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꽁트 카톡프렌즈

2018.05.18 08:21

yeon 조회 수: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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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릴레이 ]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16

 

카톡프렌즈

 

 

작업 동선을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는 진수의 작업복 앞 주머니에 꽂아 둔 셀폰에서 미세한 착신음이 감지되었다. ‘응, 이 새벽에 누구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전화기를 꺼내 확인한 진수는 깜짝 놀랬다.
-진수야, 승철이다. 처음 카톡 설치하니 니가 떠서 너무 반가워 이른 시간에 메세지 보낸다.
승철이 그였다. 국민학교 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환갑을 바라 보는 나이가 되도록 진수의 인생 이력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친구. 십여년 전인가? 뉴욕에 잠시 들렀다고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한 이후로 갑자기 연락이 끊겨서 궁금해 하던 친구이기도 하였다.
- 어! 깜짝이야. 심장마비 올 뻔 했다. 이게 몇 년 만이야? 가족들은 잘 있고?
-몇 번 연락을 해볼려고 했는데 예전 번호를 못찾아 애먹고 있던 중에 어찌 카톡에 뜨네.
난 요즘 인디애나에 있다. 미국 완전히 들어 온지 오년이 좀 넘었다.
진수는 반가운 마음에 오래토록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친구야 반갑다. 지금은 작업을 해야 하니 집에 가서 다시 연락하자.
전화 아니 카톡을 끊고 나서도 진수는 승철이에 대한 생각을 끊어 내지는 못했다.
진수가 승철이를 만난 것은 중학교 입학 후였다. 한 반에 배정된 승철이는 집이 같은 동네여서 등,하교를 함께 하게 되면서 친하게 된 친구였다. 지금이야 서울은 대중 교통의 천국이지만 사십년 전에 서울은 스쿨버스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기에 우리는 사십분 쯤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다녔다. 국민학교도 같은 곳을 나왔다는 사실은 그 때서야 알게 되었다. 서로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지방에서 전학을 온 까닭에 마주칠 기회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이었다. 꽤 먼 등,하교길을 함께 걸으면서 깨알 같은 대화들을 나눴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지금 와서 진수가 기억할 수 있는 건 휘경동 건널목에 자리잡은 포장마차에서 하교길에 사먹곤 했던 빨간 떡볶기와 바삭바삭 구워진 공갈빵에 대한 추억 뿐이다.

가게를 마치고 집에 돌아 온 진수는 점심을 먹은 후 숟가락을 놓자 마자 카톡부터 열었다. 고맙게도 승철이는 또 한 명의 친구를 카톡방에 초대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택아, 오늘 이사 잘해라. 어제 니가 나 찾은 것처럼 우연히 그동안 연락 끊겼던 진수하고 카톡 때문에 연결됐다. 진수랑 모처럼 통화도 했고 목소리 들었다. 이제 우리 카톡 연결되니 가끔씩 연락하며 지내자. /-그래. 다들 건강하게 남은여생 행복하게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자.
남은 인생? 우리가 벌써 이렇게 됐나? 진수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곧장 카톡을 날렸다.
-미국 땅이 넓긴 넓다. 승철이가 살고 있는 인디애나 까지 운전만 꼬박 왕복 하루 걸리네. 잠도 못자고. 글고, 우택아 반갑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이사 잘하고 이제 소식이나 전하고 살자. 얼굴 잊어 버리기 전에... / -진수야,오랜만이다. 옛날 회사에 다닐 때 보고 못본것 같다. / -그래, 우택아 오랜만이네. 시간이 참 많이 흘러 갔구나. 사진에 보니 두 아들이 넘 멋지게 컸네. 가까이 살면 서로 왕래하며 지낼텐데 아쉽구나. 그런데 제수씨한테는 뭔 일이 생긴거니? 그 곱디 고운 얼굴이 그새 중년 여성이 되었네.ㅠㅠ / -우택이 아저씨 혼자 너무 놀러 다녀서 그렇지. 일도 열심.다른 아주머니들과 봉사일도 열심. / -카톡은 제3자가 볼 수 있으므로 조심, 또 조심 ㅎ / - 잘들 계시는가? 홍천집 3박4일 동안 황토로 도배하고 서울 귀경했네.
우택이는 그동안 일본으로,중국으로 동분서주하더니 큰 재산을 일구고 일찍 은퇴하였던 모양이다. 최근에 산수 좋은 강원도 홍천에 전원주택도 장만하여 이사를 했다는 소식이다.
-큰 일 하셨네. 여긴 오늘 추수감사절 휴일. 산골 가서 조용히 사시나 했더니 짐이 많네.
-서울 집에 있는 짐들 일부 옮겨 놓은 거네. / -ㅎㅎㅎ/ -ㅋㄷㅋㄷ / -남정네들 수다가 장난이 아닐세 그려~ / -나는 오늘 가게 마치고 교우 집에서 쌩스기빙데이 파티하고 집에 돌아 와 곤히 자는 중에 카톡 울림에 잠이 깨었네 / -ㅎㅎ 오랜만에. 교우? 학교 교우 아니면 교회 교우? / -깨워서 미안혀 / -미국에서는 교회 교우지, 이 친구야. 교회 안 다니는 모양이지? 종종 깨워 줘. 숨쉬는 것 확인하게 ㅎ / -언제부터 예수쟁이로 ㅎㅎㅎ / - 그려, 밤새 안녕을 물을 나이가 된겨 /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게들. 제수님들한테 잘하고. 명심할 것은 맛있는 것 있으면 나눠 먹자고. 혼자서들 먹지 말고. 나 아직 이빨 쌩쌩 혀.
가끔씩 카톡이나 하며 지내자는 진수, 승철이 그리고 우택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카톡을 날리고 있다. 여자 셋만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은 그야말로 케케묵은 옛말. 중년 남자 셋이 뭉치면 셀폰에 불날 지경이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는 대략 열두 시간. 따지고 보면 이십사시간 풀 가동 수다 떨기다. 잠시라도 늦장을 부릴라 치면 삐졌다느니 잠수탔다는 둥 성화가 대단하다. 심지어는 딴 짓하고 카톡방에 들어 오지 않는가 의심하는 눈치다.
-우택이 지금 뭐 하시는가? 시간으로 봐선 아직 잘 시간은 아니고. 제수씨 앞에서 재롱떨고 있는가? / -마눌 없는 오후. 아! 배고프다. 저혈당으로 추락하는 이 야릇한 떨림. 님들은 모를껴. 마눌은 언제쯤 집에 들어오려나? 곰탕이나 끓여 놓고 나갈 것이지. 라면 끓이기도 귀찮고.
/ -사과 한 알을 깍아 먹고 APPLE의 사과를 생각해 보았네. 스티브 잡스도 함께. 왜, 신은 이다지도 공평하지 않은 것인가? 잡스는 사과를 먹으면서 컴퓨터를 만들 능력을 주셨는데, 나는 왜 변만을 만드는 능력을 허락하셨는가? ‘살리에리의 비애’라고 하면 터무니없는 말도 안되는 실언이라고 하겠지? / -잡스는 한 입 먹은 사과도 버리지 않고 아름다움을 보는 쪽. 대다수의 사람들은 먹다 남은 추한 것으로 보고 버리는 쪽. 각자 주어진 것을 어찌 보는 가에 따라 달라지는 삶. ‘half full, half empty’ 아직 밥 챙겨주는 할매없음을 불평할 수 있으니 행복하신 것. / -그럼, 난 행복한 겨? / -행복 만세 !! /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한 때는 대박증권에서 쪽집게 증권맨으로 잘 나갔던 승철군.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을 무렵, 어찌 된 영문인지 장고수라는 사기꾼 연예인의 사술에 걸려 투자사기 혐의로 한바탕 홍역을 치루더니 그 뒤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오십년지기 친구.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지만 그런 친구가 뜻밖에도 인디애나에서 시작한 일이 꼬여 발이 묶인 처지란 것도 진수를 가슴 아프게 만들고 있다.
-오클 친구. 어제 기도하시면서 주님께서 이 실업자 친구에게 어찌 조언하라고 응답 안해주시던가? / -어찌 보면 인생은 복불복이야. 성공하면 영웅,실패하면 역적. 잘 고르면 맛있는 수박, 잘못 고르면 썩은 수박. 잘 맞으면 찰떡궁합, 안 맞으면 철천지 웬수,.잘되면 대박, 안되면 쪽박.ㅠㅠ /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이지. 세상사가 이러니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요로코롬 카토~옥 날리며 살자구요 친구야^^/ -우택이는 주무시는지 아무 반응이 없네. /-‘***’ / - “ㅎㅎ”. *

 

김희중
오클라호마 거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