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김정숙 수필 “난 무명인입니다”

2018.06.22 09:08

ohmily 조회 수:122

tid003t002411_l.jpg

 

[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난 무명인입니다”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유월 내내 /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무명인- 에밀리 디킨슨, 장영희역)

 

새삼스레 유명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건지를 실감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엄청난 인력과 재력을 쏟아 부은 두 유명인의 경호! ‘세기의 담판’ 북미정상회담의 두 지도자들과 그 영향권의 한.일.중.러 정상들, 세계유명언론과 유명정치인 유명언론인들의 말. 말. 말. 
6·12 북미정상회담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일이 있는 달에 열렸다. 그 유명인들의 주제가 대한민국 내 고국이기에 무명한 미국 손님들마다 무명한 내게 묻는다. ‘한반도에 평화의 돛’이 올랐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무명인으로서 유명인들에 대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많은 시간 고민해야 했다. 

“도대체 북한이 뭐길래,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을 앞두고 세계가 이 난리인가.”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의 외모를 강조하는 3대 세습 독재자. 핵으로 위협하더니 평화의 열쇠를 가진 자 인 듯 세계무대로 등장.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기와 성조기가 도열된 회담장을 보면서 가슴이 아릿했다. 남침한 6·25전쟁으로 인해 남북한은 물론 적국이든 아군이든 참전국의 가족, 친지들까지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아픔으로 사는 수 많은 사람들. 무명인이지만 증인 중 하나이기에 오만가지 생각으로 편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공산당으로 인한 전쟁의 피해와 후유증은 우리 가족사에도 큰 영향을 끼쳤기에 6.25 노래의 가사처럼 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싱가포르에 마주 선 두 주역! 1946년생 72세와, 84년생 34세! “자유세계의 트럼프대통령이 반인류 범죄로 지탄받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독재자”중 하나와 악수를 하고 70년 적대국서 평화의 동반자로 6·12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김정은위원장. 지난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에게 인권탄압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무엇이 두려워 화장실과 음식을 공수해오고 사인하는 볼펜까지 여동생이 건네주는 것으로 해야만 했을까? 주체107(2018)년 6월 13일의 북미회담을 실은 로동신문기사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 지도자 김정은 동지...” 그는 천재일까?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수많은 말들. “비행기 한번 빌려주고 손 안대고 코 푼 중국 뜻대로 대승. 태산명동서일필(太山鳴動鼠一匹). CVID빠지고 비핵화 시간표 없으니 김정은의 승리.” 또 한편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약속. “김정은 훌륭 치켜세우며 제재 키 움켜쥔 트럼프.” “독약인 미군 유해 송환 즉석 수락. 미군 전사자 유해의 발굴 및 DNA 분석 등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전무하기에 유해 발굴빌미로 북 중 접경지역에서 미군의 활동 허가는 언제 쯤?”이란 기사를 읽으며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는 잠언의 말씀이 생각난다. 

남침으로 시작됐고 “1953년 7월 27일 포성은 멈췄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전쟁. 그런데 조선일보 2월 6일자 사설에 “정부가 2020년부터 쓸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위해 마련한 집필 기준 시안(試案)에 ‘북한의 6·25남침’과 ‘북한세습체제’ ‘북한주민인권’이란 표현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역사를 왜곡하는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독사신론에서 “국가의 역사는 민족의 消長盛衰(소장성쇠)의 상태를 가려서 기록한 것이다. 민족을 버리면 역사가 없을 것이며, 역사를 버리면 민족의 그 국가에 대한 관념이 크지 않을 것이니...” 지금 이시간도 불꽃같은 눈으로 자기의 백성들을 지키시며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분 앞에 무릎을 꿇는다.  *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문학회원      

 

B065.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