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꽁트 미운 며느리 염장 지르기

2018.08.24 09:14

ohmily 조회 수: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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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릴레이 ]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22

 

미운 며느리 염장 지르기

 

“엄마? 밥먹었어?“ / “오냐, 아직이다. 근디...포켓돈지 어딘지 거긴 잘 갔냐?”
 “하 참, 엄마는? 포켓이 아이고 푸켓이야. 근데...우리 재돌이 잘 있어?”
 “재돌이?  으응 잘 있다. 근디...애가 낯가리는지 내가 뭘 줘도 도통 먹을 생각을 안하네.”
 “으응? 아니 뭘 멕였는데? 
 “그냥 나먹던 밥이랑 국말아 줬는디...잘 안먹어야. 시골 우리 워리 새끼는 아무거나 주는대로 잘 받아 쳐먹는디...지넘도 같은 개새낌서 뭔 그리 먹성이 까다롭나 몰겄다.”
 “아이 엄마, 우리 여행갈 때 집 사람이 재돌이 음식 안챙겨 주던가요? 그애 병나면 안되는데...돈이 얼마 짜린데...에이 참, 이봐 일루좀 와봐!”
 아들놈은 전화 저쪽에서 공연히 성질을 내며 아마 옆에 있는 며늘아이를 부르는 모양이었다. 맹산댁은 속으로 ‘염병 하네’ 궁시렁거리며 옆에 앉아있는 눈만 띠굴거리는 치와와 잡종인 ‘재돌이’를 발끝으로 쿡 찔러 밀어버렸다. 녀석이 마치 귀족이나 되는 것처럼 소파에 떠억 퍼질고 엎드려 폼을 잡고 있다가 쫑긋 귀를 세우고 눈을 디룩거렸다. 마치 지 ’애비‘의 전화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 같았다. 맹산댁은 그 모습이 괜히 밉살스러워, 속으로 야, 이놈아 니깐게 폼잡아봐야 개폼이지 뭐 다르겄냐? 다시 한 번 발끝으로 옆구리를 좀 쎄게 찔러버렸다. 며늘아이가 전화를 바꿨다.
 “어머니, 잘 계세요?” / “오냐.”
 “근데...재돌이가 밥을 안먹는다구요?  /  “그렇구나.”
 맹산댁은 우정 시큰둥하게 말을 받았다. 속으로 이 년 놈들이 이 한여름에 해외여행 간다면서 즈 애비 애미에게는 돈 몇 푼 찔러주고 집으로 불러 개새끼나 챙겨주라고 한 심사가 영 배알이 뒤틀려 솔직히 말이 곱게 나갈 생각이 없었다. 더구나 영감은 그 말을 듣고 벌컥 성질을 내며 자기는 갈 생각이 없다면서 ‘내가 왜 갸들 집구석 개새끼까지 챙겨줘야해여? 난 안갈텡겨. 자네나 잘 다녀와소’ 하며 발을 빼는 바람에 더 속이 상했다. 
 “아이 참, 어머니도 그렇다고 걔를 그냥 놔두면 어떻게 해요?”
 “그럼, 우찌케하문 되냐?” / “아이 참 어머니,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메모도 해드렸고...” 
  며늘아이는 짜증을 내며 다시 한 번 시어미에게 나불나불 개 돌보기 교육을 새로 시켰다. 
 “저으기, 재돌이는요, 우선 매일 목욕을 시켜줘야 해요. 그리고 아침에는요. 냉장고에 있는 오리고기 저며놓은거 살짝 덮여서 먹여야 되요. 우유랑 같이요. 걘 버릇이 되어서 그거 안주면 안 먹어요. 그리고 저녁엔 닭 가슴살 다져놓은거 있어요. 그거 먹이시면 되요. 그러고 오후에는 바깥에 데려나가 꼭 운동을 시켜야 해요. 그래야 비만이 안되고 면역이 생기거덩요.”
 염병하네...맹산댁은 또 다시 입속엔 욕찌기를 배어물며 속에서 다시금 천불이 일었다. 그녀는 며느리가 말한 개새끼 먹이는 음식 처방도 들었고 메모도 봤지만, 그녀는 아예 처음부터 개새끼에게 그런 걸 먹여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우정 먹다 남은 밥찌꺼기를 모아 주었으니 그놈이 밥을 안 먹는 건 당연했다.      
 “오오, 냉장고에 있는게 그게...오리 고기였냐?” / “네에. 보셨어요?”
 “봤다. 근디 그거... 내가 묵어뿌렀다.” /  “네에?” / “왜 내가 묵우면 안되냐?    
 “아니, 그런게 아니고...재돌이가 늘 먹던걸 안먹이니 굶잖아요 그러면 면역도 없어지고 병날까봐서 그래요”
 송수화기 저편에서 부글부글하는 며느리의 모습이 보이는 거 같아 맹산댁은 피식 웃었다.  왠지 그녀는 아니꼬운 며느리에게 염장이라도 질러줘야 속이 편할 것 같았다.  
 “아그야?” / “네에?” / “내가 너네 개아들 보다 못하냐?” / “아이, 어머니...무슨 말씀을 그렇게...그냥 우리가 애가 없다보니...” / “그렁께 근데...너거들 왜 애기는 안갖냐?”  / “......?”
 아들 내외는 결혼 한지 5년이 지나도록 손주도 낳지 않은 채 거금 3백만 원을 주고 개새끼 한 마리를 구해서 마치 제 새끼 돌보듯이 온갖 정성을 들이붓고 있었다. 그 꼬락서니가 미워 맹산댁은 갑자기 더 열이 치받쳐 따지듯이 물었다. 듣기론 둘 다 신체적 하자가 없다고 하는데, 틀림없이 일한다는 핑계로 귀찮아서 임신을 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며늘아이는 시어머니의 느닷없는 얘기에 우거지상이 되었을 것이고 그녀의 아들에게 온갖 인상을 다 써 보일 것이었다.

 맹산댁은 당초 아들이 전화했을  때 혼자 생각에는 모처럼 서울 아들집에 영감이랑 오붓하게 와서 소주에 대패 삼겹살도 구워먹고, 저녁엔 아들네 멋진 침대에서 영감에게 안겨 남의 눈치 안보고 꺼져가는 불이라도 함 살려볼까, 주책없이 김치국부터 마시며 “오냐 오냐, 내 가서  집 잘 봐줄겨. 잘 갔다 오이라” 했다. 하지만 영감은 그녀와의 동행 요청을 단칼에 거부했다.
 “뭐여? 그럼 나혼자 가라구?” / “그랴. 자네 혼자 가서 오랜만에 푹 쉬라고”
 영감은 맹산댁의 의뭉스러운 그런 야무진(?) 속맘을 미리 눈치라도 챘는지 아주 단호하게 초를 쳤다. 그 바람에 그녀는 영 심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아들 내외 랑의 약속은 차마 파토를 낼 수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혼자 서울행 기차를 탔지만, 속에서는 심통이 있는 대로 올라 있었다. 거기다 개새끼 먹거리란 게 오리고기에 닭 가슴살이라니...영양 음식 먹여 개새끼한테 양기 부추길 일이 있나? 우산댁은 그것도 속이 뒤집혔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맹산댁은 나이도 아직 60의 초반밖엔 안 되었고, 스스로 보기에도 아직 피부도 팽팽해 가끔 영감이 손이라도 봐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지만, 영감은 언제부터인지 전혀 그런 내색은 꿈에도 안 비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아직 칠십도 안 된 영감인데, 일찌거니 은퇴했으면 이제부터는 마누라 손 붙잡고 함께 놀아주며 챙겨줄 줄 알았다. 헌데, 챙기기는커녕 귀향하자마자 얼씨구나 동네 친구들과 맨날 천렵이나 어울려 다니고 밤에는 고스톱 판 벌려 술타령이나 하고 사니까, 우선 무시당하는 거 같아 기분이 나쁘고 또 억울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깐에는 머리에 먹물도 들만큼 들었고 젊었을 땐 주변에 폼 좀 잡고 제법 사모님 소리도 듣고 살았는데, 어쩌다 보니 요즘은 동네 시골 아낙들하고 어울려 그냥 볼일 없이 촌 늙은이로 변해가는 것 같아 그녀는 매사가 마뜩치 않았다. 그래서 인지  속으로 심통만 쌓여가고 있었는데...그 와중에 생전 연락도 잘 안하던 아들이 제법 곰살 맞게 전화를 해서 한 열흘 집 좀 봐달라고 했다. 그녀는 속으로 옳다구니 오랜만에 영감과 함께 ‘구혼여행’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아주 흔쾌하게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혼자 오니 우선 심심한데다 왼 종일 개새끼 수발하며 밥이나 챙겨주고 앉았으려니 그녀는 속의 천불에 기름이 확 부어진 느낌이었다. 그녀는 영감의 이죽거림이 새삼 생각나 며느리 전화를 끊어버리고 옆에서 알짱되는 재돌이를 냅다 발길로 질러버렸다. 영감이 이렇게 말했었다.      
 
 “그 녀석, 요즘엔 돈 받고 집 봐주는 보안회사도 있다던디...거다 맡기지 왜 우리께 떠넘긴 다냐? 돈 아깝다 이거지? 그러고 개새끼 밥 챙겨주라고? 써글넘! 난 싫소. 나라도 개판인디, 집구석도 닮아가남?” *

 

손용상
소설가/달라스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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