로 가면 하와이 카이 비치가 있어요. 그 쪽 해안선은 위험할 정도로 세차기 때문에 스릴있어요. 와이키키보다 더 유명한 비치는 옛날 하와이 왕실사람들의 소유였던 하나우마 비치예요. 하나우마 비치의 파도는 부드러워서 보드에 서있기만 해도 구름같이 흘러갑니다.” / “와, 레이는 시인이다. 그런데 파도는 왜 생기나요?”
 “Don’t you know? That’s wind wave. 파도는 바람에 의해 이는 물결이잖아요. 바다 표면에서 발생하는 바람이 물의 표면위를 지나갈때 생기게 되지요.”  레이는 손바닥을 펴서 바다를 만들기도 하고, 손바닥을 물위로 스치며 파도를 만들기도 하며 설명에 열심이었다.
 “파도는 바람하고 친구입니다. 바람이 살살 불어오면 파도는 바람과 친구하기를 결심한듯 물결을 만들어요. 그리고 파도는 물밑 바위나 돌 하나에도 민감해요. 바위나 돌이 있는 곳의 파도는 거칠기 마련이지요. 고운 모래 위의 파도는 순하고 부드럽고...그래서 모험심이 발동하면 거친 파도를 찾아가지요. 여름 바다는 오하우 섬의 남쪽 해안이 좋아요. “ / “여름 바다라니? 하와이에 겨울 바다도 있나요?” / “알아요? 하와이는 두 계절뿐이예요. 11월부터 담 해 4월까지가 겨울인 셈인데 낮 기온은 80도미만이지요. 하와이의 겨울 바다는 차갑지 않아요.”
 레이는 정말 하와이의 비치를 잘 알고 있었다. 오하우 섬의 해안 지대의 파도들은 신화적인 서퍼들의 이름을 딴 파도가 많은데, 이들 파도의 이름을 다 외우고있었다. 레이는 한국말 표현이 모자랐던지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레이의 영어는 훈련된 나레이터 같았다. 레이가 귓전에 대고 끊임없이 지껄이는 동안 나는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소원했다. 그러나 레이가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오 마이 갓’하고 중얼거리며 보드를 모래사장 쪽으로 돌렸다. 레이가 모래위로 올라오더니 노트에 뭔가를 기록했다.
 “뭐하는 거예요?” / “본부에 연락하는 거예요. 한 건했으니까.” / “한 건이라니?” /  “내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상필씨를 구했으니까 보고를 해야지요. 상필씨까지 19 번째 인명구출이되네요. 이름은 상필, 나이, 주소는?” / “레이, 정말 이러기야?”
 내가 짐짓 화를 내며 레이의 목을 레스링하듯 안았다. 레이가 장난스레 웃으며 내게 안겨왔다. 레이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레이를 만난 지는 이틀밖에 안됐는데 오래 알고지낸 연인 사이 같았다. 아직 오전이었는데 모래가 따끈따끈했다. 큰 대자로 누워 햇볕을 몸에 받으며 누구에게인지 확실치 않았으나 뭔가 감사하고 싶었다. 가슴이 먹먹 해지며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레이가 까실까실한 모래를 내 가슴에 한웅큼 부었다가 쓸어내렸다. 레이가 움직일 때마다 레이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따라 움직였다. 가죽 끈에 매달은 작은 검은 돌 같았다.
 “이게 뭐지? “ / “이거? 티키(Tiki)야.” / “티키? 티키가 뭐지?” / “티키는 하와이의 첫번째 사람, 하와인의 조상이예요. 첫번째 사람 티키는 연못에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서 세상에 사람이 퍼지게 되었대요. 하와이인들은 티키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었고 하와이의 수호신이 되었지요.” / “아, 공항 선물센터에서 내가 만져봤던 그거로군요. 키택도 있고.” / “이것은 우리 할머니가 준건데 아주 어릴 때부터 하고 있었어요. 하와이의 특산물인 흑산호로 만든거예요. 아주 정교하게 가공되어있어서 아름답지요.” / “아름답다고? 내 눈엔 기괴하게 생겼는데”  / “할머니는 이 티키가 나를 지켜준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늘 목걸이를 하고 있으라고 했어요. 내가 수영을 할때나 서핑을 할때나 위험에 당하지 않도록 티키가 지켜준답니다.” *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