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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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peek through the window)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 핸드백

 

난 비슷한 레벨의 핸드백중 코우치나 마이클 고우 보다는 케이트 스페이드 핸드백을 더 좋아한다. 밝고 경쾌하며, 개성 있는 칼라의 핸드백이나 스카프,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었을 법한  댄디하고 우아한 원피스나 코트가 가득한 매장엘 들어가면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메마른 열풍이 일 년 내내 부는 중남부 들판에서 오래 살아서 인지, 그 매장 안에 들어서면 어딘지 모르게 심플하고 세련된 뉴욕의 분위기와 진정한 동부쪽 스타일 느껴져 평소 상상했던 매력 있는 미국여자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젊은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귀엽고 작은 스페이드 문양이 박힌, 심플한 핸드백들을 구경하며 달래 보기도 한다.

그런데 며칠 전 뉴스에서 케이트 스페이드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녀는 생김새도 그녀의 핸드백처럼 깔끔하고 귀엽고 모던 해 보였다. 뉴요커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모습이었는데, 언니에게 자신의 장례식에 꼭 와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딸에게도 “I have always loved you, this is a not your fault, ask daddy.” 란 메시지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케이티의 언니 리타는 사실 동생이 성공한 뒤부터 오랫동안 조울증을 앓아왔는데  자신의 브랜드 가치인 ‘happy go-lucky’ 에 손상을 줄까봐 우울증 치료를 계속 미루어왔다고 말했다. 

사실 모든 여성들이 명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나 이미지 때문이다. 핸드백 한 개에 기 천불씩이나 하는 프랑스제 L 사 제품도 알고 보면, 가죽도 아니고 합성피혁으로 만든 제품인데, 여성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것은 그 브랜드가 지닌 암묵적인 가치 때문 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파워와 신분을 나름 타자에게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입고, 걸치고, 마시면서 그 브랜드가 지닌 이상이나 로고에 동참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심하면 어울리지도 않는데 그 브랜드 이미지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까지 한다. 

어쨌든 나에게도 케이트 스페이드 핸드백이 하나 있다. 인디언 핑크빛 작은 크로스백인데, 큰아이가 첫 월급으로 사준 것이다. 약간은 튀는 색깔이어서 평상시에는 잘 들고 다니지 않는데, 여행 시나 생일날처럼 좀 특별한 날에는 무척 어울린다. 특히 젊은 애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여서 나 역시 친구 딸이나 조카에게 선물할 것이 마땅잖을 땐 작고 산뜻한 케이트 스페이드 손지갑을 고르곤 한다. 암튼 이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미국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브랜드인 모양이다. 케이티의 자살소식이 전해지자 첼시 클린턴이나 제나 부시처럼 유명한 전직 대통령 딸들이 하나같이 할머니가 선물한 예쁜 케이트 스페이드 백을 자신들도 간직하고 있노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또한 트럼프의 전 부인 이방카 트럼프 역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그녀가 좋아했던 디자이너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자살률이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한국은 OECD 국 중 자살률 1위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보다, 그렇지 못한 나라들의 자살률이 낮고 행복도도 더 높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무한 경쟁에 시달리고, 유명인이 되면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극도의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산다. 그녀가 추구하는 브랜드의 가치, 행복하고 즐거워보여야 하는 인생은 백안에만 들어있었던 것일까? 그토록 밝고 경쾌한 그녀의 백 이면에, 그녀의 치유할 수 없는 우울이 묻어 있었을 줄이야, 그녀의 팬이 소셜미디어에 올린글, “고통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새삼 실감이 간다. 며칠 전에도 스타세프이자 키친 컨피덴셜의 저자, 여행 식도락 프로그램 No Reservation과Parks Unknown의 호스트 안소니 보데인의 자살소식이 전해져 많은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하노이의 어느 허름한 식당에서 월남국수를 먹으며 대화를 하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그는 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일까?

베스트셀러<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다음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라고 예언 한다. 굶주림, 질병,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흔히 요즘을 100세 시대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늘어난 수명만큼 행복하지 못한 장수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 어느 작가의 신간제목<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처럼 좀 느슨하게 살면 안 되는 것일까,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하는 사람들이 온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

 

박혜자
시인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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