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연작중편 / 土(원시의 춤)舞 <제33회>

 

제4화 / 밀림 야화(野話)

 

2

 


철민이 본 캠프로 돌아와 대충 몸을 닦고 방으로 돌아오자 통나무집 숙소 천장으로 새끼 도마뱀이 여기저기 좌르르 좌르르 기어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킬링필드라는 영화 속에 나왔던 장면처럼 녀석들은 서까래를 들락거리며 창문 틈새를 제집처럼 왔다 갔다 했다. 철민은 간밤의 잠들기 전 현장 책임자인 박기사의 말이 떠올라 싱긋 웃음이 나왔다.
“이사님, 오늘 첫밤 주무시면 비암들이 인사 좀 할낍니더.”
“비암?”
철민은 섬뜩하여 반문했었다.
“비암은 비암인데… 도룡뇽같은 거라요”
“그런데?"”
 박기사가 힐힐 웃었다.
“이놈들이 밤에 울어쌓거덩요"
“도마뱀이 운다구?”
“그럼요. 아쭈구리 묘허게 끼끼끼 찌이익하고 우는데…첨엔 뭔 소린지 모르다가 나중에사 그놈들 흘레붙는 소리라 깜짝하지요. 거기다가 오줌도 지리는데…”
어디선가 들은 듯한 말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녀석들이 암수 교미를 하며 즈들끼리 대화를 한다는 얘긴데, 그 와중에 정액이 분비되고 그때 그놈들을 잡아먹으면 절륜한 정력을 얻게 된다든가…아무튼 우리네 사람들의 몬도가네식 발상은 아무도 말리지 못할 일이었다. 철민은 박기사를 향해 물었다.
“그래… 자네도 한탕 그놈들 잡아 묵었나?”
“하모요. 한번 삶아 묵어봤는데…잘 모르겠더라구요. 안그래도 아침저녁 시도 때도 없이 벌떡거리는데… 그거 묵으나 마나 마찬가진기라요.”
“예라. 이 순… 잘 자요”
철민은 박기사의 엉터리 같은 익살에 주먹을 들었다 놓으며 잠깐 웃음을 머금고는 침상에 담요를 깔았다.

 

 

 

 3 

 

 

“이사님, 일어나셨습니껴?”
일요일 아침이었다, 마침 숙소 계단을 퉁퉁거리며 올라 온 박기사가 철민을 일깨우며 그의 방문을 노크했다. 
“어? 벌써 일어났어요? 이제 일곱신데...”
“저흰...여섯시면 일아나요. 버릇이 들어서...그런데, 오늘 무슨 특히 스케줄이 있나요?
“아니요...”
철민이 하품을 참으며 박기사를 바라보았다. 그가 응큼하게 슬금 웃었다.
“그리믄요...좋은 구경 한번 가시지요...”
“좋은 구경?”
“동네 공창인데...오늘이 종업원들 집단 장가가는 날이거덩요...ㅋㅋ”
“뭐요? 그런 곳이 있어요? 그리고 장가가는 날은 또 뭐꼬?”
철민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럼요!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넨데... 데사 수니 빠라디소 (Desa Sunyi Paradiso /고요한 천국 촌)라고 일종의 홍등가인데...그냥 루마 바기나(rumah vagina)라고도 하지요. 월 1회 정도 현장 촌놈들 몸 풀어주는 곳이지요. 원래 지난주에 가야 되는데, 권대리 그 새끼 죽는 바람에....암튼 산 놈은 살아야 되니까...그래야 담에 일을 잘하거덩요.  어제 2캠프 임과장이 얘기 안했어요? 아마 그쪽 사람들도 올겁니다.”
“임과장이랑도 온다구? 어제 별 얘기 안하던데...”
“네에! 임과장...권대리 죽고 이사님께 미안타고 노래를 하던데...그냥 말하기 뭣해서...깜박했나 보네요”
“허, 참! 그나 저나저나 루마 바기나? 그거 섹스방이란 뜻 아냐?”
철민은 자카르타에서 주워들은 일이 있어 다시 물어보았다. 박기사가 히히 웃었다. 
“그건 점잖은 말이고...그냥 떡방이지요...ㅋㅋ”
철민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한편 생각하니 젊은 친구들이 이 칙칙한 밀림 속에서 맨날 뱀 잡아먹고 수액(樹液)이나 빨아 마시다 보면 그 넘치는 정력 어쩌겠나...그는 이해가 가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면서 다시 물었다. 
“루마 바기나는 알겠는데...수니는 또 뭔가?”
“글쎄요...말은 그냥 ‘고요하다‘는 뜻이라는데, 그냥 천국마을 이름인가 봐요. 지금은 시끄러운 천국이 되었지만... 듣기로는 오래 전에 그 마을 촌장이 딸을 하나 낳아 지어준 이름이 수니야라고도 하고...그 애 엄마가 동양인인데, 꼬레아라는 말도 있고...”
“뭐야? 촌장 마누라가 꼬레아라구?” 
철민은 관자놀이에 소름이 확 돋으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곤 박기사를 다그쳤다.
“자네... 그 얘기 어디서 들었어? 그리고 촌장이 아직 살았어?”
박기사는 갑작스러운 철민의 다그침에 놀란 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니요...그냥 전해들은 얘긴데...촌장이 살았을 리가 없지요. 그 부인도 오래 전에 죽었을 것이고...동네는 바뀌었지만 이름만은 그대로 살아있는 거 같아요. 근데... 왜 그리 놀라세요?” 
철민은 어리둥절해 하는 박기사를 쳐다보며 뚜벅 입을 열었다.
“이봐, 박기사?”
“예...”
“뭐 이상한 느낌 안들어?”
“.......?”
철민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순전한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반세기도 이전의 파푸아 뉴기니아의 일본군 점령 시절을 생각했고, 더하여 그 시절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우리네 꽃다운 처녀들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어쩌다 오지의 섬으로 끌려간 그 중의 한 처녀가 탈출을 했든, 현지인에 의해 구출이 되었든, 납치를 당했든 간에 이 숲 속으로 끌려와서 정착하여 딸을 하나 낳았다? 그 처녀의 이름은 아마 분(紛)이 아니면 순(順)이였을 것이고, 그 여자는 모든 걸 운명에 맡기고 태어난 아이나마 엄마 이름처럼 ‘순이’를 그대로 붙임으로써 언젠가는 제 뿌리를 찾게 하려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같은 상상이지만, 철민은 저도 모르게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며 박기사를 향했다. 
“가봅시다”
“가보시면...재미 있을겁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