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꽁트 "카토…"의 시샘

2018.10.19 09:11

ohmily 조회 수: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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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릴레이 ]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26

 

"카토…"의 시샘

 

용두는 공연히 혼잣말로 욕지기를 뱉으며 보던 컴퓨터를 탁 하고 꺼버렸다. 
 토요일 오후, 일찌감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내 순영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그는 화장실에 앉아 스마트 폰의 버튼을 눌렀다. 꺼놓았던 벨이 살아나자 방정맞게 휴대폰속의 카카오 톡이 까토 까토 소리를 질렀다. 그는 급할 것도 없는데도 버릇대로 내지르던 ‘피피’를 잠시 줄이며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늘 보내는 ‘카친‘이 국내뉴스 영상을 올려놓고 냅다 욕설을 깔아놓고 있었다. 내용의 진실이 궁금해졌다. 일을 끝내자 그는 바로 서재로 가 버릇처럼 컴퓨터를 켰다. 그리곤 마치 검열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고국 뉴스를 뒤적였다. 방금 받았던 카친의 말이 진짜로 확인되자, 그는 좀 전 먹었던 밥알이 위속에서 곤두서리만큼 속이 뒤집혀버렸다. 
 
 그곳에는 소위 지식인들이라는 폴리패서들이 ‘전문가’라는 가면을 쓰고 정권에 아부 하느라고 온갖 꼬리를 흔들며 곡학아세 (曲學阿世)에 여념이 있었다. 거기다가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총리는 총리대로 여의도 ‘도꾸’들은 또 그들대로 제가끔 거짓말을 잘도 지껄이며 눈도 깜짝 않고 대 국민 기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방송 신문할 것 없이 온갖 언론 매체들은 몽땅 짜고 치듯 미운 털이 박혀 감방 간 전직 ‘끗발‘들을 미친개처럼 물어뜯고 있었다. 
 온통 ‘태생적 가짜’들이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진짜 행세를 하며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 ‘나랏님’은 경제재앙, 안보재앙, 교육재앙, 법치실종의 와중에서도 언제 그런 일이 있냐는 듯 아주 늠름하게 ’오리발‘을 내밀며 백치 웃음으로 버무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웃집 조폭의 새파란 두목에게는 뭘 그리 잘못한 것이 많은지 공연히 꼬리를 흔들며 왠지 잘 뵈려고 정신이 빠져있었다. 채널만 열면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흰수작들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정치꾼들은 그 틈을 타 어찌하면 정적들에게 더 깊은 생채기를 낼까 서로가 손톱과 이빨을 갈며, 세계 어디 나라에서도 없는 일들을 자랑스럽게 자행하고 있었다. 법은 개가 물어가 버렸고 관료들은 이곳저곳 눈치만 살피며, 어느 편을 들어야 만수무강할 것인가 저울질만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애매한 서민들만 수렁에 빠진 오리새끼들일 뿐이었다. 어느 곳에도 진심으로 민초(民草)의 고달픔을 생각하고 국민의 아프고 가려운 데를 쓰다듬고 긁어주는 구석은 농담으로라도 한 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제 분수 제 구실을 모르고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나 싶을 정도로 한심한 장면들만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용두는 마치 투사(鬪士)라도 된 듯 그 원흉 몇 놈은 그냥 쏴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외국에 나와 살면 대개가 애국자가 된다고 하던가. 더구나 내 조국 꼴이 바깥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이었다. 그래도 용두는 주말만 되면 뭔가가 궁금해 거의 왼 종일을 컴퓨터 앞에서 이것저것 인터넷 뉴스를 뒤적이는 게 습관처럼 되어있었다. 그러다 결국에는 공연히 혼자 열을 받고, 주말을 릴렉스 하기는커녕 되레 심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왜냐면 며칠째 못 보았던 고국사회 돌아가는 꼴을 훑다 보면 저도 모르게 명치끝이 막히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절로 욕지기가 솟구침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써글넘들…죄 잘났어. 확, 그냥!!”
 용두는 우울하게 탁~ 컴퓨터의 종료키를 눌러 꺼버리며 혼자서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왜애?”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과일과 찻잔을 받쳐 들어온 아내 순영이 녹차 티백을 찻잔에 담구며 나른하게 물어왔다. 용두와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평화로웠다.
 “고국 얘기만 듣고 읽다보면…그냥 뿔다귀가 나서 미치겠어…모조리 없애버리고 싶어!”
 “뭐가 그리 화가 나요?”
 순영이 뱅긋한 미소로 배 한 조각을 그에게 건네며 살그머니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상큼하고 은은한 샴푸 냄새가 그녀의 체취와 어울려 코를 간지럽혔다.
 “그딴거…어제 오늘 일인가 뭐? 그보다… 있잖아?”
 그녀가 용두의 귓불을 잘근 물며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가을이 오고 있나봐... 창밖을 보니 해가 많이 짧아졌거덩.”
 그런가...하긴 추분도 지났잖아, 용두는 문득 계절을 느끼며 의자 등 뒤로 손을 돌려 아내의 손을 보듬어 쥐었다. 그리곤 생각을 모아보았다. 참 세월이 빠르기도 하지... IMF 이후 불쑥 이 밑도 끝도 안 보이던 아메리카로 건너와 그녀를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신분이 안정되고 결혼도 하고, 애기도 가진 것이 벌써 10년 세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별 뾰족한 직장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살아가는 이국생활이 많은 부분 그녀의 헌신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는가. 한때는 알량한 자존심이 고개를 내밀기도 했지만, 어깨가 늘 처져있던 그에게 그때그때 슬기와 지혜를 준 것도 그녀였기에…그는 몸을 돌려 순영을 안아 소파에 앉혔다.
 “뭔 말을 하고 싶으시나?”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용두를 와락 끌어안으며 다시 한 번 그의 귓불을 가볍게 물었다.
 “있잖아… 어느 책에서 보니까 말이야, 가을은 모든 사람에게 자양(滋養)을 준다고 했거덩…좋은 말이잖아? 아까 창밖을 내다보며 문득 느꼈는데 말이야, 우리...앞으로 좋은 일만 생각하고 나쁘고 우울한 일은 그냥 덮어버리면 안될까…”
 그는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근간 명절을 전후해 고향에 있는 친한 친구가 갑자기 풍(風)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으며 기분이 침체되어 있었고, 더구나 퇴근하면 맨날 습관처럼 컴퓨터에 파묻혀 잔무를 처리하면서도 간간 고국세상 돌아가는 꼴이 못마땅해 혼자서 아파하며 속을 끓였던 용두였다. 그 사이 순영은 행여나 그가 혹 친구 잃은 상처가 덧날까 말없이 그냥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다 그나마 좀 틈이 생기는 주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위로를 이렇게 어렵게 한다는 것을 용두는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마음이 찡해지며 자세를 편하게 그녀를 무릎 위로 안아 올렸다. 순영이 순간 킥킥 웃으며 용두의 야한 별명을 불렀다. 
 “저기…거시기 아저씨?” / “뭐?”
 용두가 놀라 그녀를 떼 내려 하자 그녀는 더욱 그의 품으로 파고들며 목소리가 뜨거워졌다.
 “나…안아줘!” / “어어...이 아줌씨 좀 봐라...”
 그러면서도 그들은, 석양 무렵 가을빛에 젖은 카펫 위로 미끌어지듯 떨어지며 한 몸이 되어 물결처럼 뒤섞이기 시작했다. 허나, 호사다마인가. 순간 까토 까토 까토...머리맡에 던져놓았던 스마트 폰이 지랄같이 짖었다. 까토...는 막 뜨거워지는 그들의 열기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미처 영상 스위치를 켜놓은 채 놀음을 벌인 장면을 누군가 몰래 훔쳐본 듯한 시샘 같았다.   
“뭐이야, 이거는...젠장할!”
 용두는 갑자기 몸에 김이 확 빠지며 손을 뻗어 전화기를 저만큼 내던져버리며 중얼거렸다. 
 “이거...이 넘도 함께 없애뿌러야겄다. 도무지 분수없게 시리...재수 없어!” * 

 

손용상
소설가/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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